BULSIK / "저… 차 한잔 하실래요?" #006 - 차의 향기, 그리고 살청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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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로즈마리와 오룡차의 특별한 차 블랜딩을 소개했는데 실제로 수회에 걸친 음용과 여러사람들의 반응에 따르면 그 향이나 효능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였다.

차는 주로 맛보다는 향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도 그 향을 충분히 감상하는 것이 하나의 주요한 부분인데,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음식이란 하나의 문화가 되고 '향수' - 즐기는것- 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음식이 귀할 때는 그 음식의 풍미보다는 그저 하나의 생존에 필요한 것으로서 귀한 재료인 것이지 그 맛을 판단하여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도 음식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천박하게 여겨진다. 물론 귀신들은 음식을 먹지 못하니 그 기운인 냄새를 통해 먹는다고 생각했던 것도 그 바탕에 있을 것이었다. 지금에서야 음식의 향을 음미하는 것은 오히려 그 음식에 깃든 쉐프의 정성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음식은 전문가에게 미뤄두기로 하고.

그러나 차의 경우 그 향을 먼저 취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결례가 된다. 그래서 흔히 차의 빛을 보고, 향을 맡고, 다음으로 맛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차는 향으로 취하는 것으로 오히려 혀로 맛을 본다는 것은 향을 느끼는 것 보다는 못한 것으로 본다. 맛을 보는 것이 물리적으로 좀 더 직접적이니 은근하고 모호한 것을 예의라고 생각했던 동양사람들에게는 그럴 법도 하다.


대개 차에 있어서 그 차가 가진 효능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분석적인 태도로 차에 포함된 몇 가지 성분을 따져 판단하는 것은 차에 있어서 그렇게 현명한 것은 아니다. 특히 현대인들은 카페인 성분을 갖고 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특정한 효과나 맛을 위해 알약을 녹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찻잎이란 온전한 하나의 자연식물을 우려먹는 것이니까 그렇게 따지고 들면 이 동네법엔 뭔가 맞지 않다.

그래도 굳이 그렇게 따져야 직성이 풀린다면 카테킨이나 비타민이나 사포닌, 탄닌, 데아닌 등 수많은 주요한 요소를 모두 따져야 하니 좀 더 복잡해 질 것이다. 성분은 아니지만 효능에 대해 몇 가지 일반적인 상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음공주, 녹차화끈한 장수, 홍차
녹차종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냉하거나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보다도 채식을 평소 많이 하는 이들은 너무 많이 마시면 좋지 않다. 대개 녹차가 성질이 차니 따뜻하게 해서 마시면 된다고 하지만, 동양에서 차고 뜨거움은 그 기운이 가진 성질에 따른 것이므로, 마실 때의 온도는 성질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므로 아무리 뜨겁게 해서 마신다고 해도, 성질이 차가운 것과는 연관성이 없다.발효된 홍차는 반대로 성질이 뜨겁다. 성질이 뜨겁다는 것은 생명력이고 떠오르는 성질이니, 차분하게 가라앉을 때는 방해가 된다. 생명력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라앉고 떠오르는 것은 균형이 잘 맞아야 하니, 뜨거운 기운이 넘쳐나면 활동은 왕성할 수 있지만 가라앉지를 못해 잠을 자거나 쉬지를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홍차와 같이 더운 성질의 차를 늦은 오후에 마시게 되면 저녁에 숙면에 심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차고 덥고를 떠나 차란 생각보다 한쪽으로 효능이 강하고, 또 대개 많은 양을 마시게 되므로 몸 자체가 허약한 사람들은 아주 묽게 적은 양을 마시는 편이 좋고, 우리가 술을 마실 때 속을 든든히 하는 것 처럼 차를 마시기 전에도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기름기 많은 음식이나 과식후의 차는 대개 이롭다고 할 수 있다.


차는 충치예방에 매우좋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충치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반대급부로, 차를 많이 마시는 이들은 반드시 양치질을 잘 해야 한다. 충치는 예방해 주지만 안타깝게도 치아미백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고 착색이 될 수 있으므 로 차를 마시고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양치를 하는게 좋다. 물론, 차를 마시기 전에도 양치를 한 후에 마시면 차의 맛에 예민해 지므로 차향을 훨씬 잘 느낄 수 있다. 물론 직후보다는 치약의 맛이 좀 빠진 후에 마시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은 차가 가진 고유의 장단점이 아니라 대개 마시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무엇이든 이로운 면과 해로운 면이 공존하는 법인데, 대개 그것이 무엇이든 적당한 선을 지키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안좋은 부분이 부각되면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 고, 좋다고 하면 대개는 무리해서 과하게 하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다. 세상 무슨 일이든 과하면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고 독도 조금씩 쓰면 약이 될 수도 있지 않던가. 결국은 사람에 달린 것이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이미 많은 인기를 누려서 유명해진 그라비올라를 보시 받았다. 암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 임산부와 혈압약을 먹고 있는 경우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고 알려진 외에 자세한 효능은 아마 관심있는 이들이 따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다만 우리 코너에서는 역시 차로 마시는데 있어서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 잎을 이미 몇 차례 맛을 보았으나 나뭇잎의 냄새 때문에 차로 마시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다. 차는 향이 아니던가.

적응이 안되는 맛에 며칠 몰두하다가, 문득 재배지에서 가져온 저 잎이 '차'가 아니라, ‘차재료’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차에 대한 칼럼을 이렇게 연재하면서 그 생각을 못했다니. 부끄러졌다. 이미 차로 만들어진 이름 붙은 차만 늘 생각하다보니 '차재료'일 거란 생각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의 재료란 어떻게 해야되는가. 한약의 재료도 결코 그냥 쓰는 것이 아니다. 원래의 재료를 약으로 쓰기 위해 약마다 정해진 가공법이 있다. 이를 '법제'라고 하는데 차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간에 차의 종류를 소개하면서 이미 소개한 바 있는데 커피로 따지면 이른바, '로스팅'이다. 커피생두를 그냥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차에서는 이 과정을 '살청殺靑'이라고 부른다.

살청이란 열을 가해 생잎의 습기를 완전히 빼내고 덖는 과정이다. 열풍을 가하거나 불로 직화, 혹은 찌거나 팬에 덖는다. 차에 따라 적용시키는 방식이 다르며, 이 결정에 의해 차의 맛이 거의 결정된다. 방식이 다른 것은 효능도 있지만, 최상의 맛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이 방식에 따라 같은 잎이라도 전혀 다른 차로 탄생하게 된다.


같은 커피콩이라도 얼마만큼 화력과 시간이 들어가는가에 따라 강-중-약의 배전이 있고 이에 따라 커피는 상당한 맛과 향의 차이가 나는 것과 같다.

그라비올라를 대략 일곱 차례를 볶고 말렸다. 원래 예전에 유명한 약재료들을 9번 말리고 찐다고 9증9포라고 하지 않는가. 그정도 까지는 가지 못하고, 일곱번을 식히고 볶기를 반복해 봤다. 전용가마가 아니라 가스불과 프라이팬에 하다보니 사실 더 볶으면 잎이 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과정을 통해 그냥 햇볕에 말린 비린내나는 나뭇잎이 제법 느낌이 나는 차로 변했다. 약간의 구수함과 나름의 깊은 맛도 있다.


차는 항상 완성된 상태로만 온다고 당연하 게 여기던 생각이 깨진 동시에 살청을 경험해봤고, 차재료가 차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 었다. 차가 왜 값이 나가는 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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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_Bulsik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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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사람에 달렸다” 이 대목에서 잠시 멈춰졌습니다. 아무리 잘 준비된 혹은 덜 준비된 차 한잔이여도 결국 이것을 마시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차는 바뀌는군요...

@mintvilla님 감사드립니다^^

자세하고 세세함이 차에 정성을 들이듯 포스팅도 그러한 듯 하네요.^^
멋지십니다.^^ 잘보았습니다.

@woolgom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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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조용하게 차 내리는 향기가 나는듯 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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