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vely] 널 만난 지 7년째 (feat.맥주500cc의 감성)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 @songvely September. 3.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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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만 난 지  7 년 째

Me after You





    7  

이라는 숫자는 왠지 예쁘다. 1처럼 지나치게 꼿꼿하지도, 8처럼 배배 꼬이지도 않았다. 적당히 비스듬히, 적당히 반듯하다. 반전도 있다. 어릴 때 봤던 '오멘' 같은 영화 때문인지 왠지 불길함이 깃든 6 이란 숫자 바로 뒤에서 7 은 행운을 말한다. 오늘은 햇님군과 내가 만난 지 딱 7년이 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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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자주 가던 카페


  주변의 결혼한 이들은 결혼기념일을 챙기곤 하는데 우리는 처음 만난 날에 유독 의미를 두곤 한다. 그의 생일 바로 전날이라 잊어버릴 수도 없는 바로 이 날. 결혼 기념일은 함께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 같은 날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우주가 만들어 낸 운명같은 느낌이다.(맥주가 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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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카메라, 라이카 D-lux5.
주인 잘못 만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와 처음 만난 건 사진을 취미로 찍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던 (지금도 모르지만) 시절이었다. 카메라도 없이 무작정 사진을 배우러 갔던 날, 햇님군을 만났다.

  출사 후 뒷풀이 술자리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장소로 넘어갈 타이밍에 그는 갑자기 택시를 잡더니 '타세요'라고 말했다. 택시 창문을 두드리는 일행을 뒤로 하고 그는 나를 집 앞에 데려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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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에 따르면 나를 꼬여내 나쁜 짓을 하려던 악당들로부터 나를 구했다고 한다. 사실 난 그 사람들을 악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남편을 날 구해준 백마 탄 기사라고 생각하며 사는 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그 이후로 나는 햇님군과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참 많이도 놀러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사진은 늘지를 않고, 연애만 늘었다. :)

  내일이 그의 생일이기에 월요일인 오늘부터 연달아 거나하게 판을 벌이는 건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먹고 들어오자라는 마음으로 나간 저녁, 우리는 폭우를 만나 길가의 화덕 피자 가게로 피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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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 속의 500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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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튀김이 싫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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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가 단짠 단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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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를 더 주세요!




  야외 테이블에 비가 들이치지 않게 씌워둔 비닐 벽으로 빗줄기가 부딪혀 토독토독 소리를 냈다. 뜨거운 감자 튀김을 호호 불어가며 맥주 500cc를 금새 비워냈다. 그리고 이미 백번쯤 했을 것 같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의 이야기를 다시 풀어놓으며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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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좋은 저녁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오는 포장마차스러운 피잣집에 앉아 월요일 저녁을 늘어지게 보냈다. 화려한 조명이나 음식 없이도 무척이나 행복했던 저녁. 무엇을 먹을지, 어디에 갈 지보다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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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짠


  글 첫머리에 결혼 기념일은 함께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 같은 날이지만,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우주가 만들어 낸 운명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글을 쓰며 술이 점점 깨다보니 오글거리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만큼 신기한거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너와 내가, 하필이면 그 날 그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을까.


  크리스천인 햇님군은 생일 전날에 만났던 나를 하나님이 내려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게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고, 감사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7년이라는 시간을 잘 지켜준 열쇠였다.


운명에 감사하고, 소중히 지켜나가는 우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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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려요 송블리님♡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우주가 만들어 낸 운명같은 느낌

진짜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감사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이 순간이 참 감사하고 행복해요 :-)
앞으로도 그러려구요 ❤️️

7년 축하드려요~백마탄 기사라니 멋지군요..이거 독거님이 좀 배우셔야겠는데ㅋㅋㅋ

ㅎㅎㅎㅎ 독거님도 곧 그런 분을 만나시겠죠? :-)

ㅋㅋㅋ 결혼기념일이셨군요...
추카드려요...!!!

비오는 날 밤에 이런 소근소근 이야기 좋아요^^

축하 드려요. 결혼 기념일 영원히 있지못하는 날이지요~~^

좋은날 행복 가득한 시간 되셨길 기원합니다. :)

(그나저나 시작이 라이카....)

알음다운 이야기 입니다ㅎ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 많이 사랑 하세요 ~~

ㅎㅎ 저희는 처음 알게된 날은 이제 기억이 안나지만, 사귀기로 한 날짜는 결혼 후에도 매년 챙기고 있어요.저희에게도 결혼 기념일보다 더 뜻깊은 날이랄까요 ㅋ
좋은 분을 만나신거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오늘도 또 맛있는거 드시겠네요 :)

악당들로부터 구원(?)받으셨군요!ㅎㅎ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세요~

와우~ 너무 너무 소중한 마음이 느껴지는것 같아요~

맥주 말이죠?? ㅎㅎㅎㅎ 농담입니다~

틈만 나면 짠~

너무 너무 좋아보여요~

앞으로도 매일 매일 행복하시길 바래요~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시다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부러운데요?^^
7년동안 매년 그 날을 이야기하시면서 웃으시겠네요.ㅎㅎ
언제까지 생일이랑 같이 퉁치는 일 없이 꼭 이틀 다 기념일로 즐겁게 지내시길 바래요~~~ ^^

서로의 사랑이 느껴져요. 따뜻따뜻하네요 ㅎㅎㅎ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대해야겠습니다 ㅎㅎㅎ

👨 7주년 축하드려요~ 알콩달콩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는분이 아무래도 사회에서 말썽부릴일도 없구 가정에 충실하겠죠.. 행복한 결혼생활 즐기십시요^^

으아, 이틀 늦었지만 쏭블리님 부부님의 7주년을 축하드려요 :)))
너무 사랑스러운 포스팅이라 흐뭇한 미소를 띠면서 읽었어요 헤헤
두두와는 9월 말에 곧 3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오래된 연인들의 축척된 사랑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빛나요. 저와 두두도 그런 사랑을 이어가고 싶어요 ^^

축하드려요~!! 행복이 가득 담긴 두분의
이야기 너무 좋으네요^^

축하합니다.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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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