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프로라면 자기 글이 얼마에 팔릴 만한 글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남의 글 역시 얼마짜리 글인지 평가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고요. 물론 그게 매번 시장이 내리는 가치와 같을 순 없겠죠. 그렇다고 평가 자체를 보류하는 건 스스로 자기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남들은 어떤지 볼 줄 아는 눈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건 바꿔 말하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단 소리예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저도 셀봇은 하지 않지만, 그건 다른 이유에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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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르작가이기 때문에 시장 평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버릇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가치보다 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설을 쓰다 보니까요. 무료 연재로 독자들의 반응을 먼저 확인한 뒤에 출간을 하는 게 보편화된 곳이기도 하고요. 먼저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한 뒤에 연재를 하더라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즉각 수정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출간 계약이 엎어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었고요.
제 자신이 쓴 글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시장 평가를 더 중요하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님의 확고한 말씀이 솔직히 부럽게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것 같은 눈을 가지려면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글에 확고부동한 가치를 내린다는 의미보다는 시장 가치로 어느 정도일지 추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작가님이 이전 글에서 강조한 시장 조사에서 크게 벗어나는 얘기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금 제가 드라마나 웹툰 시나리오를 계약한다고 할게요. 그러면 회당 얼마의 원고료가 책정되어야 할까요? 제작사는 먼저 저의 작품들이 얼마나 흥행했는지 봅니다. 네임 밸류와 수상 이력도 따집니다. 여기에 제가 쓴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제가 어느 랭크에 속하는지 보고 금액을 제시하죠. 위에 얘기한 건 이 중에서 제가 쓴 시나리오 대한 평가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작가 자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고 알 수밖에 없어요. 1차적으로 우리 손으로 상품을 만들어 파는데 얼마짜리인지 나는 모르니 너희가 알아서 평가하라는 건 좀 무책임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우리는 작가이기 이전에 독자이고 한편으론 편집자이기도 해야 합니다. 작가 입장에서만 글을 쓰면 자의식과잉의 자위에 불과하고, 독자의 입장에서만 시장을 보면 트렌드를 선도하기는커녕 끌려다닐 뿐이죠. 그러니 편집자의 눈으로 자신의 작품이 시장 어디쯤에 자리매김할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아아 풀어서 써주시니 이해가 가네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줄 몰랐어요. 저도 어느 정도는 해오고 있던 것들이었군요. 편집자의 눈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니 고민이 깊어지네요.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여전히 듭니다. 제가 아직 그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도요.
아니에요. 다시 보니 제가 적절한 예를 든 건 아닌 것 같군요. 음...
우선 개개의 글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자신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하겠습니다. 이 경우 매번 같은 퀄리티(혹은 가치)의 글을 쓰는 게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 이만한 글을 쓰는 능력'으로 평가를 받는 거구요. 사회인이라면 자신의 업종에서 자신의 최소 연봉이 얼마인지 정도는 알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작가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하한선을 그을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위에 말했듯 쓰는 글마다 편차가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운동선수나 연예인도 매번 플레이를 잘하는 게 아니지만 계약 시점에서는 그 사람의 평균 능력을 고려해서 가치를 평가 받잖아요. 작가도 다르진 않습니다. 실제로 드라마나 웹툰 시나리오쪽에선 그런 랭크가 존재하잖아요.
물론 스팀잇에 적용하면 각각의 글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게 더 공정해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작성자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의 척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죠.
장르소설에서도 각 소설마다가 아니라 작가를 급을 나눠 인세 비율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씀하신 바를 이해했어요. 그리고 스팀잇에 적용했을 경우에도 각각의 글이 아니라 작성자로 판단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만 해도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시는 분(제 판단으로 가치 있는 글을 쓰는 분)이라면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글을 쓰셔서 그 컨텐츠의 질을 판단할 수 없다 해도 평소처럼 보팅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건 이상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보류라는 것은 성급한 결론입니다. 누구라도 이게 얼마 정도에 팔릴거라고는 예상은 합니다. 다만 그게 맞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상을 하는 것과, 스스로 그 예상이 맞다고 생각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남이 지불할 대가를 먼저 매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행위일 겁니다. 남의 글이든 자신의 글이든, 그렇게 정확한 평가가 가능한 사람 같으면 쓰는 족족 대박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어 있어야겠지요. 이건 글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에도 적용이 될 겁니다. 자기가 그걸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남의 것을 보고 가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당장 출판사 차려서 떼돈 벌면 됩니다. 그게 당연한 정론이고, 추구해야 할 이상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보는 눈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항상 맞을 수는 없을 것이고, 업계 대부분의 통상적인 관념으로는 10개 중에 1개만 성공해도 대박이 나는 거겠지요. 보는 눈이 정확하다면 리스팀 하는 족족 대박이 나야 될 겁니다. 그런데 제가 리스팀 하는 것 중에서도 대박 나는건 얼마 안 되거든요. 그렇다면 제 보는 눈이 잘못됐거나 글이 잘못됐거나, 혹은 그걸 못알아보는 독자들이 잘못했거나 하는 것중 하나일까요? 저는 그저 글이 때를 제대로 못 만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은 그냥 그러하기에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가치가 평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글 자체의 가치와 보는 사람의 가치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적인 고유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쓴이가 스스로 자신의 글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그러한 만남을 왜곡시키는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뜰 글은 뜹니다. 안 뜨는 글을 뜨게 할 수도 있겠지요. 뜨게 하려고 해도 안 뜨는 글도 있을 겁니다. 뭐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으니,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
위에 댓글이 있으니 짧게 보탭니다. 스팀잇의 기능에 비추어 보면 이렇게 될 겁니다. 셀봇한 글의 보상이 시장의 평가와 부합하다면 그게 최소이자 최대 보상이 되겠죠. 과대 평가 되었다면 다운봇으로 조정될 테구요. 과소 평가 되었다면 더 많은 보팅이 추가되겠죠. 뭐... 말씀하신 대로 정답이 없는 문제라 제 생각도 보태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