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에 위치한 서 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동 말레이시아로 나뉘는데, 워낙 떨어져 있어서 문화가 다른 것인지 그 둘 간의 사이도 딱히 좋지는 않다.
말레이시아를 전체적으로 여행해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동 말레이시아가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택시로, 말레이반도에서의 택시는 미터기를 끄고 운전하거나, 또는 실랑이를 벌여 겨우 미터기를 켜고 나면 이리저리 빙빙 돌아서 갔던 반면, 코타키나발루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지역을 나눈 후 지역 A->지역 B에 대한 요금을 미리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2011년 여름. 당시 함께 일하던 친구가 코타키나발루 출신이라 그 지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는데, 마침 모 여행사에서 코타키나발루행 항공권+호텔 패키지를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결국 그해 가을 남편과의 여행지는 코타키나발루로 결정되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나와 남편 모두 지쳐쓰러질 때까지 구경하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에 함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과연 우리는 잘 쉴 수 있었을까?
역시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 경험한 스노클링의 세계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기 전 친구로부터 코타키나발루의 맛집에 대한 정보를 모두 받아놓았기에, 우리에게 호텔 조식은 출발 전 과일 몇 점을 먹는 곳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여행 첫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찾은 우리의 첫 목적지 또한 락사로 유명한 YEE FUNG 레스토랑이었다.
싱가포르의 락사와는 달리 카레맛이 강하던 코타키나발루의 락사. 배가 고팠던 만큼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실 이곳보다 그 전날 밤늦게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한 후 숙소 근처 가게에서 먹은 락사가 더 맛있었는데,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문이 열려있는 가게에 갔던 터라 어디였는지 알 수가 없다.
이후에는 선착장으로 가서 마누칸 섬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마누칸 섬과 사피 섬, 그리고 가야 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마누칸 섬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패러세일링이었다. 바다로 나가자 능숙한 솜씨로 낙하산을 펴고, 우리 둘 모두에게 안전장치를 채운 아저씨는 카메라를 건네달라고 하셨다.
함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도 좋았고, 중간중간에 바닷물에 빠지는 것 또한 재밌었다. 그렇게 짧은 패러세일링이 끝낸 후 다시 마누칸 섬으로 돌아왔다.
이후 해변에 도착해서 가방을 연 순간 헉하고 놀랬다. 세상에! 선크림을 안 가지고 온 것이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나오기 전 선크림을 양손바닥에 비빈 후 왼쪽 팔 위쪽에 손을 찍은 순간, 지금 이곳에서 바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숙소는 선착장에서도 좀 거리가 있었으며, 아침 식사도 한 후 바다로 올 예정이었기에 호텔에서 바른다고 해도 해변에 가면 선크림의 효능이 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선크림이 없다니.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지만,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에 들어간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돌이켜보면 마누카 섬의 스노클링 환경이 좋지는 않다. 얕은 바다. 그리고 죽어버린 산호들. 그 때문에 파도에 쓸려 다니다 보면 산호에 긁혀 온 다리에서 피가 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첫 스노클링이었기에 눈으로 물고기를 구경하는 것부터가 너무 재밌는 체험이었고, 이 광경을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한국에서 준비해 간 방수팩에 휴대폰을 넣고 계속해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마누카 섬에서 나온 것은 저녁이 될 무렵이 되어서였다. 물 안에 있을 때는 몰랐던 열감이 느껴져 팔을 봤는데, 세상에! 팔에 손가락 자국이 남은 것이다. 선크림의 효과를 제대로 체험했달까?!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자국은 꽤 오랫동안 내 팔에 남아있었다. 가을에 갔던 여행이기에 망정이지, 봄에 갔더라면 여름 내내 얼마나 부끄러웠을지 모르겠다.
코타키나발루는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여러 곳의 석양 포인트 중 워터프런트로 향했고, 근처의 과일 시장에서 두리안과 망고를 산 후 바다 옆에 줄지어있는 어느 가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사실 해가 지는 것을 보기 전에는 대체 다른 나라의 석양과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었는데, 직접 보니 주홍빛이 더 강했다. 대체 이유가 뭘까?
석양까지 본 후에는 저녁을 먹으러 New Luyang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카레와 후추 소스로 만든 골든 아로마 크랩을 먹기 위해서였다. 왠지 게 요리는 비쌀 것 같은데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난감해 했더니 친절하신 직원분께서 ATM까지 함께 가주셨다. 이후 게 요리를 포함해서 이것저것 주문하고 배불리 먹고 난 후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한화로 12,000원밖에 나오질 않아 깜짝 놀랐다. 돈을 찾기 전에도 그 정도의 현금은 있었는데, 어떻게 게 요리를 주문하고도 그렇게 값이 싼 것인지. 정말이지 배만 안 불렀다면 좀 더 먹고 싶었다.
저녁까지 먹은 후 드디어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에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으악! 살이 너무 익어서 누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옆 사람이 움직이기만 해도 침대에 닿는 면적이 바뀌면서 아팠던 까닭에 너무나도 고생했던 기억. 그런데 더 바보 같았던 것은, 그다음 날에도 똑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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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Yee Fung Restaurant, Jalan Gaya, Kota Kinabalu, Sabah, Malaysia
● Manukan Island, Malaysia
● Kota Kinabalu Waterfront, Sabah., Kota Kinabalu, Sabah, Malaysia
● New Luyang Restaurant, Jalan Kolam, Luyang Phase 1, Kota Kinabalu, Sabah, Malay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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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랑 두리안이 보이네요 ㅋㅋㅋ
먹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비싸서 먹을 수가 읍서용 ㅠ
저도 ㅠㅠ 비싸서 못먹습니다. 완전 좋아하는데 말이죠.
저는 보르네오 섬 고질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강아지 치고는 너무 뚱뚱하잖아요...-_-ㅋㅋㅋㅋㅋ
ㅋㅋㅋ 저희 집에 뚱뚱한 고양이가 있어서...
Golden Aroma Crab 요거 한접시만 드신거 아니죠??ㅋㅋ
두접시는 먹어도 될꺼같은데요, 바다에서 다른 관광객 없이 가이드랑 저랑 스노쿨링해본적이 있어요, 정말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ㅋㅋ 저거 말고도 주문한 음식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폰으로 찍은 사진이 다 날라가서... 또르르..
좋은 포인트에서의 스노클링은 정말 좋죠!!!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셨네요~
남편이 자꾸 말레이시아 가자는데, 써니님 포스팅 보니 가봐야겠어요~ㅎㅎㅎ
많이 멀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스노클링에도 푹 빠졌고요 :)
바닷가에서 보는 석양은 늘 언제나 눈물나게 아름다운 것 같아요. 아련아련
맞아요! 크루즈에서 보는 석양도 장난 아닐 것 같은데요..?
세계 3대 석양! 여기 정말 멋지죠~~~ 저도 간만에 추억 돋아봤네요. 감사히 잘 보고가요^^
ㅎㅎ 어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셨을까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