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봤을 때, 사진은 허세야.
‘내가 봤을 때, 사진은 허세야. 뭐 예술을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는데, 별 시답잖은 가치 없는 것들 가지고 다들 둘러앉아 모여서 대단한 것 인양 떠들고 거들먹거리는 세계라니까. 음….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내가 대충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 한 장 찍어서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전 사이에 몰래 한 장 끼워 넣었다고 해보자고. 그러면 사람들이 그 사진을 뭐라고 평할 거 같아? 우와 대단하다고 하지 않겠어?! 그래 그런 거야.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거야. 사진이 그 자체로 별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고. 너무 부풀려져서 그냥 누군가 대단하다고 하니까 대단한 게 되는 거라고. 헤헤 그래서 내가 사진은 허세라는 거야.’
특별히 악의가 없는 건 알고 있다. 그냥 내 취미 생활 비꼬고 싶어서 본심에 없는 이야기를 했음을. 그 아이의 말투가 원래 톡 쏘는 것을. 가끔 상대를 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 불편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빠르게 몰아붙이는 그 아이의 말주변에 당황해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싫어 그 자리가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해변 벤치에 홀로 앉아 멍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 아이가 이야기한 ‘본질적 가치’라는 것은 존재할까? 세상의 모든 것은 외부의 평가로 가치가 매겨지는 것 아닌가? ‘절대적 가치’라는 것은 존재하나? 모든 가치는 상대적인 게 아닐까? 모두가 부질없는 것이라도 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내게는 가치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 보편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사랑, 가족, 배려 등 - 을 모두가 부정하면 그 순간 다 부질없는 것이 되는 건가?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 아이는 종종 이렇게 내 머릿속을 헤집고는 웃는 얼굴로 돌아간다. 모르겠다. 복잡하다. 나는 그래서 철학 같은걸 좋아하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그래! 나는 그냥 사진이 좋다. 저 해변에 행복한 미소의 가족들이 좋고, 그런 순간을 담는 게 좋다. 그리고 그럼에도, 짓궂은 그 아이가 좋다.
photo. @mingo
in 제주 김녕성세기해변
사진 멋있어요. ㅎ 제주도에서 찍으신거에요?
네 ! 제주도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찍었어요:)
뉴비는 언제나 환영!/응원!이에요, 조사한바에 따르면. 텍스트가 공백제외 1000자 이상이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포스트가 된다네요. - kr-newbie 보안관 봇! 2017/07/06일 시작 (b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