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이효리와 캠핑클럽 - 솔직한 사람도 과거의 응어리는 있기 마련

in #aaa6 years ago (edited)

이효리'를 눈여겨보게 된 건 외모도 재능도 재력도 어느 것 하나 닮았을리 없는 별 속 그녀와 내가 의외로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발견해 버리고야 만 이후의 일이다. 재능 넘치는 셀럽이자 트렌디세터, 시대의 아이콘 '연예인 이효리'가 어느덧 조금 멀리 사는 그저 친분 없는 '사람 이효리'로 느껴졌다.

'효리네 민박집'을 보면서 움찔움찔 찔리는 순간이 많았다.

민박집 개업을 앞두고 효리는 외모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미주알고주알 남편 '상순'에게 토로한다. '레이저 같은 거 안 해도 예뻐.'란 정석에 가까운 답을 듣고도 그녀는 계속 의식의 흐름대로 걱정과 고민을 말한다. 그러나 상순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더 급하다. 성에 안 차던 그녀는 음악을 튼다. 화제를 돌리려는 상순의 노력에도 소용없다. 하고 싶은 만큼 쏟아내야 한다. 상순은 애정을 담은 눈빛으로 효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은 약간의 장난과 개그로 마무리.

'상순 오빠'라고 하루에 백 번쯤 부르며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모습.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진짜 신나 버리고 마는 아이 같은 모습, 에너지가 넘쳐 하이텐션으로 열을 올리다가도 체력이 방전된다든지.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감정, 타인에 대한 애정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꼭 뱉어버리고 만나든지. 좋은 순간을 만나면 '좋다.''예쁘다' 누가 듣지 않아도 소리 내어 말한다. 다이내믹한 감정의 소유자, 감정에 충실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만의 의식을 거행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옆 자리에서 같이 TV를 보던 남자친구는 장난기 있는 미소로 말했다.

"어디서 많이 봤던 건데. 이상하게 낯익네."


최근 예능도 뉴스도 거의 보지 않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캠핑클럽'을 보게 되었다. 핑클 완전체가 오랜만에 만나 캠핑을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운전도 음식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데 효리의 표현에 의하면 '아이러브스쿨'에 가깝다고.

'국내에도 저런 곳이 있어?'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광활한 자연, 믿기 힘든 한적함과 여유로움. 제작진들의 섭외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자연의 색감을 천천히 담은 영상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90년대 걸그룹 하면 떠오르는 대표 1세대 아이돌 '핑클' 시절을 레트로 감성으로 추억해 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그러나 진짜 '이 프로가 참 좋다'라고 생각한 지점은 풍경도 출연자도 아니었다. 40살 인생 기억을 지닌 한 사람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너무 늦어버렸을지 모를 이해를 구하기 위해 과거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보듬는 그 치유에 있다.

어릴 땐 누구든 조금씩 더 모가 나 있다. 왜 그때는 '너와 내가 다르다'는 차이가 잠깐의 불편함이 아니라 견딜 수 없는 불쾌감으로만 여겨지게 되는 건지. 미워하지 않는데도 상처를 주고 작은 오해와 망설임이 관계를 순식간에 냉각해 버린다. 그땐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의 구분이 너무나 명확해서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평행선을 그어버린다.

딱 봐도 달라 보였던 '이진'과 '효리'는 그 시절 서로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했다.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지만 대화 할 일도 없었다. 나이가 지나 열린 진이와 결이 안정된 효리는 의외로 잘 통한다는 걸 발견한다. 서로 공통점이 많으며 개그 콤비처럼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다는 것 또한.

"너네가 날 싫어한다고 생각했어. 여기 오기 전까지는"

도도한 척, 관심 없는 척,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두렵다. 날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날 싫어하는 것만 같다. 아무도 배척한 적 없건만 내가 먼저 거절해 버린다. 젊은 날의 우리는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짐을 스스로에게 얹어 가며 무겁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난 시절 가장 원망스러운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왜 그렇게 움추러든 쫄보처럼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건 지. 과거를 회상하면 늘 자신의 못난 점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내 그리움이 덮친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는 건 그 시절 내가 놓친 기회에 대한 아쉬움.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의미. 시간이 많이 지나 더 이상 연락을 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꼭 용기가 난다. 마음을 내비치고 전달하고 싶어진다.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아 같은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에서 서로의 과거와 악수하는 4명의 여자들이 눈물나게 아름답다. 프로그램을 보다가 가슴이 찡해지며 울컥하고 마는 건 나 또한 보고 싶고 그립고 미안한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일 거다.


캠핑 클럽을 보며 왜 이효리를 보며 내가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깨달았다. 20살의 이효리는 연예인 답지 않게 지나치게 솔직했다. 공연 전에 뭘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립싱크를 하기 때문에 외모 단장을 해요.'라는 패기 넘치는 답을 했다고. 포장 없이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있는 말을 필터 없이 꺼내는 타입.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는 타입 (후폭풍이 있을지라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말하고 싶으면 편안하게 나의 속마음과 인생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낯 뜨거운 이야기도 면전에서 잘하고 부족하고 찌질한 나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글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이지.

훨씬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녀와 내가 닮았다고 느낀 건 이것이 나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나야 일반인 A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과 눈치 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인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대단하고 신기하고 많이 아팠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서 내려놓고 사는 삶과 정상에서 담담히 내려오면서도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얼핏 모순 같은 말을 하는 그녀가 이해된다.

그래서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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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가 은근 까방권 있더라구요 ㅎㅎ
저도 재밌게보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까방권이 뭐죠? 죄송

까임방지권이요 ㅎㅎ
효리는 그거 얻었더라구요 ~~

개념있는 행동을 해왔어서요^^

저도 까방권은 첨들었는데, 재미있는 말이네요 ㅋ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이 아닐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예쁘더라고요.
요새 별로 손이 가는 프로가 없는데 역시 다들 많이 보는군요!

ㅋㅋ 연예쪽 담 쌓은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효리 이야기로군요. 저도 갠적으로 친하고싶은 딱 ㅣ인
ㅎㅎ 마란적 없지만 말 한마디조차 늘 내취향 ㅎㅎ
유명인초상 두사람그려봤죠
이효리 문재인 《》

raah님도 좋아하시는구나! 효리님ㅋ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타인의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그래서 그녀가 스타란 생각이 들기도.

raah님 예전에 쿠바노 시리즈 연재할 때 달아준 댓글 텀블벅에 활용해도 될런지요? ㅠ


ㅎㅎㅎㅎ정신없이 읽다보니 다 읽었네요.@raah

참고로 요 댓글입니다.

핑클이 아줌마가 됐네요 ㅎㅎ
트와이스도 이효리처럼 될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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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주현 빼고 다들 결혼한 유뷰녀가 어느새!
다른 건 몰라도 트와이스는 지금도 다들 엄청 친해보여서 핑클과는 좀 다를 것 같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들도 유부녀가 될 지도 모르죠 ㅎㅎ! 소녀시대 정도까진 상상이 가능한데 궁금해지네요 ㅋ

요즘 이거 많이 보나봐요

몰랐는데 역시나 인기 많나 보네요 ㅎㅎ 제 취향엔 아주 잘 맞습니다 :D

공연 전에 뭘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립싱크를 하기 때문에 외모 단장을 해요.'라는 패기 넘치는 답을 했다고.

ㅋㅋㅋ앜ㅋㅋ 효리누나 진짜ㅋㅋㅋㅋ
젊은 시절부터 매력덩어리였네요 ㅎㅎㅎ

핑클 팬 맞아여? ses팬 아니었나요? ㅋㅋ

어??ㅋㅋㅋ 어떻게 알았음?? ㅎㅎㅎ
핑클보단 SES를 더 좋아하긴 했었음 ㅎㅎ 유진누낭 ㅠㅠㅠ

ㅋㅋㅋㅋ 귀여우시죠? 신비주의가 통하던 시절에 마이웨이
뉴위즈님 핑클 팬이였나요 ses팬이였나요? ㅋㅋㅋㅋㅋ

전 핑클보단 SES 였는데ㅎㅎ
그렇다고 핑클을 싫어하진 않았어요 ㅎㅎㅎ

어린 나이였다보니 그냥 예쁜 연예인들은 다 좋아했던듯 'ㅡ';; 크크큭 ㅎㅎㅎ

과거를 회상하면 늘 자신의 못난 점을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내 그리움이 덮친다. 그 사람이 보고 싶다는 건 그 시절 내가 놓친 기회에 대한 아쉬움.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의미. 시간이 많이 지나 더 이상 연락을 닿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꼭 용기가 난다. 마음을 내비치고 전달하고 싶어진다.

오늘도 너무 공감. 저는 고물님 표련력이 참 좋네요.^^

저도 고물님이 쓰시는 표현이 좋습니다. ㅎㅎ

으힛! 미미별님의 댓글은 사랑이죠.
미미별 님도 누군가가 그리우신가요? 프로그램내 bgm으로 선우정아-그려려니 가 나오는데.. 진짜 하아- ㅋㅋ 다시 듣기 무한 반복중이에요.

별이아빠님한테 이를거임 ㅎㅎㅎ

외모는 고물님에게 한표 던집니다~!^^

ㅋㅋㅋㅋㅋ 파치님 요새 너무 덥지요?
쨌든 감사합니다

이효리의 솔직함 때문에 참 좋아합니다.
캠핑클럽은 소란스런 예능과 달라 보기 참 편안하더라구요.^^

gghite님도 좋아하시는군요! 이래서 많은 분들이 효리님을 좋아하나봐요.
맞아요 보고 있으면 그냥 편안한 기분. 자연주의 예능같아요

어제 재핑하다가 우연히 멈춘 채널이였습니다. 이효리 안좋아했는데, 강호동 잡는것 보고 사람이 꽉 차있구나 싶더군요. 화면앞에사도 authentic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 하나인것 보고 이제는 프로 나오면 재핑이 멈추는 현상을 안겨주는 연예인이 되었답니다.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Jayplayco님 아니 1000AAA나 후원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당!
아 ㅋㅋ 저도 효리님 강자앞에서 초초초초강자라서 더 좋아요. 진짜라는 느낌 주는 몇 안 되는 연예인 ;ㅁ; 저 재핑이 뭔지 처음알았어요. ㅋ 채널 돌리는 걸 재핑이라고 하는군요. 재핑하게 만든다니 연예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찬사가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무지무지 감사드립니다. 효리님 만쉐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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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AAA에 써되 되는 거였으면 제가 먼저 쓸 걸 그랬어요 ㅎㅎ
그쵸.. 이걸 보면 왜 그렇게 아련해 지는지 고물님이 설명해주셨네요.

음하하 제가 빨랐습니다. 방송은 AAA에 있더라고요 .
맞아요. 아련아련. 추억에 젖게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