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리버 피닉스)는 긴장을 느끼면 잠들어 버리는 ‘기면 발작증’을 앓고 있다. 고아인 채로 거리에서 몸을 팔며 살아가는 그는 기면 발작에 빠질 때마다 엄마와 관련된 꿈을 꾼다. 그럴 때면 꿈에서 엄마는 마이크를 무릎에 눕혀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든 게 괜찮아 질 거야’ 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잠에서 깰 때마다 마이크는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다. 눈을 뜨자마자 허둥지둥 이어가는 일상은 결코 괜찮지 않다. 끊어진 시간을 채워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언제나 불완전한 현재들만이 이어진다. 불안정한 하루를 살아가며 ‘집’이라고 부를 곳이 없는 마이크에게 모든 곳은 공허한 길일뿐이다.
마이크가 포틀랜드에서 만난 ‘스콧’(키아누 리브스)는 ‘거버너 호텔’이라는 버려진 호텔에서 다른 부랑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 또한 마이크와 다름없이 사람들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벌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에게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두 명의 아버지를 두었다. 거버너 호텔에 부랑자들의 대부인 ‘밥’(윌리암 리체트)과 포틀랜드 시장인 자신의 아버지이다. 시장인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나와 거리에 있는 스콧이지만, 아버지가 시장이라는 것과 그에게서 거액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스콧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 그는 방황이 삶인 부랑아들 사이에서 반항의 주는 달콤한 자유만을 맛보고 살고 있다.
스콧은 기면발작을 일으키는 마이크에게 연민을 느껴 그를 챙겨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길 위를 떠돌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 사이 스콧은 거리의 아버지인 밥의 허풍을 조롱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서는 도리어 자신이 허풍선 같은 다짐을 하기도 한다. 스콧에게 거리의 아버지는 너무나 가벼운 존재이고 자신의 아버지와 독대하기에는 그와의 관계가 너무 무겁다. 그렇게 스콧은 두 아버지를 떠난다. 형을 찾아 아이다호로 떠난다는 마이크의 여정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다호로 향하는 길, 두 사람은 멈춰 있다. 그들이 훔쳐서 타고 온 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콧은 계속해서 시동을 걸어보려 애쓰지만, 마이크는 앞뒤로 길게 뻗어있는 길을 바라볼 뿐이다. 그는 그 길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 길에 와본 적 있어, 내 길이야’ 라고. 이 길은 영화의 시작, 마이크가 서 있던 길이다. 그때 그는 길에 서있는 자신의 처지를 ‘갇혔다’라고 이야기한다. 길은 장소와 장소를 연결하는 ‘지나치는’ 공간이다. 누구도 길을 자신의 정착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이크는 아이다호, 시애틀, 포틀랜드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길 위를 떠돌고 있다.
결국 시동을 걸지 못한 두 사람은 길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이 나누는 대화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처지와 어긋난 마음을 확인시켜준다. 마이크는 ‘평범’하기를 바란다. 그가 지금껏 누려본 적이 없는 것이기에 그에게 평범함은 오랜 꿈과 같다. 하지만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스콧은 세상만사에서 도망치고 싶다. 그에게는 ‘평범’이라는 단어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답답하기만 하다. 또 마이크는 돈을 받지 않고도 스콧을 사랑할 수 있지만, 스콧은 돈을 받지 않는다면 남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둘은 물리적으로는 여정을 함께 하고 있지만, 관계의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두 사람은 연결될 수 가 없다. 마이크는 방황이라는 피하고 싶은 운명을 살아가고 있지만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남아 있다면, 스콧에게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마이크만큼 절박하지 않다. 그에게 방황은 잠깐 반항의 자유를 맛보는 일이며, 사랑은 거래 가능한 서비스 정도일 뿐이다.
마이크는 형을 만나 그에게 엄마의 거처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엄마를 찾는데 집중한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마이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고향’의 기억이다. 그렇기에 그는 엄마를 찾아야만 한다. 자신이 시작된 곳, 그리고 되돌아 갈 곳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와 마이크는 계속해서 엇갈린다. 그가 엄마가 일하고 있다는 호텔을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엄마가 이탈리아로 떠난 지는 꽤 오래된 일이다. 두 사람은 호텔에서 만난 독일 부자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뒤, 오토바이를 판 돈으로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렇게 찾아간 이탈리아에서도 마이크는 엄마를 만나지 못한다. 이번에도 그의 엄마는 그가 오기 얼마 전에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콧은 그곳에서 만난 ‘카멜라’(치아라 카셀리)와 사랑에 빠진다. 눈물을 흘리며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카멜라, 그리고 그녀를 만나 모든 것을 쉬고 싶다는 스콧에게 마이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스콧이 자신의 삶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예정대로 스콧은 자신의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아 부랑아의 삶을 지워낸 채로 살아간다. 그리고 마이크는 그래왔던 것처럼 거리를 떠돌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묘지에서 다시 만난다. 부랑자들의 대부 밥의 장례식과 스콧의 친아버지의 장례식이 한 날 한 장소에서 열린 것이다. 포틀랜드의 시장이었던 만큼 엄숙하게 치러지는 스콧의 친아버지의 장례식과는 다르게 밥의 장례식은 밥의 이름을 외치며 울음과 분노, 웃음이 뒤엉킨 아수라장이다. 스콧은 두 아버지 중에서 자신의 친부를 선택했고, 두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반항’할 대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그가 더 이상 거리와 저택 사이를 오갈 가능성은 차단된다. 스콧은 거리의 삶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게 된다.
하지만 돌아갈 곳도, 기억할 사람도 없는 마이크는 여전히 길에 서 있다. 그의 삶이 계속되는 한 그 길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마이크의 삶이 되어버린 ‘방황’이란 그런 것이다. 멈출 길을 찾아가는 길마저 계속해서 잃고, 잊어버리게 되는 것. 그렇게 그의 삶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길에 들어붙는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마다, 그는 길이 되어 떠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길에 서서 또 다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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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68-my-own-private-idaho?language=en-US)
별점: (AA)
키아누 리브스 정말 어리네요. ^^
저도 그의 리즈를 처음 봤는데 정말 미소년이셨던 !
정말 이젠 옛날 영화네요 ㅎㅎ
그쵸.. 20년도 넘은 ㅎㅎ...ㅠ
리버피닉스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호아킨피닉스와 함께 최고의 배우로 있겠죠
저는 이번 영화로 그의 연기를 처음 봤는데, 단명했다고 해서 안타까웠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