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남극의 주인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전 세계에는 18종의 펭귄이 있는데, 그 중에서 진정 남극종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은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 2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펭귄은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은 남반구에서도 가장 아래인 남극의 대륙에서 볼 수 있는 유이한 종이기 때문입니다. 장보고기지 주변에도 여러 군데의 펭귄 번식지가 있지만, 모두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의 번식지입니다. 황제펭귄은 남극대륙에서도 가장 안쪽에 번식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가장 늦게 발견된 펭귄입니다. 이전까지 발견된 펭귄 중 아남극 지역에서 서식하는 임금펭귄(King Penguin)이 가장 큰 펭귄이었기 때문에 이후 발견된 더 큰 펭귄인 황제펭귄은 임금보다 높다는 의미로 황제펭귄(Emperor penguin)이라고 이름지어 졌습니다. 아델리펭귄은 프랑스의 유명한 남극 탐험가인 드몽드빌(Dumont d’Urville)이 남극에 도착해 발견한 지역을 본인의 아내 이름인 아델(Adele)을 본 따 아델리랜드(Adelie Land)라고 이름 짓고, 그곳에 살고 있던 펭귄을 아델리펭귄(Adelie penguin)이라고 지은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황제펭귄(Emperor penguin)
아델리펭귄(Adelie penguin)
황제펭귄 어미와 새끼
새끼를 품는 아델리펭귄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은 남극에서 번식하고 있지만, 두 종의 번식지역과 번식생태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아델리펭귄은 남극의 육지가 드러난 장소에서 번식하고, 작은 돌을 모아 둥지를 만들고 두 개의 알을 낳아 남극의 여름동안 새끼를 기릅니다. 그리고 남극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새끼와 함께 번식지를 떠납니다. 반면, 황제펭귄은 아델리펭귄이 번식을 마치고 모두 떠난 후 남극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하는 6월이 되면 오히려 남극으로 번식을 위해 돌아옵니다. 바다는 수십, 수백 킬로미터가 넘게 얼어붙어 있어 황제펭귄들은 얼음 위를 걸어 번식지로 돌아와 바다얼음(해빙) 위에서 한 개의 알을 낳아 기릅니다. 황제펭귄들은 해빙위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둥지를 만들지 않고, 한 개의 알을 발등에 얹어 아랫배의 늘어진 살(포란반)로 덮어 알을 품습니다.
장보고기지와 가까운 곳에는 케이프워싱턴(Cape Washington)이라는 황제펭귄 번식지와 인익스프레서블아일랜드(Inexpressible Island)라는 아델리펭귄 번식지가 있습니다. 케이프워싱턴은 남극의 모든 황제펭귄 중 약 8%의 펭귄이 번식하는 장소로, 매년 약 2만 개체의 새끼가 번식하는 지역입니다. 인익스프레서블 아일랜드는 매년 약 2만쌍의 아델리펭귄이 번식하는 지역입니다. 황제펭귄은 둥지가 없기 때문에 새끼수로 매년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둥지가 있는 아델리펭귄은 둥지수(번식쌍수)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성체의 개체수까지 추정하면 케이프워싱턴은 약 6만마리가 넘는 황제펭귄이, 인익스프레서블 아일랜드는 약 8만마리가 넘는 아델리펭귄이 살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케이프워싱턴(Cape Washington)
인익스프레서블 아일랜드 (Inexpressible Island)
두 지역 모두 안타깝게도 장보고기지에서 육상으로 접근할 수가 없고,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갈 수가 있습니다. 해빙위에서 번식하는 케이프워싱턴은 해빙이 녹기 시작하는 12월 이후로는 안전 문제로 가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인익스프레서블아일랜드는 날씨만 좋다면 언제든 방문할 수 있습니다.
펭귄들은 성체와 비슷한 크기로 자라면 새끼들끼리 모이는 보육원을 형성하는데, 서로 뭉쳐있어야 추위와 포식자(도둑갈매기 등)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황제펭귄 새끼
아델리펭귄 새끼들(보육원 형성 초기)
펭귄들은 남극의 여름이 끝나고, 바다가 얼기 시작하는 겨울이 오기전에 번식을 마쳐야 합니다. 어미펭귄들은 새끼들의 먹이를 구하러 해표와 범고래가 기다리는 바다에 매일 위험을 무릎 쓰고 다녀옵니다. 바다에 나갔다 온 어미들은 배속에 가득 채워온 먹이를 토해 새끼를 키웁니다.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황제펭귄(상)와 아델리펭귄(하) 새끼
오랜 시간 동안 남극에서 살아온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에게 사람들은 신기한 동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새들과는 다르게, 이곳 펭귄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습성 때문에 과거에는 사람들에게 잡혀 배의 연료나, 썰매 개의 먹이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황제펭귀에 둘러쌓인 연구원
멀리서 사람에게 다가오는 황제펭귄들
캠프지에 구경 온 아델리펭귄
남극에서 사람들은 방문자일 뿐입니다. 오랜 세월 남극에서 적응해 새끼를 기르며 살아온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이야 말로 진정한 남극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남극은 지구온난화로 매년 해빙이 감소하고 있고, 펭귄의 주요 먹이원인 크릴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인간유래 오염물질이 대기를 통해 펭귄의 조직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언제 펭귄이 사라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접적인 보호활동을 하진 못하더라도, 우리의 행동들이 펭귄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펭귄들도 우리곁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