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거품)'이란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 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의미로 '비이성적인 투기행위'로 이해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버블’의 예시는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이 있다. 내재가치란,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기대수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것을 말하는데, 거품은 자산의 내재 가치가 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산의 시장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인하여 투기가 조장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튤립 거품의 경우, 튤립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가격이 아득하게 초월하여 발생했다. 닷컴 버블 또한, 인터넷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주식 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거품’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의 가치는 무엇일까?
화폐와 금융 시스템
비트코인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화폐는 사람들이 가치를 거래하는 수단이다. 화폐 그 자체로는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 화폐는 사람들이 합의하여 정해준 가치만이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원화를 가지고 아마존 강에 고립되어 사는 원주민들에게 그들의 음식과 거래하자고 하면 그들은 당연히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원화의 가치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용된다. 그 국가들은 원화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어떠한 이유로 지도에서 사라진다면, 원화 또한, 아무리 그 지폐들이 남아있다 한들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화폐는 사람들에 의하여 합의된 가치를 지닌 수단이고 현대의 법정 화폐의 경우 그 가치는 그 화폐를 발행한 국가들이 보증하고 있다.
여기서 이중 지불에 대한 개념을 집고 넘어가자. 위조화폐는 발행자가 인정하지 않는 화폐이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발행하는 달러 위조화폐가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도 일종의 위조화폐들이 발생한다. 은행들이 그 대표적 발행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하는 돈보다 더 많이 타인에게 빌려주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는다. 특히 이는 가상 장부에 숫자만을 바꾸면 되기 때문에 손쉽다.
최근 삼성증권도 이러한 예시인데,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은 발행 주식수와 관계없이 증권사들이 자신들의 재량으로 주식을 시장에 무제한 유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모든 행위들은 법에 의하여 규제되고 위반될 시 제재를 가하지만, 시스템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현 금융시스템이 생각보다 상당히 허술하다는 점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으며, 중앙화 된 금융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부딪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앙화 된 기관(한국의 경우 한국 예탁결제원이다)이 모든 것을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며, 이러한 시스템적 허점으로 인하여 금융기관들은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비트코인의 탄생과 한계
비트코인의 탄생 이념 또한, 이러한 중앙화 된 금융시스템의 맹점인 이중 지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가 만든 암호화된 가상화폐이다. 당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하여 금융산업의 폐해는 일반 대중에 일부분 공개되었고 금융산업이 ‘그들 만의’ 리그이며 금융권과 상류층이 시스템적 허점을 이용하여 일반 대중의 희생 하에 얼마나 막대한 부를 창출해내고 있는지 밝혀졌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암호화된 알고리즘 등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이 가상의 수학적 화폐가 오직 한 명의 참여자에게만 주어지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이중 지불 문제의 해결은 비트코인이 중앙기관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탈중앙 화폐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과연 화폐로서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많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화폐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합의에 의하여 그 가치가 결정된다. 화폐 사용자들의 거래, 즉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원화나 달러 또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그 가치가 변동한다.
다만, 비트코인이 다른 점은 그 가치가 큰 폭으로 변동한다는 점이다. 화폐로서 온전히 거래되기 위해서는 그 가치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가격이 빠른 속도로 변동한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이는데, 한 가지는 비트코인이 자체적인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없고, 두 번째 이유는 아직 법정화폐에 비하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관 투자 기준, 비교적 적은 입출 액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의 경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암호화폐 USDT 등 일명 ‘스테이블 코인’ 등이 있으며, 리플(XRP)과 스텔라루멘(XLM) 또한 이를 지향하고 있다. 두 번째의 경우, 사실 모든 암호화폐가 겪고 있는 문제이지만 화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의 경우 난감한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비트코인 자체의 거래규모가 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빠른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단순 화폐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한다. 화폐보다는 금과 같은 일종의 자산, 혹은 특수한 형태의 화폐라고 해야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하나, 이러한 문제만이 아니라, 높은 출금수수료, 자금세탁, 느린 전송속도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2018년 1월 뉴욕타임스 기고 글에 비트코인을 "a bubble wrapped in techno-mysticism inside a cocoon of libertarian ideology"1 라고 하며 비트코인이 매우 느리고 값비싼 지급 수단이며, 암시장 거래를 위해 주로 사용되고 내재가치가 없는 화폐라고 비판하였다.
비트코인의 철학과 가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1500만 원을 돌파하며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황을 보며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전에 말했듯, 화폐는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합의에 그 가치가 형성된다. 자산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철학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공감할수록,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탈중앙 생태계의 철학과 효용에 공감할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앞서 설명하였듯, 비트코인은 이중 지불 문제, 나아가 근본적으로 중앙 집중형 금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시장은 물론 투기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한들, 결국 그 철학은 비트코인 철학의 원류와 동일하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암호화폐와 이를 거래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가치, 혹은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와 함께 한다. 그 가치를 단순히 효용 혹은 기능의 측면에서 재단하는 것은 현황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기열풍은 단순히 돈에 눈이 멀어 사람들이 ‘코인’을 한 그런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이 사건은 일반 대중의 기존의 중앙화 된, 기득권층을 위한 금융에 대한 실증과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염원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과 투자액의 차이로 인하여 기관투자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기존 주식 시장에서의 일명 ‘개미’라 불리는 일반 대중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처음으로 서로 비슷한 시작점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이는 금융 시장이 만들어진 이후 거의 최초였을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하여 일명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또한 투자를 한 그들의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현재의 주식시장은 암호화폐 시장과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단순화하자면, 주식시장에서 일반 시민은 암호화폐 시장에 비하여 돈이 덜 깎여 나갈 뿐, 결국 정보 비대칭으로 인하여 기관 투자자들에게 돈을 잃는 것은 똑같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투기세력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문제가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암호화폐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 버는 것보다 더 공평하다. 대신 과도한 투자자 피해는 최대한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투기 세력을 억제하고, 프로젝트들의 과도한 자금 모집을 규제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권의 노력을 통하여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탈중앙 금융 생태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며 사토시 나카모토가 꿈꿨던 진정한 글로벌 탈중앙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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