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이 나온 지 벌써 1년. 아직까지 암호화폐를 규정하는 법안이나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는 우리나라의 정체된 모습과 달리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들이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시장의 흐름에 맞춰 제도화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 행보를 살펴본다.
미국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수준의 제도화 사례
뉴욕은 미국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 중 하나로, 뉴욕금융감독청으로부터 비트라이센스(BitLicense)를 취득한 기업만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있다. 비트라이센스의 심사 과정에서 검토되는 것은 KYC 정책, 자본금, 보안 정책 등으로, 현재 코인베이스(Coinbase), 리플(Ripple) 등 약 10개 기업이 비트라이센스를 취득한 상태다. 주 정부 수준의 규제안을 시행하고 있는 뉴욕이지만, 취득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많은 기업이 뉴욕을 떠나게 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연방 정부 수준의 규제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미국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에서 발표한 암호화폐 규제안은 “전송 가능한 가상화폐는 실제 화폐에 상응하는 가치를 갖거나 실제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다. 또한 거래소 관리자를 FinCEN 규제 하의 MSB(Money Service Business)로 규정하여 해당 업체가 미 재무부의 감시 하에 미국의 은행비밀법(BSA)을 준수하도록 한다. 거래소 관리자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발행 권한자 또한 MSB로 규정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자 하는 기업이 타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당국의 규제 범주에 들어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시장 대응
최근 미국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 기관들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을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의 태동기로 읽고 있는 듯하다. 트러스트토큰(TrustToken)의 TrueUSD를 필두로 서클(Circle)의 USDCoin 등 미국의 법적 보호를 받고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코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요 주 정부도 스테이블코인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뉴욕은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트러스트(Gemini Trust)와 팍소스 트러스트(Paxos Trust)에서 신청한 스테이블코인 GeminiDollar와 Paxos Standard의 발행을 허가했고, 텍사스는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으로 해석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암호화폐 시장을 금융상품 시장으로 일부 편입시키기 위한 자산 시장으로 취급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의 선물거래(Futures Trading)가 진행되고 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대주주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는 2019년 초 출범 예정인 백트(Bakkt)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할 예정이고, 나스닥(NASDAQ) 또한 비트코인 선물거래 도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관에서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 예정인 점, G20에서 암호자산(Crypto Asset)으로 용어를 통일한 점이 위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일본의 사정
일본은 암호화폐를 가장 빠르게 수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암호화폐를 실물경제의 결제수단으로 인정한다. 일본은 비교적 옛날부터 암호화폐 거래량의 한 축을 담당했는데, 2013년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마운트 곡스(Mt.Gox), 그리고 2017년 빗썸과 비트코인 거래량 1위를 놓고 다투던 비트플라이어(BitFlyer) 거래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처이기도 하지만 일본은 역대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해킹 사건이 두 차례나 발생한 국가이기도 하다. 2014년 파산을 신청한 마운트 곡스 거래소는 당시 시세로 약 3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2018년 코인체크 거래소는 무려 약 5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넴(NEM)코인을 탈취당했다. 일찍이 큰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은 까다로운 라이센스 제도를 시행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현재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중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달러에 이어 2위로 약 40%에 달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인허가제 등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각 은행이 연합을 구성하여 일본 엔화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J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아직까지 현금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고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여 2020년 개최될 도쿄 올림픽 이전까지 디지털 페이먼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며
미국은 기축통화 보유국으로서, 일본은 차세대 결제수단을 도입하려는 국가로서, 각자의 사정에 맞게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두 국가의 공통점은 거래소와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찌감치 라이센스 제도 운영 등 제도화에 힘썼다는 점으로, 아직까지 규제안이 미흡하여 많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ⅰ Michael del Castillo. [Bitcoin Exchange Coinbase Receives New York BitLicense].《CoinDesk》. (2017.01.17)
ⅱ Daniel Roberts. [Behind the "exodus" of bitcoin startups from New York].《Fortune》. (2015.08.14)
ⅲ 「Application of FinCEN’s Regulations to Persons Administering, Exchanging, or Using Virtual Currencies」. (2013.03.18)
ⅳ ibid
ⅴ Marco Santori. [What is Money Transmission and Why Does it Matter?].《CoinCenter》. (2015.04.07)
ⅵ Gertrude Chavez-Dreyfuss. [New York regulator approves Winklevoss, Paxos dollar-linked tokens].《Reuters》. (2018.09.10)
ⅶ 「Regulatory Treatment of Virtual Currencies Under the Texas Money Services Act」. (2019.01.02)
ⅷ Frunza, Marius-Cristian. 《Solving Modern Crime in Financial Markets: Analytics and Case Studies》. Academic Press. (2015.12.09)
ⅸ [新仮想通貨「Jコイン」 みずほ・ゆうちょ・地銀が連合].《日本経済新聞》. (2017.09.17)
국가 별로 정리를 잘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