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블록체인/암호화폐에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도입하면서 블록체인 2.0 시대가 열렸다. 블록체인 2.0 시대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손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손 쉽게 블록체인을 이용한 사업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이더리움와 같은 코인들은 플랫폼 코인(Platform Coin)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이들 플랫폼 위에서 플랫폼의 블록체인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들을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이라고 부른다.
Dapp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맞물려 시장에는 수 많은 Dapp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들 Dapp들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 규모도 적게는 수억부터 많게는 수천억까지 됐으며, 프로젝트 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 만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가 크며, 이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이 Dapp에 대해 한 가지 의문점을 제기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Dapp이 정말 그 이름 그대로 'Decentralized' Application에 부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 어떤 것이 탈중앙화된 것일까?
Dapp은 이름 그대로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현재 혹은 가시적인 미래의 블록체인에서 어떤 점들이 탈중앙화될 것일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당연히 장부(원장, Ledger)일 것이다. 즉 기존에는 누가 얼마나 결제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한 회사가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각 노드들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 또는 비사용자들도 해당 정보에 대해 접근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데이터이다. EOS나 다른 플랫폼 코인들의 백서를 살펴보면, 향후 파일, 동영상, 사진 등과 같은 데이터들도 IPFS 등의 프로토콜을 이용해 각 노드에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회사가 하나의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소유하던 것을 벗어나게 된다.
여튼 위 두 가지 과정에서 보장되는 것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어떤 정보의 흐름도, 어떤 정보의 상태도 위조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 탈중앙화되지 않은 것은?
그렇다면 이더리움, EOS와 같은 플랫폼 코인에서 탈중앙화되지 않은 것들은 무엇일까?
먼저 위에서 설명한 두 번째, '데이터의 저장'은 탈중앙화되지 않을 수 있다. 즉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으나, 데이터는 기존대로 중앙화된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 검색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개인의 검색 데이터를 블록체인을 통해 저장해야 한다. 이 때 운영 비용은 각 노드들이 떠 맡겠지만, 이 때 발생하는 광고 수입은 구글이 전부 가져가지 못하고 노드들에게 배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주권 개념까지 나아가면, 구글은 광고수입을 검색을 하는 개인에게도 배분해 줘야 할 수도 있다. 더구나 구글 혼자만이 가지고 있던 개인데이터를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 시장에서 구글의 지위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을 구글이 할까? 내가 구글의 직원이고, 구글의 지위와 수익을 계속해서 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이더리움, EOS와 같은 플랫폼 코인 위에서 작동하는 Dapp이 탈중화되지 않는 또 다른 것은 바로 의사결정권이다.
현재 나오고 있는 Dapp들의 토큰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보라. 대부분의 토큰들에게는 지불(Payment) 수준 정도의 기능만이 부여되고 있을 뿐, 주식과 같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이는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블록체인에서는 대단히 큰 오류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가 백서에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비트코인을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많은 암호화폐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야기대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암호화폐의 전송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사업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제 3의 신뢰기관을 의지하고 있다. 많은 Dapp은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주들이 있으며, 이들이 모든 것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결정한다. 이들 사업주가 발행한 토큰은 분명 제 3의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이들 토큰들이 속해있는 생태계는 제 3의 기관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Dapp은 언제 쓰이는 것일까.
따라서 이더리움, EOS, 네오(NEO) 등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 코인들의 위에 올라갈 Dapp은 '중앙화된 기관이 탈중앙화된 솔루션을 필요로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볼 수 있다.
중앙화된 기관이 탈중앙화된 솔루션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있을까?
사실 기존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블록체인 업계가 그리는 비전(분산경제)과는 다르다. 기존 기업들은 분산경제를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이 분산경제에 편입될수록, 그 동안 자신들의 고유한 자산이었던 데이터, 이를 이용한 수익 등을 모두 시장 참여자들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기업이 분산경제에 편입되면 자산, 수익만 놓칠까. 아니, 앞서 얘기한대로 의사결정권도 놓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어떻게 거버넌스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대표단(Delegation)을 선출하여 이들이 블록체인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도록 한다. 즉, 구글의 검색이 퍼블릭 블록체인化 하는 순간, 구글은 자기들 마음대로 블록체인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 의사결정권을 상싱하는 것이다.
그럼 왜 탈중앙화된 솔루션이 필요할까?
그건 결제(Payment)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온라인 상에서 결제를 하려면 '반드시' 신용/체크카드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상품권 등으로 비벼볼 수는 있지만 해외에는 카드 아니면 방법이 없다. 그런데 카드를 만들 수 없는 인구가 20억명에 육박한다. (2015 IMF 조사 결과)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기만 한다면, 기존 기업들은 20억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잠재적 소비자, 생산자로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 Dapp이 Dapp이 되기 위한 조건
진정한 탈중앙화된 어플리케이션이라면 장부 뿐만 아니라 데이터도 모두 공유되고, 의사결정권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Dapp들은 말만 Dapp으로 붙였을 뿐, 시작 확대 외에 어떠한 것도 참여자들에게 내어줄 마음이 없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블록체인들(이더리움, EOS, 네오 등)은 이를 가능하게 할 힘이 없다. (이더리움, EOS, 네오 등은 해당 블록체인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권만 가지고 있을 뿐, Dapp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Dapp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각 Dapp들이 개별적으로 독자적인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거버넌스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큰 그림에서는 주요 의사결정(마케팅, 자금조달 방법, 전략 등)이 블록체인 위에서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개별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만약 운영과 소유를 분리한다 해도, 블록체인에 참여자(토큰 보유자)들이 Dapp을 대리로 운영하는 사람(ex CEO)을 세우고, 이들을 강제로 교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연봉 등에 대한 결정권도 당연히 블록체인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말씀하신 내용들이 이더리움이 플라즈마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방향이고, 그 쯤 되어야 진정한 Dapp이 나올 것 으로 봐요. 다른 플랫폼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도 하구요.
현재 디앱은 게임, 카지노, DEX 정도 인데, 이더리움 온체인 상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이 매우 낮아서 큰 의미가 없죠.
향후 디앱도 개발 초기에는 중앙화 조직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가겠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구조는 탈중앙화 되는 방향으로 가겠죠. 오픈소스 기반의 힘이기도 하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네 이더리움 플라즈마가 단순 확장성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Dapp의 거버넌스 문제도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애초에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플랫폼을 설계한 코스모스가 저는 그래서 더 대단해 보입니다. 플라즈마도 코스모스 개발진에서 주도하고 있죠.
동감하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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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결국 소유권의 문제로 돌아가는군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지켜보아야겠네요.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아무리 분산화가 진행되더라도 인간의 뿌리깊은 권력, 소유의 욕망은 없어지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결국 중요한건 공유의 사회적 합의를 이룰수 있는 인류 전반적인 의식수준의 발달이네요.
리스팀합니다.
못내 찜찜해서 의심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다시금 정리된 글로 읽으니 명확해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하는 주제를 던져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 중에는 가격 상승에 따른 흥분으로 뭐가 중요한 것인지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제법 많죠. @홍보해
dapp 에 대한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저도 dapp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네요 ^^
Dapp에 대한 새로운 관점 잘 보고 갑니다. 보팅하고 가요~
참 어려운 문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되는게 많은 글이네요. 언젠가는 dapp이 주류가 될꺼라는 예상을 합니다만 역시 아직은 너무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리고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카드를 만들 수 없는 인구가 20억명에 육박한다. (2015 IMF 조사 결과)」<- 이에 관한 정보나 링크 있으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안녕하세요, 정확하게는 '카드'가 아니라 '은행 계좌'입니다. 다만 은행계좌가 없으면 카드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세부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worldbank.org/en/topic/financialinclusion/brief/achieving-universal-financial-access-by-202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