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lockinpress에서 단독 기사로 카카오톡이 ICO를 진행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 내용 상, 익명의 사람이 제보를 하여, 이를 바탕으로 쓴 기사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카카오톡의 ICO를 보며, 늘 궁금했던 생각들이 하나 떠올랐다. 과연 기존 IT기업, 즉 네이버나 Google과 같은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실, 이들 기업이 블록체인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다. 훨씬 더 IT 기술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시장 환경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인데, 블록체인에 대해 모르고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이미 정치, 사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의 아젠다(Agenda)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들 기업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습들은 상당히 보기 힘들다.
기껏해야 거래소 사업에 뛰어 든다 던가 할 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업을 블록체인으로 만든다던가 하는 모습들은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검토 중인 선에서 그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IT기업들이 이렇게 블록체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 텔레그램은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텔레그래이 ICO를 진행하는 것은 텔레그램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만들면서 비용을 네트워크에 전가하고, 창업자들은 EXIT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블록체인에 참가하는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블록체인과 기업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보아야 한다.
▣ 블록체인 vs 기업 : 권력, 소유, 분배
블록체인의 가장 큰 철학은 바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와 분산화(Distribution)이다. 두 개념은 약간 다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구조를 벗어나, 최대한 많은 것들에 대한 권한을 다수의 기관/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의 모습을 현대 기업과 연계하여 살펴보면, 크게 3가지 1)권력의 구조, 2)자산의 소유, 3)손익의 분배 측면에서 기업과 블록체인은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1) 권력의 구조
현대 기업 사회에서 권력, 즉 주요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기업 내에 있는 CEO 또는 회장(Chairman)이 가지고 있는 반면, 이론적으로 보면 블록체인의 경우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의사결정이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기업에서도 주주가 있고, 소액 주주도 주요 사항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를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실제 주주가 결정하는 사항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주고, 키워줄 대표이사를 선임하거나, 정말 회사의 큰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만 주주총회를 열 뿐이다. 따라서 주주 시스템이 존재하기는 하나, 여전히 회사는 오너(Owner), CEO 등이 아주 큰 권력을 가지고 회사의 방향을 좌지우지 하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지금 블록체인에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거의 모든 개발 방향에 대한 것들을 투표를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대시(Dash)의 경우, 마스터노드(Masternode)들이 직접 개발 안건에 대해 제안(Proposal)할 수 있고, 해당 제안에 대해 투표를 거쳐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개발 비용까지 대시 네트워크에서 지원을 해주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가지고 있다.
2) 자산의 소유
기업은 자산을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다. 전통적인 자산인 공장과 같은 설비는 물론, IT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얻는 모든 데이터 역시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자산의 독점적 소유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책 Zero to One에서도 나오듯이, 독점을 하는 기업이 외부 제재만 없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더 크고,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한편,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들에게 데이터(원장)를 공유한다. 애초에 누군가가 데이터를 혼자만 가지고 있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노드들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함께 데이터를 보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갑작스레 새로운 노드가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그 존재에게 지금까지 있던 데이터 모두를 무상으로 공유해 줄 정도이다.
3) 손익의 분배
기업은 자신이 모든 비용과 이익을 통제한다. 즉 돈이이 들어오고, 비용이 나가는 과정을 모두 기업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회계적으로 기입하기는 하나, 수익률을 얼마로 가져갈지는 기업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비용은 좀 더 외부환경에 종속적이다.)
예를 들어 Airbnb를 생각해보자. 소비자가 돈을 주는 대상은 Airbnb고, Airbnb는 그 중에 수수료를 제외하고 이를 생산자에게 넘겨준다. 이 때 얼마의 수수료를 제할 것인지는 Airbnb가 결정한다. 물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비용 역시 Airbnb가 담당하고 있지만, 그 비용이 얼마인지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다르다. 애초에 중개기관이 없는 모델을 비전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수수료를 가져갈 주체가 없다. 한편,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비용을 소비자/생산자가 지불하도록 되어 있으나(많은 경우 소비자가 낸다 ex : 이더리움), 해당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네트워크 상에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 기업 구조는 기업(+생산자)가 수익을 갖고, 비용도 기업이 부담하는 방법인 반면, 블록체인에서는 생산자가 수익을 가지고, 비용은 소비자 또는 생산자가 부담하게 된다.(다만, 인건비 등이 적기 때문에 비용도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 이 비용을 가져가는 주체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업과 개인들이다. 그렇다 보니, 블록체인에서 동일한 모델의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기업이 가져가는 돈의 양은 이전 보다 작아지게 된다.
▣ 기업이 블록체인 도입을 머뭇거리는 이유
위와 같이 3가지 관점에서 보면, 기업과 블록체인은 크게 대비되는 모습을 나타낸다. 만약 기업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전면적인 블록체인을 도입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은 그 순간부터 위 3가지인 권력 구조, 자산 소유, 손익 분배에 있어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한다. 일단 기업 자체적으로 개발 방향, 마케팅 방향 등에 대해 결정하기 어렵게 되며, 그 동안 자신의 자산으로 쌓아온 수 많은 데이터들도 전부 공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 자체적으로 수익률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며, 벌어들이는 수익도 적어진다.
과연, 이와 같은 의사결정을 기존 기업들이 손 쉽게 할 수 있을까? 자신들이 지금보다 수익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는데, 선택할 수 있을까? 그렇기 않기 때문에 기존 기업들은 좀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밖에 없으며, 자신들의 캐시카우(Cash Cow)인 사업에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혹여 한다고 해도, 3가지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기존 기업들이 블록체인 도입에 소극적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기존 기업들이 자신의 잃을 것을 생각하여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순간, 신흥 기업들은 시장의 틈을 노리고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기업의 니즈에 관계없이 사용자(User)들은 자신의 효용을 채워주는 곳으로 간다. 소비자는 더 적은 비용을, 생산자는 더 큰 수익을 원한다. IT기업들이 채워준 것은 새로운 서비스였으나, 이제 그 서비스가 너무나 당연 시 되는 지금은 자신의 경제적 효용을 더 채워줄 서비스를 사용자들은 찾고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중개기관을 줄이며(없애며) 그 경제적 효용을 채워줄 가능성이 나타났으며, 이를 노리고 신흥 기업들이 나서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직 이것을 실현시켜 줄 플랫폼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은 무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 시기가 멀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때 이후 본격적으로 기존 IT기업과 신흥 블록체인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기대된다.
좋은 분석 글 잘 봤습니다.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되네요.
조금 전에 묻혔던 글에서 님의 암호화폐의 실체 여부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뉴비입니다만 스팀잇에서도 기존의 검색 플랫폼처럼 자료(글)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이 실감됩니다.
기업과 블록체인의 대비는 기존 자본주의 주식회사와 블록체인의 차이를 명확히 알려주셨습니다. 제 이해의 깊이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또한 그들이 결국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이 새로운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반응할 것이라는 것도 매우 설득력 있게 이해됩니다.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고 또한 그렇게 변해갈 미래가 막연한 우려와 함께 기대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미력이나마 보팅하고 리스팀합니다. 팔로우하며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관심을 가지고 생각했던 주제인데 잘 정리해주셨네요 :)
충분한 설득력이 있네요. 기업들도 이익 창출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미래에 대비하는데 완전 새로운 것이 등장해서 어쩔줄 모르는 상황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