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다]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in #book7 years ago (edited)

■ 원문 :  http://blair.kr/221221099055

■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 일본소설 / 서평 / 리뷰


 [매력쟁이크's 책수다] 책 제목을 먼저 읽고, 아 … 잘못 읽은 건가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맞더라구요.
일본에서는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아로 출간된거 같은데 한국 제목은 '그것'으로 나왔네요.
이런 도발적 혹은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으로도 출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자신의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소설로 써냈다는 사실에도 다시 한번 깜짝 놀랐구요.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다소 부끄럽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제목이었을거예요.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사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조금은 소심하고 답답한 성격으로
자랍니다. 조용하고 매일이 같은 일상, 같은 사람들 속에서 이성 이야기만이 화제가 될 좁디 좁은
시골 동네 안에서 하루 빨리 떠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자립하고 숙소를 마련하자마자 지금의 남편의 만나게 되고 급속도로 친해져 사귀고 잠자리를 하게
되었으나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난관에 부딪치고 삽니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문제는 아니었지만 성관계를 할 수 없지만 서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결혼했고, 그들은 관계할 때마다 피범벅이 되버렸지만… 안타까운 결혼 생활을 이래저래 유지합니다.


 초등하교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되나,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남편과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데 자신의 일까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고…
'곧 죽게 될거니, 괜찮아' 라는 생각으로 자포자기 하며 그녀의 삶은 나락까지 떨어집니다.
남편 몰래 잘 알지 못하는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가기만 하는 거죠.

남편은 외도는 하지 않지만 가끔 유흥업소를 통한 성매매를 하지만 주인공은 그마저도 이해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기형, 불능 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예요. 스트레스 끝에 주인공은 학교를 그만두고
면역체계 이상으로 투병하다 자신의 학교 생활을 힘들게 만들었던 제자와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죠.

앞을 똑바로 보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차분히 걸어나가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드라마틱한 터닝 포인트는 아니였지만 그 이후의 삶은 또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퇴직 후 죽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버텼던 시간들도 어쩌면 그녀의 이후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해요.

남편이 공황장애 판정을 받고 힘들어 했지만 그녀는 묵묵히 그녀의 자리에서 남편을 꼭 붙들어 주고
자신의 힘들고 괴로웠던 과거처럼 혼자 남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을 지킬 힘 조차 없었던 과거는 이미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남편과만 관계가 되지 않았지만… 왜 이혼이나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주인공이 참 안타까웠어요.
그러면서도 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런 말이나 생각도 도 그녀가 너무나도 힘들어했던 세상의 편견이 아니었을까 하고
조금 조심스러워 집니다.

어떤 나이가 되면 어떤 일을 해야하고 … 예를 들면 결혼을 하면 아이를 가져야 하고 첫 째를
가지면 또 둘째도 계획하는 그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벗어나게 되며
느꼈을 소외감을 조금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남편과 성관계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정도 였으니까요. 성관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결혼을 했는데 아이는 왜 없나요?"
라는 질문에는 대체 어떻게 답변을 해야만 했을까요? 그 당혹스러움을요.

참 많이 답답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삶 속에서 많이 힘들었을 주인공이 많이 안쓰러웠습니다.
인생의 끝 자락에서나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기로 결정한 의지에 대해서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나 아픔.
삶을 바라보는 본인의 시각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자기 자신의 풀리지 않는 삶도 괴로웠을테지만 어쩌면 그녀를 자신의 삶조차 외면하고 숨게
만들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편견과 오지랖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무심코 던졌던 말들이 무례한 적이 없었는 지 한 번 돌아보게 만드네요.

그녀의 삶이 달라지는 과정에서도 느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으면
다른 어떤 누구도 소중하게 생각해주지 않는 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됩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스스로 행복할 수 있도록 자신을 좀 더 아끼고 보듬어 줄 수 있기를 …

제목이 주는 선정성에만 가질 가벼운 호기심이 끝이 아닌 소설입니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성기가 들어가지 않아요"라고 하소연하는 부부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의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까.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다고요? 부인, 자주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바엔 차라리 침묵하며 늙고 싶다.
아이도 필요 없다.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우리는 남매처럼,
혹은 식물처럼 조용히 살아가는 삶을 택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터에,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한층 자신을 독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고 싶다.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언젠가.
이렇게 기도하다보니 어느새 스무 살이 되었다.
이런 시골마을에 미련은 없었다.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이 좁은 세계를 탈출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없는 새로운 곳에서 나를 바꾸고 싶다.
눈 덮인 산과 거칠 황무지.
이런 단조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전입신고도 하기 전에 남자친구가 생겼다.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을 피해왔는데 이곳에 오자마자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바꾸려고 노력하기 전에 커다란 파도에 휩쓸렸다.
하지만 이런 놀라움마저 날려버릴 정도로 믿기 힘든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그는 섹스를 할 수 없었다.
성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언제까지나 이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

남자와 사귈 때는 타협하거나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선택해도 되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었던 길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보통사람에게는 당연한 감각이 나에게는 오랫동안 완전히 봉인되었던 셈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미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교실붕괴 원인은 100퍼센트 담임의 지도력이 부족해서야.
학생 가정환경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교사로선 실격이야."
"응, 그래."
여기 있어요. 눈앞에.
나도 그런 한심한 교사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바로 그가 몹시 싫어하는 교사가 되었다.

교무실에서는 권력을 지닌 교사의 안색을 살피고,
교실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소란스러운 교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아무도 내 이야기는 듣지 않습니다.

미칠 것 같아. 아니, 이미 미쳤습니다.

도와주세요.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찼지만 삭히고,
다시 차면 다시 삭힌다.

나는 피를 흘리는 섹스밖에 할 수 없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할 때도, 그리고 남편과도.
내몸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분명 어떤 병이다.
나는 기형. 나는 불능. 나는 피범벅.
나에게는 존슨즈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지금, 영문도 모르는 '아저씨'와 돌이키고 싶지 않은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
어차피 죽을 거니까, 라는 생각만이 의지가 되었다.

어차피 죽는다. 어차피 머지않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죽는다.
또 다른 내가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 그동안 제대로 섹스를 할 수 없었는데 교실이 붕괴하자 섹스에 의존하다니 미쳤다.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서 그 행위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완전히 사로잡혔다.
누구에게서든 좋으니 '넌 아무 문제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나는 텅 비어버린 마음을, 상대는 성욕을 채운다.
나는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고, 그 역시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몸을 빌려주는 것이다.
서로 몸을 빌려준다.
원하는 것은 달라도 그것으로 괜찮았다.

적어도 모르는 남자와 만나는 동안은 학교 일도,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짓은 아픔을 외면하려고 새로운 상처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상처를 잊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잠시뿐.

조금도 좋지 않은데, 단지 몸과 마음이 엉망으로 더럽혀질 뿐인데,
나와 마찬가지로 피폐해진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안심되었다.
그 사람을 통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심한 소리를 했지만, 선생한테는 기대가 컸어. 유감이네. 근데 직업이 교사만 있는 게 아니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이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몸이 나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해봐."
의외였다. 한숨을 푹 쉬며 어이없어할 줄 알았다.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니까"라고 언제나처럼 강한 어투로 비난하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사쿠라이 선생은 애정 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조금 과격하지만 그 선생 나름으로 정이 넘치는 말이었다.
지금껏 지독한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여기까지 오기 전에 한마디 상의라도 해봤다면
반을 바로잡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판이 두려워 그렇게 하기를 꺼린 내가 문제였다.

이 병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본래는 외부의 적을 막아야 할 림프구나 항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내가 나를 공격한다.
어쩌면 이렇게 나다운 병에 걸렸을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도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내 경우가 아마 그에 해당할 것이다.

똑바로 앞을 보세요.
이 한마디가 내 삶에도 의욕을 불어넣은 것 같았다.
계속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지금의 나에게는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잔뜩 긴장해서 출근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지금은 분명히 보인다.
조금씩이지만 나도 변해온 것이다.
똑바로 앞을 보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미유키와 재회해서 겨우 몇 시간 만에 꽤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무렵의 나는 뭐였을까 하고 퇴직해서도 줄곧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죽음을 향해 가지 않도록, 옆에서 지킬 수 있다.
통원 치료를 받게 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며 조금씩
이전의 컨디션을 되찾게 도와줄 수 있다.

분명 무의미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느끼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다는 마음과 마주했던 나날이 쓸모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긴 휴가를 얻으면 어김없이 유흥업소 포인트카드를 손에 쥐고 여행을 떠난다.
예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스탬프가 모이면 지명 요금이 무료다.
이제 두 개만 찍으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전부 안다는 사실을 남편은 모른다.
쭉 모르는 채로 지내길 바란다.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사람과 교제해서 20년이 지났다.
이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성기가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를 낳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맞서지 않아도 된다.
내키는 대로 살아도 된다.

우리에게는 우리 부부만의 방식이 있다.
조금씩이지만, 아직 헤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사로잡혔던 생각에서 해방되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분명 근사한 일이겠죠.
경험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니 아마 틀림없을 거예요.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거듭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단을,
그렇게 살기로 한 결의를, 그건 틀렸다고 가볍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성장 배경이나 살아온 환경 등
다양한 인생의 조각들이 모여 그 사람의 현재가 있으니까요.
이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살아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깨달음을 얼굴을 마주 보며 말하고 싶었습니다.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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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 용도가 따로 정해져 있는거군요... ^^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모르는게 많네요. 댓글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