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도 민감해도 괜찮아> 일자 샌드, 우리의 세상살이

in #book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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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편인 ‘센서티브’의 리뷰를 읽은 분들에겐 반가운 이름일 것이다. ‘일자 샌드’ 그녀는 현재 지도 교수, 상담지도사, 연설가,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으며 자신을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녀에게 민감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사명감 같은 일인걸까. 첫 장, 첫 줄의 이 구절은 책을 여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성격 유형별로 나눌 때, 특정 유형의 설명에 100퍼센트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모든 인간은 한 가지 성격 유형으로 특정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존재이며, 성격이란 평생에 걸쳐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여 자기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다.



 그녀는 당신이 스스로를 어디쯤에 표시할지는 인생에서 어느 시기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다. 10년전, 5년전, 1년전, 심지어 짧게는 몇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괴리감이 무척이나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분법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늘 민감한 쪽에 더욱 속했던 나는, 책을 통해 알게 된 개념으로 일레인 아론이 개척한 ‘높은 민감성’ high sensitivity 이란 것으로 내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깊이 있는 대화를 선호하고,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리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편이다. 혼자 있는 시간도 즐기며, 관계에서 깊은 친밀감과 공통 관심사를 추구한다. (신중한지는 모르겠지만) 과묵할 때도 종종 있으며, 세심하게 배려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종종 마음이 힘들때는 내 마음에 안식처 같은 그곳을 떠올리며 명상에 잠기는 것으로 평정심을 되찾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 외향인에 속하기도 한 나는 낯선 이를 만나기 좋아하고, 집단 내에서 잘 어울리며 친구가 많다는 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때 나는 '민감한 사회적 외향인'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를 어떤 카테고리 안에 끼워맞추거나 단정지어 규정하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을 더욱 이해하고 넓게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이 책이 추구하는 바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기에 스스로를 성찰함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적 세계를 탐구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성격은 타고나는 것인지, 유년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가 얼마나 당신을 다른 방향의 길로 이끌수 있는지, 등을 다루며 이러한 나의 유형에 대하여,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할지를 알려주는 조언이 책 속에 수두룩히 심어져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궁극적으로 바라게 된 점으로는 두터운 감수성과 지혜, 내가 처한 상황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지키는 것이다.


4장 ‘이불 밖에서 기쁨과 의미 찾기’에선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우리들 대부분이 되도록 매일 다른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야 한다고 믿는다.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몸짓을 섞어가며 소통하는 대화를 해야 한다… 용감하게 자기를 표출할 때 만남은 더 생기를 얻는다. 내성적이거나 민감한 사람인 것도, 자기 성격 유형대로 행동하는 것도 전혀 문제없는 일이다. 타인과 나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이 외에도 피할 수 없는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 여유있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 등을 서술하며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방법에 대해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해야 함은 내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것과 뗄 수 없는 진리다. ‘센서티브’ 이후의 좀 더 다양한 내면 세계를 탐구하고 넓히는 데에 도움을 주는 또 다른 명쾌한 책을 만났다. 내 삶에서 ‘일자 샌드’ 란 이름이 더욱 짙게 새겨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