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 김지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in #book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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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일상에서 자율적 글쓰기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영화 감상 후 영화평을 작성하는 일이다.

시작은 그저 영화를 보는 순간의 감상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 몇 마디 적어보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점차 영화를 보다 진지하게 마주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좋아서 지금은 영화를 보고 나면 개인 블로그에 꾸준히 영화평을 올리고 있다. 누군가 나의 영화평을 읽고 공감을 표할 것이라 상상하면, 너무나도 달콤한 동기부여가 된다. 자연스럽게 더 좋은 글, 더 멋진 영화평을 쓰고 싶다는 갈망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던 우연히, 나는 책 『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를 만났다. 강렬한 제목이 두 눈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시작된 글쓰기였지만, 이제는 욕심을 내고 싶다. 영화평, 과연 제대로 영화평을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영화를 배우지 않았다 (두 번째 목차)

나는 과연 영화를 진지하게 이해해보려 했던 적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았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관련 글쓰기를 즐긴다는 사람치고는 영화에 대해서 썩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었다. 지난 나의 영화평을 돌아보면, 그저 순간의 감상을 담아내기에 급급하여 나조차도 글을 쓰며 무척 버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자신이 없었던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따라서 '영화 안에서 묘사되는 대상은 우연적 포착이거나 현실의 반영이 아닌, 필연적인 선택이자 연출자 및 제작자의 해석(pp. 38)'이라는 문장은 나에게 상당한 울림을 주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말은 어쩌면 너무나도 자명할지도 모른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하는 운명 앞에서 무의미하게 낭비한다는 것은 너무 큰 사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단 한번도 그 모든 장면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몇 몇 눈에 띄는 장면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유심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문득 나를 스쳐간 수많은 영화들이 궁금해졌다. 내가 놓친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나는 어쩌면, 영화의 표면만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는 이처럼 영화를 마주한 우리가 가져야할 태도부터 시작해서 영화와 관련된 글쓰기의 종류, 영화를 분석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들과 분석하는 방법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특히 저자 본인이 직접 영화를 다루는 강의를 하며, 학생들이 영화 보고서를 쓸 때 놓치는 부분들을 핵심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독자의 대상이 영화학도가 아닌 영화평을 쓰고자 하는 사람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영화 분석에 필요한 개념적인 지식을 쌓기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만일 자신이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면, 널리 알려진 고전서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실용서로서 추천하고 싶다.

책 『영화평 어떻게 쓸 것인가』을 통해 단순히 즐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평을 쓰겠다는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른 행위라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작정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만 가지고는 훌륭한 영화평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면, 그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영화를 보며 중요한 부분들을 메모하는 습관과 영화의 구성 및 영화와 관련된 주변 정보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를 본 직후, 날 것의 감상을 녹여낸 글이 가장 솔직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는 믿음은 오만이었다. 나의 영화평이 누군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나름의 비평이기에,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더 많은 단서들을 포착하고 더 많은 의미들을 찾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노라 다짐한다. 영화를 구성하는 저마다의 요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나의 영화평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언젠가를 꿈꾸며, 오늘부터 영화와 더 세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눠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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