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은 절대적인 선악의 기준을 제시하는 절대 윤리를 고민하는 시대를 지나, 인권을 천부적 권리로 인정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상대적인 도덕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상대주의적 도덕론으로 발전해 왔다.
상대주의적 도덕론은 “정의”의 문제를 다루며, “정의”는 공평함의 문제로 환원된다. 마이클 샌델의 국내 첫 책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런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도덕을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고 국내에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 간의, 혹은 개인과 사회 간의 질서가 정의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방종적 자유를 누린다면 공동체가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이래 많은 철학자들의 사유의 대상이었다. 공동체적 질서는 필수이다. 아무리 개인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저자는 이전의 책보다는 좀 더 세분화된 영역,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적 사회에서의 “정의”라는 주제를 살펴본다.
제러미 밴담의 공리주의 얘기를 잠깐 해야할 듯 하다. 매우 강력한 공동체적 가치판단 기준이지만, 여기에는 각 개인의 인권이 수치적으로만 판단되는 맹점이 있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정책수립에 제한적으로 고려되는 이상의 효용성을 부여하기는 위험하다. 예를 들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다수의 안전을 위하여 개인에게 고통을 끼치는 고문 행위를 선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악하다고 판달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고문 행위의 비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그 효용성에만 그 근거를 삼는다는 근본적인 한계이자 인권을 위협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공리주의는 존 롤스가 제시한 “Veil of Ignorance” 테스트를 통과하지 않고는 윤리적 관점에서의 공평함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자신이 어떠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지를 모른다고 가정하고, 선택을 해야한다.
최근 사드배치의 문제를 보면 보다 명확하다. 사드 배치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할 때에, 어느 곳에 배치될 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로 판단을 해야 그 공평함이 보장된다는 것이 존 롤스의 공평함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이렇게 사드 배치 유무에 대한 의견에 “우리 동네만 아니라면” 이라는 인식이 들어가면, 이는 공평함을 보장할 수 없으며 공동체는 분열할 수 밖에 없다. 인권을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는 공동체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질서(혹은 자유의 제약)는 공동체의 보존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공평함이라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리주의는 효율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피해를 입는 사람 입장을 반영하기 어렵고, 논리적으로 공리주의적 효용성을 설파할 수 있는 계층(주로 기득권) 만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더욱이 자본주의적 자유주의와 결합한 공리주의는 맹목적 자본적 효율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보존이라는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으며, 사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사고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과연 이렇게 살고 싶은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자본주의는 현대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공리주의적 경제 효용성 논리로 거의 모든 것이 사고 팔리고 있다. “정의”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한 사회가 선택하는 공동체적 윤리라는 점에서 이제 잠깐 숨을 돌리고, 현대인의 삶의 모습이 우리가 원하는 모습인지에 대해 저자는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한다.
책은 다양한 문제제기와 관련한 공평성의 문제를 친절하게 펼쳐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적 가치가 사회 생활에 스며들어서, 여러가지 사회현상 기저에 있는 불공평함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기다림”을 돈을 받고 파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는 지를 저자는 물어본다.
놀이동산에서 우선권을 비싸게 팔고, 공항에서 VIP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새치기가 허용되며, 중국에서는 병원예약줄을 대신 서주는 서비스가 공공연하다. 이미 특정 서비스에 대한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기로 한 사람들 사이에 별도의 비용을 가지고, 서비스를 받는 “순서”까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현상에 숨어있는 공동체적 가치의 붕괴를 생각할 시간도 가져보지 못한 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암표를 불법으로 간주하기로 한 사회적 약속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해야할까? 아니면, 암표도 이제는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 효용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본적 효용성 앞에서 공평함은 가랑비에 속옷이 젖어가듯 서서히 훼손되었다.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그 사회의 수준에 맞는 선을 적절히 찾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훌륭한 문제 제기와 관련한 저자의 해설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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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해
고맙습니다. 전자책 서비스에 스팀을 연결해 보는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서비스같네요
스팀잇에 글을 쓰더라도 어느정도 책이되려면 교정이 필요하니까요
@krguidedog님 @ailove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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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ㅠ.ㅠ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사놓기만 하고 아직 다 읽진 못했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감니다 ^^
정의란 무엇인가가 좀 진부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풀어나갔다면, 이 책은 그래도 자본주의라는 현실에 와닿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글...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syskwl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