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Lucy!

in #busy6 years ago (edited)

336E488B-3F6D-4DBF-AA81-A4341499D9D6.jpeg
이나영 주연의 ‘영어 완전정복’이라는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었다. 동사무소 공무원인 여주인공은 갈수록 많아지는 외국인 민원을 상대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러 학원으로 간다. 스파르타식 영어교육을 하는 곳이었는데(너무 오래전 영화라 기억에 의존) 정기 상황시험에서, 거의 스파이 교육현장같이 총구를 학생들에게 겨누고는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총살이라도 할 것처럼 위협한다.

드디어 이나영의 차례가 되고, 무서운 목소리의 선생님이 문제를 준다.

“What’s your favorite movie~~~?”

이나영은 이제야 살았다는 듯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ㅜ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대충 “어벤저스!!!” 이렇게.

그러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공포스런 음악이 흐르고 목소리는 되묻는다.

“Wwhhhhhhyyyyyy~~~~~?”

그리고 이나영의 백지장같이 변한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아~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장면은 뇌리에 남아있고, 그영화는 정말 잘 만든 영화로 기억한다. 뭐 그거말고는 기억에 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7F158157-044D-42F9-9F0D-9E43EEF21236.jpeg

[Oh Lucy]의 출발은 [영어 완정정복]과는 다르다. 그 영화를 이야기하며 내가 주목한 지점은 바로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영어 앞에 섰을 때 더없이 작아지는 그 ‘자아’들이다.

‘세츠코’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별 존재감 없이 회사생활을 하는 매력이라고는 없는 중년의 여성이다. 언니의 말썽쟁이 딸이자 조카인 ‘미카’의 부탁에 못이겨, 미카의 영어학원 1년 패키지를 양도받는다. 원어민 강사 ‘John’의 첫 수업에서, 철저하게 미국사람이 되는 방법으로 이름을 Lucy라고 짓고, 우스꽝스런 노랑머리 가발까지 쓰게 된다. 그리고 세츠코를 루시로, 그 이름이 있는 세계에서 영원히 머물고 싶게되는, John의 진한 hug를 배운다.
79AFAB71-371F-4623-A6C5-6DCFCE7910B6.jpeg

John의 진한 허그에, 영어 앞에서 움츠러들었던 자아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 순간과도 같은 시간이, John의 큰 몸과 강한 힘으로 세츠코의 외롭고 지친 삶을 위로하듯 흐른다. 그리고 세츠코는 루시가 된다. 가끔은, 상대가 의도하지 않아도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위로받을 때가 있다.

863E42D3-B0FA-4BBB-AC8F-8C1E7ACB7A47.jpeg

거기다가 조쉬 하트넷인데 당연하지 않은가 우하하하하!!!

나머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갑자기 슬퍼진다. 루시가 된 세츠코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프고 슬픈 사랑을 해서가 아니라, 그 찰나의 순간, 따듯하고 묵직했던 hug를 기억하는 루시의, John이라는 허상찾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0BFA2DAC-459F-4549-A7A0-361F6DC7DDD5.jpeg
E6821048-034C-495B-82B9-52255B2553CB.jpeg

John과 함께 미카를 찾아 떠난 여행은, 루시의 백일몽이다. 외롭고도 민망한 루시만의 사랑과 저돌적인 고백 ‘I love you...’

결국에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루시는 다시 세츠코가 된다. 그동안 내 삶이었던 것들이 새삼 지긋지긋하다. 누구의 일상이든 지긋지긋하지 않겠냐만은, 한 번 일탈했다 떠나지 못하고 돌아온 곳의 그것은 차라리 허무虛無에 가깝다.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루시는 내 것이었던 것에 속하길 원하지만 일탈했을 순간에 그녀는 버려졌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돌아온 나는 진심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John의 hug를 기억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그’에게 달려가 그 미국식 hug를 한다. 그것은 누구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닌, 내가 위로받기 위함이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 나는 급기야 탄식한다.

오... 루시....

Sort:  

조쉬 하트넷 오랜만이네요...좋은 영화 소개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러니까 일탈... 영화는 못 봤지만요... 리얼리즘을 표현하고 싶었나보네요..ㅎㅎ

리얼리즘....이라고 할만큼 거창하진 않구요. 그냥 안쓰러운 루시의 늦은 사랑... 그리고 삶을 바꿀 수도 있었던 일탈... 결국에는 떠나지 못하고 돌아온 루시.

잘봤습니다. 무비스팀을 사용하고 계시는군요.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처음 본 것 같네요 ㅎㅎ

아 ㅎㅎ 무비스팀 제가 그냥 붙여봤어요.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일상에 적응 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우연한 기회로 일탈! 하고 나면 색다르고 묘한 기분이죠.

오! 루시라 ... 저도 쬐끔이나마 느껴봐야겠네요 ㅎㅎ .

그 일탈이 삶을 통째로 바꾼 일탈이었다면.:: 그 의미는 남다르겠죠. 루시의 일탈이 그랬어요

조쉬 하트넷이 나오다닛!! :D

네!!! 조쉬가 나옵니다 ㅜㅜ

오 .. 조쉬 하트넷!!! 영화속이지만 포옹하면 정말 안반할수가 없겟네요.:) 루시 ...

보는 것 만으로 반했습니다 흐흐흐 조쉬~~~!

요즘엔 시원하게 집에서 좋은 영화 보는게
최고의 휴가인 것 같아요^^

집에서 편안하게 보실 수 있을거에요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제 0회 짱짱맨배 42일장]5주차 보상글추천, 1,2,3,4주차 보상지급을 발표합니다.(계속 리스팅 할 예정)
https://steemit.com/kr/@virus707/0-42-5-1-2-3-4

5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해요!

무비스팀^^ 선구자 이세요

ㅋㅋ 쓰면서도 이거 혹시 안되나? 이럼서 ㅋㅋ

일본영화에... 조쉬 하트넷 형이 왜 거기서 나와?ㅎㅎ

아항~ 저도 의아했어요. ㅎㅎ 영화 정보를 보니 미.일 합작이라 나오네요. 감독은 일본사람이구요.

조쉬 하트넷 처음 보는 배우예요ㅎㅎ
근데 멋짐 뿜뿜!
북키퍼님은 이제 영어울렁증 없으시죠?
어휴 전 영어 진짜...무서워 죽겠어요ㅎㅎ

!! 우리 조쉬를 모르시다니요... 저는 맷데이먼과 같이, 지금이라도 시집오라면 당장 갈 수 있는 배우랍니다ㅋㅋㅋㅋ 영어는 잘하지도 않지만 못하지도 않아서 울러증은 없어요 ㅋ

완전정복...추억의 제목이네요. 재밌게 봤던 기억이 아삼삼....
루시도 만만찮게 재밌어보이네요.^^

네 만만칞게 재미있습니다 ㅎㅎ

짠하네요.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