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을 넣은 맥주
맥주는 물, 맥아, 홉 그리고 효모로 만듭니다. 맥주순수령에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만, 여기에다가 밀을 넣은 맥주가 있습니다. 흔히 밀맥주라고 부르는 맥주입니다. 하지만 밀맥주도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지요.
그래서 이 포스팅에서는 밀맥주 가운데 바이젠(weizen)에 대해서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바이젠(Weizen)의 뜻
이름의 뜻부터 살펴볼게요. Weizen은 독일어로 밀(wheat)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바이젠을 바이스비어(weissbier)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희다(weiß)란 말과 맥주(bier)를 합친 말입니다. 한마디로 옅은 색(Pale)의 맥주라는 뜻이지요. 에델바이스(Edelweiss)가 독일어로 성스러운(Noble) 흰(Weiss) 꽃이라는 의미이니 연상해서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바이스비어를 줄여 바이세(Weiss, weiß)라고도 합니다.
옅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젠의 색이 노란색이나 황금색이지, 무슨 흰색이냐고 의아해합니다. 비슷한 표현으로 페일 에일(Pale Ale)이라는 스타일이 있는데, Pale이라는 말이 옅은, 창백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하지만, 페일 에일의 색도 사실은 황금색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페일 에일이나, 바이젠이 나온 시기에 다른 맥주들은 듄켈이나, 복 같은 흑갈색 계열의 맥주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아잉거 셀러브레이터(Ayinger CELEBRATOR) / Doppelbock / 6.70%
이런 콜라(?) 색의 맥주가 대부분이던 시절에 뽀얀 맥주가 나왔으니 당연히 흰 맥주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겠지요. 지금이야 이런 색의 맥주가 대부분이니, 그때의 상황을 모르면 이런 작명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Hefe라는 단어를 붙여서 헤페 바이젠(Hefe-weizen)또는 헤페 바이스비어(Hefe-weissbier)라고도 부릅니다. Hefe는 독일어로 효모(yeast)라는 말입니다. 헤페 바이젠은 병이나 캔 안에 효모가 살아서 들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헤페 바이젠은 컵에 따를 때 마지막에 병을 휘휘 돌려서 안의 효모를 헹구어 내듯 따라 주어야 효모가 딸려 나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네요.
반대로, 효모를 깔끔하게 여과한 밀맥주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크리스털과 같이 맑다고 해서 크리스털 바이젠(kristall Weizen)이라고 부릅니다. 밀맥주인데 크리스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면 여과한 밀맥주입니다. 크리스털 바이젠은 일반적인 바이젠보다 깔끔하고 청량감 있는 맛이 특징입니다. 또한 헬레스(helles)라고도 부릅니다. 헬레스란 독일어로 선명하다(bright)라는 뜻입니다. 탁한 밀맥주와 달리 여과된 밀맥주는 선명함을 자랑합니다.
▲ 바이엔슈테판 크리스탈 바이스비어(Weihenstephaner kristall weissbier)
바이젠, 바이스비어, 바이세, 헤페 바이젠, 헤페 바이스비어, 헤페 바이세 모두 독일식 밀맥주입니다. 바이(Wei-)만 들어가면 아! 밀맥주!라고 하면 틀림이 없어요.
바이젠의 특징
바이젠에는 밀이 들어간다고 했죠? 독일에서는 보통 밀을 원재료 중 50% 이상을 넣어야 밀맥주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밀 반 보리 반이지요. 바이젠의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1. 거품이 풍성하고 부드러우며 치밀하다.
바이젠은 거품이 풍성하기로 유명하지요. 무심코 왈칵 따랐다가는 거품이 넘쳐흐르기 일쑤지요. 또한 거품은 부드럽고, 치밀하고, 또한 오래 지속됩니다. 가끔 밀맥주를 어떻게 따라 마시는지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천천히 따라서 적당히 거품이 내려앉을 때까지 주위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려서 먹는 것이 정설입니다. 물론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렇게 마시기가 참 어렵지요.
2. 탁하다.
바이젠이 탁한 이유는 밀 때문입니다. 맥주를 제조하는 과정 중에서 라우터링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여과 작업인데요. 이 여과 작업에는 보리의 껍질이 필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밀에는 껍질이 별로 없어 여과에 도움을 주지 못하지요. 따라서 밀이 많이 들어간 밀맥주는 여과가 잘 되지 않아 투명하지 않고 탁합니다.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에는 naturtrüb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자연스럽게 탁한이라는 뜻이며, 풀이하자면 이 맥주가 탁한 건 더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니까 안심하고 먹으렴이라는 뜻입니다.
3. 바나나와 클로브(Clove) 향
바이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나나 향 또는 클로브(정향)의 향이 나는 겁니다. 이 클로브 향 때문에 바이젠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달달한 향기라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은 치과 소독약,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싫어합니다. 하지만 많이 마시면 쉽게 익숙해집니다.
4. 도수
일반적인 맥주가 5도인데, 바이젠은 5.5도 정도로 살짝 높습니다. 옛 스타일이라서 조금 도수가 높습니다만 그다지 알코올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바이젠
대표적인 바이젠 10종을 소개할까 합니다.
▲ 바이엔슈테판 헤페 바이스비어(Weihenstephaner HEFE WEISSBIER)
▲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PAULANER Hefe Weißbier)
▲ 크롬바커 바이젠(Krombacher Weizen)
▲ 에이딩어 바이스비어(Erdinger Weissbier)
▲ 툭허 헬레스 헤페 바이젠(Tucher Helles Hefe Weizen)
▲ 호프브로이 뮌히너 바이세(Hofbräu Münchner Weisse)
▲ 슈나이더 바이세 탭7 운저 오리지널(Schneider Weisse Tap 7 Unser Original)
▲ 에델바이스 바이스비어(Edelweiss WEISSBIER)
▲ 외팅어 헤페바이스비어(OETTINGER Hefeweißbier)
▲ 아르코브로이 바이스비어 헬(Arcobraü WEISSBIER HELL)
어울리는 음식(Food Pairing)
도수가 낮고 청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딱히 정하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 치킨, 보쌈, 피자와 같은 기름진 음식 -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줍니다.
▲ 떡볶이, 불닭과 같은 매운 음식 - 매운맛을 진정시켜 줍니다.
바이젠을 반주로 먹기 때문에 안 먹어 본 음식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만, 이 음식은 바이젠과 어울리지 않아!라고 생각한 음식은 아직 없었습니다.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 다음으로 음식 궁합이 다양한 맥주 스타일입니다.
맥아당의 맥주 이야기
- 맥주의 구성요소 / 물 / 보리 / 홉 / 효모 / 부가물과 첨가물
- 맥주의 역사 #1 / #2
- 맥주의 분류 - 라거(Lager)와 에일(Ale) #1 / #2 / 랑비크(Lambic)
맥아당의 맥주 인물
맥아당의 맥주 스타일
-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
- 복(Bock), 도펠복(Doppelbock), 아이스복(Eisbock)
- 미국식 부가물 라거(American Adjunct Lager)
- 맥주 스타일?! (Intro.)
맥아당의 시음기
- 상면발효(에일, Ale)
- 쾨니히 루드비히 바이스비어 헬(Konig Ludwig Weissbier HELL)
- 슈나이더 아벤티누스 바이젠 아이스복(Schneider Aventinus Weizen Eisbock)
- 호가든 휫 블랑쉐(Hoegaarden WIT-BLANCHE)
- 시메이 골드(Doree)
- 시메이 화이트(Chimay Tripel)
- 시메이 블루(Chimay Grande Reserve)
- 바이엔슈테판 비투스(Weihenstephaner Vitus)
-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비어 듄켈(Weihenstephaner HEFE WEISSBIER Dunkel)
- 바이엔슈테판 헤페 바이스비어(Weihenstephaner HEFE WEISSBIER)
- 가펠 쾰시(Gaffel Kolsch)
- 에이딩어 바이스비어(Erdinger Weissbier)
- 뒤세스 드 브루고뉴 (Duchesse de Bourgogne)
-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PAULANER Hefe Weißbier)
- 기네스 드래프트(GUINNESS DRAUGHT)
- 크로낭부르 1664 블랑(Kronenbourg 1664 BLANC) (1), (2)
- 듀벨(Duvel)
- 하면 발효(라거, Lager)
- 바이엔슈테판 필스(Weihenstephaner PILS)
- 코젤 다크(Kozel DARK)
-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Bud?jovicky Budvar)
- 카이저 돔 켈러비어(Kaiserdom Kellerbier)
-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 에히트 슈렝케를라 라우흐비어(Aecht Schlenkerla Rauchbier)
- 크롬바커 필스(Krombacher Pils)
- 발슈타이너 프리미엄 베룸(Warsteiner premium verum)
-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 휘슬러 베어포 허니 라거(Whistler Bear Paw Honey Lager)
-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guell)
- 크로낭부르 1664 오리지널((Kronenbourg 1664)
맥아당의 생각과 잡담
전 저도 모르게 이 맥주를 좋아하고 있었군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바이젠 취향이셨군요~ 여기에 나와 있는 10종은 마스터하시길 바랍니다. ㅋ
저의 맥주 교과서이십니다. ㅎㅎ
과찬이십니다. ㅋㅋㅋㅋ
아니에요.. 맥아당님을 알고부터 마트에서 맥주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어요 ㅎ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려고 글을 쓰는 거라서...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ㅋ
호프브로이와 슈나이더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슈너이더는 정말 최고던데... 생맥과 병맥의 맛차이는 조금 있는듯합니다.
어떠신가요? 보통 생맥이 더 맛있긴한데, 생맥이 더 나으셨을려나요? ㅋㅋ
당근이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생맥을 마시러 가고 싶어요! 한국에서 그 맛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에서 포기했지요ㅠ
오 현지에서 직접드셨군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