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 글을 읽고 있으면 문득 서예에 대한 생각이 난다. 아마도 글씨체 때문인가 싶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진한 먹 냄새를 맡으며 살아온 날들이 꽤 되었다.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열심히 붓을 잡았었을까.
어렸을 적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처음으로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후 부터 학교가 끝나면 무작정 서예학원에 갔다. 다녔던 학원을 통틀어 가장 오래 다닌 유일한 학원이었다. 다른 학원에 다니면 많이 다녀도 세 달이면 그만 다니고 싶어했는데 왜 그만두지 않고 오래 다녔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던 중 햇수로 3년이 지나고 시에서 열린 가장 큰 대회에서 1등을 했을때가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지루해져서 붓을 놓고 싶었던 시점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흥미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무슨 이유에선지 조금이라도 있었던 흥미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렇게 이제 다시는 내 인생에서 서예는 없을 줄 알았다.
몇 해가 흘러 대학 진학 후 여러 동아리에서 신입생 모집을 위한 행사를 했을 때였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붓으로 씌어진 한자에 유독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 있으니 다시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동아리에 입부했고 내 의지에 의해서 다시 서예를 시작했다. 학원보다도 더 체계적이었고 기초부터 다시 배우면서 이것이 붓으로 쓰는 진짜글씨라고 생각되었다.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손에 단단히 잡아 원을 그리듯이 갈면서 나기 시작하는 먹 냄새가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묵향이라고 하지. 나는 언제 맡아도 변함없이 먹 냄새가 좋다. 화선지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나만의 하얀 세상에 내가 생각하고 해석하는 대로 한 획 한 획 채우며 무아지경에 빠진다. 그때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않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을 즐긴것 같다.
나는 단단하기만 한 붓을 부러트리겠다는 일념으로 힘주어 꽉 잡고 붓이 이기나 내 손이 이기나 경쟁하듯이 글씨를 썼었다. 그때는 붓에 힘을 주지 않고 쓴 글씨는 진정한 글씨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 당시 글씨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것 같다. 혼을 담아 글씨를 쓴 작품은 종이에 지나지 않음에도 시간이 지나도 작가의 혼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서예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손이 매울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붓을 안잡은지도 오래됐지만 이따금 먹 냄새가 그리워 지기도 한다.
서예에 대한 위상이 예전같지가 않다. 서예가가 되려는 젊은 작가가 줄어들고 있고 서예가 가진 특징 때문에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돌파구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다양한 서체를 가진 한자에 비해서 한글은 몇 없었다. 이런 단점을 캘리그라피가 보완해 주고 있는것 같다. 그동안의 서예는 쓰여진 것을 연구하고 따라하는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글씨체를 붓으로 탄생시킨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역 발상이다. 하지만 이것을 진정한 글씨로 보아야 하는지는 적어도 나에게는 아직 의아하기만 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쁜 글씨를 표현한 것이 많이 있는데 그 이유가 아마 글씨라기 보다는 글씨의 탈을 쓴 그림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서예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한 좋은 변화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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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서예에 끌리신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기억 속에 아니면 몸에 서예에 대한 기억이 새겨져 있으셨던 것 아닐까요?
학교다닐 적 제외하고 붓을 잡아본 적이 없지만 독특하고 하나뿐인 서체에는 가끔 마음을 뺏기기도 해요. 아마 rainsnow님처럼 혼자남아 몰입한 예술을 동경하기 때문일런지요.
그리고 묵향은 멋지죠. 사계절에 모두 어울리는 고혹적인 향.
글이 멋져서 리스팀했어요:D
글쓰기가 아직 서툴러서 부끄럽네요. 자주 쓰다보면 괜찮아지겠죠?
kr-art 태그 사용하셔서 @pinkpig 님 블로그가시면 작가등록도 가능해요~
서예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서예에 관한 글을 쓰다 다시 붓을 잡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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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를 하신 분이군요. 서예도 하나의 세계일 거 같아요. 앞으로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관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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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등 아니 사실 국민학교 시절 한 3년 정도 다닌 것 같습니다. 집에 제가 쓴 개과천선이라는 한자 4글자가 표구되어 붙어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목적의식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왜 서예학원을 그리 오래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련한 추억이네요. ^^
맞아요. 그땐 목적의식이 없었어요.
저도 먹냄새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니 초등학교때 클럽활동인가? 그거 서예반이었던 것 같네요.ㅎㅎ
역시.. 멋집니다. 먹냄새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