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think] 남과 여, 우리가 알고있는 다름은 진짜일까?

in #busy7 years ago (edited)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받았던 말이 있다.

그 사람은 학교 선배였는데,
사업이 망할 위기를 3번 넘겼다는 나의 말을 듣고
"와, 여자가 이렇게 책임감 있는 거 처음 봤어." 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게 무슨 말이죠?"라고 답했고
그 사람은 "아, 칭찬이야! 내 주변 여자들은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더라고."라고 답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그의 아내도 있었다.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음, 그건 제가 여자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라는 말만 하고 넘어갔다.

내가 그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했을까?
'책임감'은 남성만이 가진 특성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남자와 여자를 아주 다른, 이계의 종족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한때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고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남자의 특성으로 생각되는 건 보통 이렇다.
힘이 셈, 논리적이고 분석적임, 책임감 강함, 과묵함

여자의 특성으로 생각되는 건 보통 이렇다.
힘이 약함, 감성적이고 세심함, 나약하고 의존적임, 수다스러움

1. 나는 이런 차이들이 힘을 제외하고는 학습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드러움과 세심함을 강요받는다.
선생님께 나를 괴롭히는 남자아이에 대해서 얘기하면
"걔가 너를 좋아하나 보다. 서툴러서 그런거니 이해해주렴!"이라는 말을 들으며,
남자아이와 맞서 싸우는 여자아이에게는 쌈닭이라는 칭호가 붙는다.(이게 사실 나다)
상냥하게 대하지 않으면 여자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것도 난데..)

반대로 남자아이들은, 강인함과 과묵함을 강요받는다.
남자가 울면 "사나이는 우는게 아니다." 라고 혼나고,
항상 연약한 여자아이를 보호해줘야 하며 말을 많이 하면 계집애 같다고 놀림 받는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고 학습되어 아이가 어른이 되면,
남자와 여자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들같이 인식될 수밖에.

사실, 힘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있다.
모든 여자가 약한 건 아니다!
나는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이 싫어서 정수기 물을 혼자 갈며, 이사 박스도 내가 다 옮긴다.
오히려 누가 도와주는 것은 나를 약하게 보는 것 같아 싫다.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며 그때 도와주시면 땡큐베리머치감사.)

여자는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때로는 여자를 더 약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2. 왜 이런 다름을 남자와 여자의 '특성'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얘기한다.
아니 뭐,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다른데 어떡해?
맞는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남자와 여자는 특성이라고 생각될만큼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걸 '특성'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먼저, 당연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 차이는 더더욱 벌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영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의 뇌는 아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학에 종사하는 남자의 비율과
디자인이나 심리학에 종사하는 여자의 극적인 비율을 보면
이것이아말로 고정관념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를 수 있지.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렇게 드라마틱한 차이는 안난단 말이지)

두번째, 사회가 요구하는 특성에 벗어난 사람에게 가해지는 폭력 때문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인 기준에 벗어난 사람.
머리가 짧거나, 터프하거나, 뚱뚱하거나, 아주 똑똑하거나 논리적인 사람 등에게
사람들은 " 너는 너무 세다.", "그러다 시집 못간다."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언어적 심리적 폭력을 선사한다.

마찬가지로 머리가 긴 남성이나 세심하고 섬세한 남성,
그리고 목소리 톤이 높고 말이 많은 남성에게 "게이 같다.","이상하다"라며
사회적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

이상하게도 내 남성 친구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장면들을 아주 자주 목격한다.

그건 그 사람의 특성이지 "남성적"이냐 "여성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개인의 특성을 존중 받아야 한다.


3. 글을 맺으며,

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인종의 차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흑인이 힘이 세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흑인은 힘이 세니까 육체적 노동에 종사해야 돼!는 아니지 않는가.
지금 흑인은 모든 사회적 영역에 진출하고 있고,
아무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직업을 종사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가서 흑인 CEO한테 가서 "와, 흑인이 이렇게 책임감 있는거 처음 봤어."라고 해보라.
맞거나 고소당할 것이다..

근데 여성은? 여자도 마찬가진데!
지금은 어떤 것이 정말 맞는 것이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사회이다.

'남성적'과 '여성적'이라는 특성이 모호해진다면
나는 모두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성은 지금 가지고 있는 책임감을 좀 덜 수 있을 것이고,
여성은 지금 가지고 있는 억압감에서 벗어날 것이다.

모두가 평등해지는 사회가 되기까지, 나는 계속 의심할 것이다.
'이거, 진짜 그런걸까?'

[MK News] 남자의 뇌, 여자의 뇌…차이점은 '크게' 없었다
http://news.mk.co.kr/newsRead.php?no=247739&year=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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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의한 획일화라고 생각합니다.
수에 비중으로 보았을 뿐
모든이들은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이들은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좋은 말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평소 행동들을 다시 생각해보게하는 글이네요
ㅎㅎ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 소통해요

다시 생각해보셨다니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D 자주 소통해요~~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있는 업종은 여성의 진출이 어려운 분야여서 그런지 거의 특전사 수준의 친구들이 많이 들어오더군요. 선입견과는 달리 여성들이 뛰어난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지 피부색이나 성별에 따라 일반화하는 것은 혈액형에 따른 운명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grazon님 증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XD
혈액형에 따른 운명이라니! 완전 찰떡같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그것도 일종의 "선입견"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남자 여자가 아니라 하나의 "사람"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편견을 해결해 나갈 때
사회가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당
좋은 생각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당~

하나의 "사람"으로 대한다는게 왜 이렇게 마음이 찡할까요.
감사합니다 저스틴님 :D
언제나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소에 그렇게 이런 글에 대해서 공감을 하지 못했는데
인종의 차이라고 하니 확 와닿는군요.

어떻게 비유할까 한참 고민했는데, 확 와닿는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선입관을 가지고 만든 교육이 주문제입니다.
많은 유투브의 영향으로 여성다움, 남성다움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고
이는 나중에 편견으로 들어나게 됩니다.

네 맞아요 ㅠㅠ 교육이 아주 근본적인 원인 같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보는 유투브 방송들이 심히 염려가 되더라구요.
다른거 규제하지 말고 이런거 좀 규제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기둥님:)

^^ 글 쓰느라 수고했어요.

위니님 감사합니다 :D

"그러다 시집 못간다."

맞아요. 다 혼나야돼..
ㅠㅠ

으앙 ㅠㅠㅠ 떼끼 ㅠㅠㅠ

획일화 선입관에 의한 피해자가 이런글들로 줄기를~~!!

제발 ㅠ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D!!

'화성남자, 금성여자'
역대급 똥책이죠...-.-;;

색도 똥색....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