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로 노후를 대비한다

in #calligraphy7 years ago (edited)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갔다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있어도 술한잔 들어가면
어느 순간 고등학교 선생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누가 돌아가셨는 지 그리고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친구는
또 뭘하며 지내는 지 묻다가 하하하
하면서 서스럼없이 이야기한다

난 그때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나의 작품?을 보여주니 우와 한다..
그러다 변리사 친구가 영향을 받아 나처럼 아이패드 프로를
중고로 구입해서 그림을 배우고 있다고 최근 들었다

그러다 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캘리그라피 작가였다
나도 어릴 때 서예를 배워서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있었는 데 해보자라고 하여 시작한 캘리그래피.

. 나의 목표는 좋은 글 명언을 1년 365일 머리속에 심어서 그것을 생활과 삶에 반영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365개의 명언을 쓰고 난 후 나는 나의 글씨체와 패턴에 갖혀서 재미를 잃게 되었다. 물론 365개의 명언 캘리를 쓰고서 더 이상의 목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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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주위 지인들에게 선물로 좋은 덕담을 써주는 정도였다. 그래서 뭔가 전환점 turning point 가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동력이 많이 무뎌졌다
그래서 오늘 나에게 캘리그래피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내인생에 영향을 미친 그 캘리그래피 작가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급기야 아주 번개처럼 전화를 했다.

"반갑다 친구야. 오늘 저녁 시간되냐?"
"음 요즘 추석 전이라 작품 의뢰 많이 들어와서.."
"저녁 먹을 시간도 없냐? 저녁만 먹자. 술은 나도 안먹을려고"
"응 그래 신림으로 와"

그렇게 그 작가친구와 약속을 잡고 부리나케 퇴근을 재촉하였다. 저녁은 한정식으로 작가친구가 근사한 곳을 안내했고 끊임없이 나오는 special 한 한정식의 공연을 음미하면서 우린 캘리그래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캘리그래피를 놓고 싶지 않은데 더이상 목표도 없고 쓰는 것도 재미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냐?"
"너는 장문을 쓰는 데 단어 그러니까 단문을 써봐"
"엉? 단문 쓰라고?"
"단어 한 글자를 쓰면서 느낌을 살려야 해. 글자 하나에 혼을 불어넣어야 해. '바람' 글자를 쓰면 바람이 날리듯이 글도 날려야 하거든. '나무'를 쓰면 우직하고 올곧은 느낌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아~ 하루에 한 글자나 두 글자씩 그날에 생각나는 단어를 쓰고 그 느낌을 글에 표현하라는 거구나?"

이제야 조금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단어에 혼을 불어넣지 않다보니 나만의 느낌이 없었던 것이었다. 맨날 같은 패턴으로 장문을 쓰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밖에~~..
역시 배워야함을 느꼈다..그것도 expert 에게

"그리고 글을 쓸 때 리듬을 살려야 해"
"리듬이라고?"
"같은 글자라도 힘을 줘서 굵게 표현하고 얇게 표현하는 강약이 있어야 하고 단어에서는 받침 'ㄱ' 이 2개가 있다면 그건 같은 패턴으로 쓰면 안되고 하나의 'ㄱ' 은 끝을 짧게 다른 하나의 'ㄱ' 은 끝을 길게 쓰란 이야기야"
같은 'ㅏ' 를 쓰더라도 아래와 같이 직선에 가깝게 쓴 것 ,곡선으로 이루어진것 ,안으로 휜 것 등을 통해 리듬을 살렸다그 작가친구는 어느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이 있는 사람이었다.

밥을 먹고 난 후 근처 공원을 가서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어릴 때 색맹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이과에 할 수 없었고 이과에 진학하면 갈 수 있는곳이 수학교육과라는 말에 문과를 선택해서 고등학생 때는 당구만 쳤다. 당구 500 ...ㅠ.ㅠ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정처없이 여행을 10년간 하면서 유통에 손을 대고 옥션 1위까지 하면서 사업을 했는 데 뜻하지 않게 뒤통수를 맞고 그 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모든 걸 내려놓고 병수발만 8년을 한뒤 서울에 올라왔다.
(간호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닌데 아마 경험해본 사람이
이해할수 있다.)
그때 손에 쥔 것은 종이 100장과 펜 하나. 그렇게 그 친구작가의 캘리그래피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로 노후 준비를 하려고 하니
쉽사리 포기하거나 끊을 수가 없었다..
자 그럼 이게 돈이 될까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물론 돈이 되어 노후에 용돈 벌이라도 하면 좋겠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

내 인생의 행복을 캘리그라피와 함께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늙어서 할게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내가 캘리그라피를 하지 않는다면..

보통 tv를 본다.
산에 오르락내리락 한다.
어쩌면 공짜 지하철로 아산을 갈 수도 있다.

위의 것들을 해도 인생시계는 계속 간다.
그런데 어느 외국에 있는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카뮈의 집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매일같이 그 유명한 장소에 드나드는
관광객을 보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관광객하고도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젊은 사람들하고도..

나이를 먹으면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그래서 친구도 해가 갈수록 준다.
나 역시 그러리라고 생각되서 저 외국의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인생을 즐기고 싶었다.

어제 그 친구작가가 했던 말중에 잊혀지지 않는 말이 있다
'고급스러움은 가독성이나 친절함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
또한 리필 잉크를 사지말고 먹물 4천원짜리 사서 펜 잉크가 닳아지면 먹물 50 물 50 섞어 찍어서 쓰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난 지마켓에서 캘리그래피를 다시 시작하고 단어에 혼을 불어넣어 창작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쿠레타케 22 24 25호 3자루를 샀다.
또 지금까지 a4 용지에 썼는 데 화선지 연습지를 사야겠다. 200장이면 1년은 쓸려나?

힘들고 지칠때 멘토를 찾아가서 성장동력에 불을 지피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작가친구가 처음 서울에 첫발을 딛고 겪었던 인생 역경을 헤쳐나간 스토리와 말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인생은 열심히 하는 자를 배반하지 않더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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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에서 보고 왔어요. 스팀잇 자기소개부터 하시는 게 관계망 넓히기 좋습니다. #kr 태그 꼭 다셔야 한국수팀잇에 뜨니 참고하세요^^

아..그렇군여...감사합니다

캘리크라피 하시는 거 보고 어떻게 시작하셨나 궁금했는데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스팀잇 시작 축하드려요~ ^^

덕분에 시작했어요..새로운 세계로의 인도..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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