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상인 조르그 기스제(Georg Gisze)의 초상화인데 1532년에 한스 홀베인(Hans Holbein, 1497-1543)으로 알려진 화가의 작품이다. 화가로서 기술과 역량이 한창 무르익은 나이이고 그는 헨리 8 세의 초상화도 그리게 되었을 정도이니 이 그림을 그리는 데 큰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다. 탁자에 있는 돈통과 생화를 담은 유리병은 그의 경제적 수준을 보여준다.
중요한 매매 계약서들로 보이는 문서들이 있으며 그의 복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우 단정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뒤에 보이는 매우 작은 저울은 그가 보석을 거래하는 상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1532년이면 중세의 흑사병은 농촌 인구는 감소하고 교회와 봉건 영주의 토지를 기업가들이 사들이도 도시에서는 저렴한 상품 생산을 위해 기계와 상업이 활성화되던 시기이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의 카리브 해에 있는 전초기지들을 발견했다. 콜럼버스가 탐험을 시작한 이유는 각종 향신료의 수입을 위한 인도의 교역으로 얻을 수 있는 금과 보물이었다. 1494년에 이미 스페인은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대항해시대라 불리는 신항로 개척은 이 시대부터 활발히 이루어져 유럽의 해양 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이 더욱 활발해졌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려면 200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과 표정은 중세 말기 유럽에서 자본가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 기업가들은 농촌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통합하고 그들이 완성한 제품을 매매했다. 제조과정을 조직하는 이런 방식을 선대제(putting out system)라고 부른다. 이 체제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였다. 대개 도시에 거주하는 유력한 상인인 기업가는 원료를 사들여 수공업자나 농민들에게 분배하고, 반제품을 다른 기능공에게 넘겨 완제품을 매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