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2월 가상화폐계의 입문한 많은 이들은,
대폭락장(혹자는 조정이라고 하지만 조정이나 폭락이나 흑우에게는 그게 그것)을 겪으면서,
거래소 시세를 매일매일 쳐다보며 밤잠도 못 이루는 나날이 계속 되었을 것이다.
400의 시드로 시작하여
1100을 찍었다가 도로 400으로 떨어진 나 또한 마찬가지로 밤잠을 못 이뤘다.
알트펌핑기에 꽤나 수익을 냈기 때문에 반토막이 났어도, 원금이었지만,
손에 한번 잡혔었던 1100만원이 아른거리는건 나뿐만이 아니었겠지.
흔들리는 멘탈로 인해 가족들에게 짜증도 늘고 회사에서도 한숨만 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 내 멘탈을 잡아준 큰 2개의 위로가 있다.
1.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 SOSO 님이 대폭락의 시작점에서 한 말이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당분간 소홀했던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취미 생활도 하라는 말.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말이었다.
폭락에 어떻게 대응하세요, 라던가 이러한 호재정보가 있습니다, 라던가
혹은 좋은 ICO가 있어요, 손절하세요, 뭐 이런 가상화폐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
뭐 내 생각엔 우상향에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징징거리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 같지만,
나에게는 정말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나는 33세의 가장이다.
와이프는 24살로 9살이 어리다.
이제 갓 100일 지난 딸이 있으며 여러가지로 육아에 손이 많이 간다.
연봉은 매우 적은, 흔히들 말하는 200충이다.
정말 가진 것 없는 나에게, 나라는 사람 하나만 믿고 시집 와준 나의 배우자.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젖 먹고 엄마 얼굴 보고 아빠 얼굴 보고 잠만 자는 우리 딸래미.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줄께. 어떻게든 먹여 살릴께. 라는 심정으로 모아놓은 용돈으로
뛰어든 가상화폐 시장에서 폭락장은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려고 시작했던 가상화폐 시장은
오히려 가족에게 소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퇴근 후 아이를 씻기고, 놀아주고, 눈을 맞춰주고, 배우자와 이야기 했을 시간에
컴퓨터를 키고, 바낸과 트위터를 왔다 갔다 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빗갤을 보며 낄낄대고,
트레이딩뷰를 보면서 유튜브로 차트공부를 하고...
SOSO님의 말은 참 아는 형이 한 말 같았다.
"얌마, 어짜피 니가 손을 못 쓸 상황이라면 쓸데 없이 컴퓨터 보지 말고,
제수씨랑 애기한테 잘 해. 어짜피 잘하려고 이 판에 돈 넣은거 아냐?"
예전에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는 책에서 나온 일화가 생각났다.
아이들을 위해 꽃을 심고 이쁘게 가꾼 정원을 아이들이 망쳐놓았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일화.
가끔 사람들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 행위에 지나치게 몰입을 한 나머지,
그 행위를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목적 자체를 잊고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고자 시작했던 가상화폐 시장때문에
오히려 가족에게 소홀해서는 안되겠지.
어쨌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저 평범한 말은,
나의 투자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켰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포트폴리오와 매매법에 대해서 정말 많은 영향을 준 말이었다.
되도 않는 실력으로 스켈핑을 하겠다고 호가창을 쳐다보며 일희일비 했던 나를
가치투자와 근본적인 흐름을 읽고 매매의 회수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게 했다.
2.내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다.
내가 자주 가는 한 코인커뮤니티에
어떤 분이 작성하신 글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이다.
아..얼마나 많은 공격을 받았는가.
지인과 회사동료들은
"주식하다 망한 놈들이 한 둘이 아닌데, 가상화폐 하다가 망하지나 말어."
티비에서 한 저명인사는
"근본적으로 우아한 폰지 사기"
가족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열심히 적금이나 들어"
정부 인사는
"폭락할 것이라는 것에 ㅂㄹ 두쪽을 겁니다."
투자계의 큰 손은
"하락할 것이라는 옵션이 있다면 전 재산 풀베팅"
내 돈으로 범법행위를 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공격적인, 그리고 인격 모독적인,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발언들.
누군가 그랬다. 충고와 비난의 차이는
본인이 옳았을 때 쾌감을 느끼면 비난이고,
본인이 옳았을 때 안타까움을 느끼면 충고라고.
얼마나 많은 비난을 들어왔는가. (Feat.수많은 "내가 말했지" 충들)
누군가는 오기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흑우"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이 시장에 강력한 믿음을 가진 나로써는,
내가 결국에는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마치 이 장면의 L처럼 말이다..)
뭐 결론적으로는 사실 진작 손절을 하는게 나은 매매법이었겠지만,
갓 입문한 코린이가 (특히 주식이나 어떤 투자도 해보지 않은)
"아! 대폭락장이 오겠구나!" 하고 손절 및 분할매도 법을 쓴다는 것은
이제 갓 100일된 우리 딸래미가 공중제비를 돈 다음에,
아버님 기체 후 일향 만강 하셨습니까 하면서 문안 인사드리는 것과
같은 확률의 일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저 글은, 나와 같이 공격 받는 한 분의 일갈이었을 뿐이었지만,
나와 같은 공격을 받는 이가 있구나,
또한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이가 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며 뭐인지 모를 동병상련의 느낌과 전우애(?)로
위로 받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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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트폴리오이다.
여전히 비율은 이오스,네오,이더리움 25%/퀀텀 15%/비트1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어제부로 추가 입금이 있었다. 원화기준 약 18만원.
별 생각 없이 업비트에 오랜만에 원화 시세를 확인해보려고 로그인 했는데
비트가 조금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바낸으로 옮겼다.
비트의 흡성대법은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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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많이 가는 글이네요.
따뜻한 봄이 어서 다가오기를 바랍니다~
스팀잇 가입 6개월만에 눈팅만 하다 정말 처음 글씁니다. 가슴에 심정이 느껴집니다. 한템포 쉬어가라는. 애기의 공중제비 이야기에 맞는말 같아 더욱 공감하구요. 다같이 커다란 상승장을 위한 현재의 아락장은 이겨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