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이야기 _ 내용 보다는 포장이
모든 직원들이 퀴즈쇼 준비에 정신없다. 가운데에는 박부장을 위한 의자와 전화기를 놓고, 임대리는 인터넷 검색용 노트북을 설치하고, 차대리는 보드판을 옆에 놓고 빨리 쓰는 연습을 한다. 고 과장은 상식책 읽기에 빠져있다. 다른 직원들도 모두 휴가를 가기 위해 퀴즈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직원들이 “우진실업 파이팅!” 이란 글자를 큰 보드판에 쓰고 풀을 붙이고 있는 사이, 한쪽에서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미모의 어리고 사무실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스 최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마치 복싱경기에 라운드 걸처럼 플랭카드를 들고 다닌다. 글래머러스한 몸매, 나이에 비해 세련된 옷차림, 사무실에 모든 남자 직원들에 눈빛을 충전중인 그녀가 사무실의 안녕을 위해 나섰다. 플랭카드에는 ‘박부장님 사랑해요. 우진실업 영원하라’라는 글이 반짝이는 종이로 쓰여져 있어서 형광등 조명을 받을 때 마다 빛났다.
그녀의 등장에 주변의 남자 직원들은 순간 환호의 세리머니를 보냈다. 펄쩍펄쩍 뛰는 직원부터 무릎을 꿇고 미스 최에게 애원하는 듯한 포즈를 하는 직원까지 순식간에 그녀의 향기에 모든 남자 직원들은 갈 길을 잃은 아저씨들이 됐고, 걸그룹이 나오는 공연장에 삼촌팬으로 바뀌고 말았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차대리 짜증나는 표정을 짓는다, 평소에도 한물간 노처녀처럼 자신을 대하는 부서직원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받은터라, 젊고 이쁜 신입직원에게 스포트 라이트가 쏱아지자 어떻게든 돋보이고 싶어 직원들의 눈치를 보다가 더 이상은 이상황을 못참겠는지, 미스 최를 살짝 밀치더니 플랭카드를 뺏어 들고 본인이 직접 워킹을 시작한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을 수 있는한 다 풀어 헤치고, 안 그래도 짧은 치마를 더 올리고 남자 직원들에 눈빛은 의식하지 않은채 플랭카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몸매를 뽐낸다. 패션모델들처럼 약간 게슴치레한 눈빛으로 휘젓고 다니며 뭔가 말하고 싶은 듯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사무실을 한바퀴 돌아온다.
이것을 지켜본 남자 직원들 우~~~ 소리와 함께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하자, 차대리는 귀여운 척 애교를 부리며 남자 직원들에게 손가락으로 하트를 날리며 이렇게 말한다.
“뿌잉 뿌잉, 우쭈쭈. 아 같이 놀아줘용.”
그러나 차대리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직원들은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듯 자기 자리로 돌아가 퀴즈에 대비해서 준비한다.
박부장은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서 긴장된 몸을 풀고 있다. 고 과장, 임대리는 박부장의 어깨와 팔을 마사지한다. 그 모습은 흡사 권투경기장에서 경기 시작전에 코치가 선수를 챙겨주는 듯 보였다. 박부장은 긴장한 채 샤냥에 나선 맹수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을 라디오에 보내고 있다. 드디어 라디오 퀴즈 생방송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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