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시스템의 폐해와 디지털 화폐(CBDC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위대한 발명품이 세가지가 있다. 바로 불, 바퀴, 그리고 중앙은행이다. 중앙은행 시스템은 불과 바퀴에 버금가는 정도로 인류 역사 상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단순히 화폐를 발행하고 유통하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앙은행은 현대 금융경제의 컨트롤 타워이자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핵심 기관이다.

이와 같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국가의 핵심 기관인 중앙은행은 크게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조절을 통해 통화정책을 펼친다.

중앙은행의 가장 유명하고 강력한 정책도구는 기준 금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시중 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자금과 고객에게 유치한 예금을 기반으로 대출을 진행하고 그 차이를 이익으로 가져가는 모델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시중 금리는 이와 같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 금리도 낮아지면서 자금이 시중에 많이 풀려 경기가 확장되고,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시중 금리도 높아지면서 자금이 회수되어 경기가 수축된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자산을 기반으로 상당한 규모로 신용 레버리지를 발생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은행은 보유 자산의 일정 수준을 지급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급 준비율이 변화하면 시중에 풀린 자금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지급 준비율이 높아지면 시중은행들은 시장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고 반대로 지급준비율이 낮아지면 시장의 자금을 흡수한다.

예를 들어, 지금 준비율을 8%에서 10%로 늘리면 자산이 100조인 은행의 지급 준비금은 8조에서 10조로 늘어나면서 2조의 자금을 새로 충원해야 하고 시중에서 풀린 자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지급 준비율을 상승시켜 경제가 과열되거나 시장의 거품이 발생하는 시중은행을 압박하여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반대의 경우로 시장의 하강 시기에는 지급 준비율을 낮추는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현대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는 적절한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앙은행 시스템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모럴해저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각종 자산의 부적절한 버블이 발생하면서 경제 시스템의 건전성은 이미 악화된 지 오래이다.

이와 더불어 중앙은행의 위기 관리 능력 부족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부동산 버블과 2008년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효율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실제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난 이후에도 기준 금리를 0% 에 가깝게 내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돈을 찍어내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까지 동원했지만, 경제의 불평등만 가중되고 오히려 시스템의 불신만 가득해 졌다.

중앙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구조적인 결함을 풀기 위해 중앙은행은 CBDC 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중국, 인도 등이 디지털 화폐 도입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직접 화폐를 발행하거나 소각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지급준비율, 기준 금리로 국한된 정책구조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중앙은행 주도의 블록체인 화폐 시스템에서는 예금과 대출도 기존의 시중은행의 역할은 사라지고 P2P 로 개인간의 직접적인 대출을 진행할 수도 있고, 중앙은행이 직접 대출 시장으로 진입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는 중앙 집중형태의 금융 구조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해당 국가의 지정학적 이슈와 국가 주도의 금융 정책 리스크를 벗어날 수 없고, 이로 인해 금융 위기 민감도에는 여전히 노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스크는 모두 중앙화된 결정구조로 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은 반대급부로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는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