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 하락장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던 '뉴비 진입 불가'가 조금씩 해소되고 있습니다
실명제를 핑계로 입금 계좌를 만들어주지 않고 있던 은행들, 그리고 계좌 인증 등록해주지 않았던 거래소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있네요
하필이면 가장 고점이었던 시기에 들어와 정부의 엇박자 대응, 언론의 윽박을 정통으로 맞은 많은 분들께서
운좋게 저점을 잡아 담을 신규들에 배 아프다고 말하고 계시는데요.
'선배'란 간단히 말해서 '먼저 배운 사람'입니다.
저도 물려있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신규가 정말로 '뉴비'이고, 먼저 투자한 우리들이 '선배'라고 한다면,
과연 우리가 그들보다 얼마나 경험했고, 또 얼마나 공부했는지, 그 점을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의 대하락장이 다시 찾아온다면,
과연 우리는 그간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
뉴비들과는 다르게 그 하락을 피할 수 있을지?
혹은 이제부터 다시 한 번 대상승장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그 추세를 그들보다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을지?
만약 우리에게 그런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들보다 선배라고 부를 수 없겠죠.
따라서 뉴비들이 우리보다 금새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배 아파할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다.
제 자신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봄과 동시에, 그에 대한 나름의 답으로서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의 하락장을 거치며 제가 배운 것들을 간단히 나열해보고자 합니다.
- 종목의 선택이 가장 중요
주식판이든, 코인판이든, 수익을 내는데 있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요인은 단 4가지 입니다.
첫째, 종목. 어떤 코인에 투자할 것인가.
둘째, 비율. 얼마만큼의 금액으로,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투자할 것인가.
셋째, 매수 시점. 언제 사서
넷째, 매도 시점. 언제 팔 것인가.
이 중에서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종목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코인 시장은 장기적 우상향이다'라는 대전제를 믿지 않는다면, 즉 이 시장은 언젠가 꺼질 시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4번 요인, 매도 시점일 것입니다. 거품 붕괴가 오기 전에 무조건 팔아야 하니까요.
그러나 저는 대전제를 믿고 있고, 그 대전제가 옳다는 가정 아래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종목이 됩니다.
스캠을 피하는 것은 기본이고, 실질적인 결과물 없이 아이디어만 늘어놓는 무능력한 개발팀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성 이벤트로 펌핑 받는 코인이 아니라 장기적인 로드맵을 충실히 수행하는 코인을 따라가야 합니다.
적은 투자금액이라면 구글링 정도로도 괜찮지만, 투자 비중을 높인다면 구글 번역을 돌려서라도 백서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그 코인이 현실적으로 효용이 있는가, 누군가가 그 코인에 대해 묻는다면 핵심 개요 정도는 설명할 수 있는가, 꼼꼼히 공부해야 합니다.
코인판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우상향을 그릴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야
2,3,4 번의 요인에서 모두 실수를 해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죠.
- 기본적인 차트 공부 필수
저는 사실 투자에 있어서는 차트보다 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트는 생물이고 머리로는 잘 잡아지지 않습니다.
유명 주식 투자자보다 원숭이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실험 결과도 있구요. 10년 이상의 텀에서는 주식 수익률이 예금 이율도 이기지 못한다는 조사도 있죠.
그러나 감으로 대하락장과 대상승장을 예측할 수 있다면 투자자가 아니라 무당이겠죠. 분명 공부가 필요합니다.
저는 12월 말에 입문한 코인 뉴비이기도 하지만, 투자 자체를 했던 경험이 없어서 당연히 차트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나 하락장 속에서 수없이 실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이동평균선, MACD, RSI, 피보나치 그리고 비장의 무기(?)...
이 5가지가 제가 가진 전부입니다. 과거 차트를 되짚어가며 상상 투자도 해봤구요.
물론 어떤 지표든지 결국 후행이고, 짜맞추기 밖에 안될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것마저 없이 어떡하시렵니까? 영화 '작전'에서 조민형이 말하는 것처럼
'미사일 오고가는 전쟁터에 딱총 하나 들고 뛰어들겠다는데, 누가 말려?' ... 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 촉은 차트 위에 뿌리는 양념처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식단에서 밥은 차트입니다.
- 덧붙여서,
차트의 상승, 하락에 이유는 없습니다. 예측, 대응이 중요할 뿐.
예를 들어, 코인체크에서 넴이 해킹 당해서 대하락이 시작되고 패닉셀이 와도,
여러분이 그 사실을 인터넷 뉴스나 긴급 속보 생방송을 통해 알게 되기 전에,
이미 차트는 하락합니다. 그 순간 이유 찾아봐야 늦습니다.
즉, 차트가 곧 뉴스이고 동시에 결과입니다.
반대로 호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호재란 여러분이 선택한 종목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합니다.
작은 호재인데 크게 오르거나, 큰 호재인데 작게 오르거나, 혹은 심지어 떨어지는 경우 아주 많습니다.
지표가 후행이라면, 뉴스는 귀걸이 코골이 수준입니다.
결국 이 세상에 '선행'이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아, 두가지가 있죠, 여러분의 감과 촉.
그러나 그 두가지를 '우연'이라는 말과 바꿔부르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과연 여러분이 갖고 계실까요?
- 본인만의 투자원칙
이것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으로 여러분과 제가 과연 '선배'인가, 아닌가, 가 판가름 난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도 좋고, 논리 없어도 좋습니다.
나는 정말로 순전히 감과 촉으로 한다, 게시판에 블라인드 글이 많아지면 매수, 혹은 매도 시점이다,
심지어 구글 검색어 트렌드가 어쩌구, 무엇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수익을 낼 자신이 있다, 손해를 피할 자신이 있다, 그럼 여러분은 '선배'로 불릴 자격이 있습니다.
제가 본 가장 독창적인 투자 철학은..
'살까 팔까... 게시판에 물어보고 댓글 반응으로 결정한다'
.... 인정합니다. 자신만 있다면.
어쨌든 기나긴 대하락을 거치며 저에게는 간신히, 이제 막 투자원칙이란 것이 생겼고, 덕분에 손익을 떠나서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저를 부자로 만들어줄지 어떨지를 떠나,
유래없던 12월의 상승 이후 찾아온, 1월의 유래없는 하락
그 안에서 여러분이 무엇을 배웠는지, 앞으로 또다시 그런 장이 찾아온다면 과연 피할 수 있을지, 한 번 자문해보시고
애석하게도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면, 그저 한탄만 늘었다면,
타이밍 좋게 유입되어 들어오는 신규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배 아파할 이유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공유 감사합니다.
마지막 줄이 참 공감이 가네요.
타이밍 좋게 들어온 신규 투자자들의 수익률에 배 아파한다면
길게 못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