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어떻게 눌러야 할 지 모르겠어요."
오늘 오전에 들은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 나는, 한동안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컴퓨터 활용 능력을 지도하고, 워드프로세서 작업과 간단한 웹 페이지 작성을 돕고 있는 일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키보드를 누르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면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과정 중에 키보드를 어떻게 눌러야 할 지를 모르겠다니...
그 말을 한 학생에게 다가가 어떻게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지 살펴보니, 양 손 약지로 버튼을 조심스럽게 누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실 굉장히 신비로워 보였다. 검지를 이용해 독수리 타법을 하는 성인들을 보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었고, 모 기자님이나 모 부장님, 모 형사님도 독수리 타법으로 400타 이상의 타수를 내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 학생은 그들의 타법과는 달리 결혼 반지나 약혼 반지, 애정 반지 등을 낄 만한, 더구나 유난히 운동 조절이 힘든 약지로 키보드를 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생경했다.
이걸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다. 일반인 같았으면 "불편하게 왜 그렇게 하세요?" 라고 물어봤을 텐데, 상대는 뇌신경에 손상을 입은 재활 환자였으며, 사소한 부정적인 자극에도 이 학습 기회를 몽땅 포기할 지도 모르는 나의 소중한 학생이었다.
한참을 지켜봤다. 그리고 내 양 눈으로 하트를 뿅뿅 쏘며, 그의 멋진 키보드 음을 감상했다. 느린 운율이었고, 종종 둔탁음이 들리긴 했지만, 기다렸다. 그렇게 수업을 마쳤다.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예술가를 관찰하는 태도와, 그런 선생님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건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한건가. 오늘도 그런 고민만 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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