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블록체인과 뗄래야 뗄 수 없는암호화폐까지 관심 영역을 넓혀왔다. 2017년 암호화폐가 높은 가격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암호화폐에 투기성 자본이 들어왔고 이를 염려하는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다.
최근 많은 언론을 통해 암호화폐 투자를 비판/지적하는 기사를 많이 접하게 됐다. 이들 기사는 암호화폐 가격 차이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일들이 비일비재 해지면서 돈이 없는 대학생, 취업이 급한 취준생, 안정적 수입원이 필요한 중장년층까지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나 역시 여윳돈이 아니라 생활비까지 털어서 투자를 진행하는 현재 암호화폐 투자 현상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차원의 경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기사 혹은 많은 사람들투기성 투자 현상을 지적하면서 암호화폐 자체를 ‘실체가 없어 위험하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한번 더 들여다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좋아하는 주식이나 현실 세계의 돈 역시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쓴 책 ‘사피엔스(Sapiens)’에서, 저자는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이를 믿는 것’이 다른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이며, 현재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Society)’를 생각해보자. 사회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물리적 형태가 아니다. 루소가 말한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사회는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간의 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사회라는 것은 개념일 뿐, 실체가 없지만 사람들이 이에 대해 인정해줬기 때문에 모두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돈’이 있다.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돈은 ‘종이’에 불과하다. 심지어 요즘은 인터넷뱅킹이 활성화 되면서 돈이라는 것이 디스플레이 상에 나타나는 단순 숫자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그런 종이, 혹은 온라인 상의 숫자가 그렇게도 많은 이들의 각광을 받는 것은, 이것이 ‘가치’가 있다고 돈을 발행한 주체(정부)가 보증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실체는 있는가? 없다. 정부도 사람들이 서로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실체가 없는 인공물일 뿐. 어디에도 대한민국 국가라는 실체는 없다.
이처럼 지금 전 세계를 움직이는 수많은 요소(정부, 사회, 문화 등)는 사실 실체가 없고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오해)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개념들에 대해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어떤가? 0과 1로 표현되는 컴퓨터 코드 속에 있는 암호화폐 역시 위의 것들과 다를바 없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온라인 상에 나타나는 단순 결과값일 뿐이다.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다고 가치까지 없을 수 있을까? 위에서 보았듯이, 수많은 요소들은 실체가 없지만 사람들이 해당 개념을 인정하면서 가치를 가게 됐다. 암호화폐는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네트워크 참여자들, 투자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들은 암호화폐가 가치있는 무엇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시스템이 생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암호화폐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는 주체가 ‘기관’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시가고상품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 CEM)는 12월에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상장할 예정이며 AMEX는 리플을 자신의 해외 송금 시스템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 수많은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신들의 사업을 더 번창 시키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 중이다. 이럼에도 암호화폐가 단순 실체가 없다는 이유 만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어 위험하다는 단순 비판을 늘어놓은 사람들은 암호화폐 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그저 암호화폐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것 뿐이다. 그들이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정말 암호화폐의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성장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투자자만 많을 뿐 암호화폐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암호화폐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들 수익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차원적인 비판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끊어내지 말아야 한다.
잘 읽었습니다. 다만 저는 암호화폐의 가치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암호화폐가 오가는 블록체인이 추가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분산 컴퓨팅 플랫폼인 이더리움은 Dapp이라는 걸 만들 수 있듯이 말이죠. 이런 기능이 없다면 가치로 인정받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초창기 암호화폐는 가치가 곧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초창기의 암호화폐는 대부분 화폐(Currency)를 지향했습니다. 화폐는 변동성이 최소화 되어야 일상생활에 사용가능하므로, 투자처로서의 가치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다만,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화폐에 대한 가치는 소비자들이 부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해당 화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화폐는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는 암호화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의 경우,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정부의 보증을 믿지 않고 있어 자국 화폐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암호화폐(ex 비트코인)나 달러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자국의 돈으로 암호화폐와 달러를 사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화폐의 가치는 소비자가 부여하며,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말씀하신 부분 중 동의가 되는 부분은 많은 초창기 암호화폐가 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소비자가 모든 암호화폐를 선택할리 없으며 가장 가치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고, 많은 소비자들이 가치있다고 믿는 것들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화폐류의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이며, 플랫폼 암호화폐나 유틸리티 암호화폐는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가네요.
아래 댓글포함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hsalbert 님 포스티믈 보고 우연히 들어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