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그닥 음식 가짓수가 많지 않다.
아마 산으로 겹겹이 둘러 쌓인 지형적 이유로
밭에서 나는 작물이 식재료의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곳에서는 김치를 짠지라고 부른다. 고춧가루 외에는속이라는게 거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속재료가 잔뜩 들어간 시댁김치는 낮설었고 젓갈의 깊은맛을 모르는 나는 한동안 즐겨먹지 않았더랬다.
엄마가 해준, 짠지에 가까운 김치에는 시원하고도 톡쏘는 청량감이 있었고 나는 그 맛에 익숙했다.
맞다.
엄마의 음식은 단촐하지만 독특한 맛이 있다. 깊은맛과는 다르다. 내가 자식이라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도 가끔 할머니가 한 뭐가 먹고 싶어 하는 걸 보면 꼭 내 입에만 맛있는 건 아니다.
재료가 별게 없어도 특별한 맛을 내는 건
아마도 최고의 비율을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시간 경험으로 터득한.
간혹 엄마에게 요리방법을 물어보면 허접해 보일정도로 간단하다. 뭐랑 뭐만 넣고 어찌하면 된다는 말이 전부다.
나는 맛갈나게 하는 재료와 비법이 소개된 요리책을 더 믿었다. 당연히 적힌대로만 하면 엄마의 그것보다 더 맛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꾸만 배신을 당한다.
배신당하지 않더라도 그 방법은 뭔가 수고스럽다.
그중 깻잎절임은 여러번을 해도 그맛이 아니다. 한 1000장은 만들었다. 그 정도 시도면 맛을 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결국 두손 들고
엄마가 일러준, 그 별볼일 없어 보이던 방법을 따랐다.
깻잎은 데쳐서 쓰고 야채도 마늘만 넣으란다.
간장, 고추가루, 설탕, 깨 조금 끝! 초간단!
아~~
그래 이 맛이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맛이 난다.
흰밥에 싸서 먹으니 더 맛난다.
뭘 좀 줄이고 뭘 좀 넣으면
다음엔 싱크로율 90%에 도달할 듯 하다.
자고로 어른말을 잘 들어야 떡하나 더 생기는 법인데,
아직도 나 잘 났다고 그 고생이었다.
엄마의 레시피는 그 어느 요리책에도 없다.
그 레시피를 가르쳐 줄 이는 엄마밖에 없고
이어받을 이도 딸밖에 없다.
그만 고생하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겠다.
결국 이렇게 엄마손맛은 이어지나보다.
역시엄마손맛이최고인듯해요 !!^^
그죠 엄마의 맛은 다른 것 같아요.
어디에서도 맛볼수 없는... 열심히 배워야겠어요. ^^
맛있는 저녁하세요~~
엄마 말 안듣는 1인 여기 또 있어요 ㅎ 그 어느 레시피보다 따뜻하고 맛깔난 글과 사진입니다. 아마도 엄마 생각 하며 만드셔서?! 저도 엄마 레시피 하나씩 도전해봐야 겠어요 :)
네 감사합니다. 글쓰기에 용기가 불끈!!!
집집마다 엄마의 레시피는 다 있겠죠?
궁금하네요 집집마다 어떤 레시피들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