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1 - 모방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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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옥스퍼드 대학 국제생물 의학센터와 영국 왕립과학연구소가 함께 개최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심포지엄에 발표된 글을 기초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12가지 주제를 통해 인간의 의미와 특성을 서술한 책이다.
'우리는 왜 인간이라 불리는가?' 내지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가 아니라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그 '무엇'이 인간을 다른 존재와 어떻게 결별하게 했는지 이야기한다. 귀납적 방식으로 인간됨을 찾아가는 것이 자칫 코끼리 뒷다리를 만지면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그리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그만큼 다양한 특성을 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1장 모방 : 수전 블랙모어
2장 기억, 시간, 언어 : 마이클 코벌리스, 토머스 서든도프
3장 인간과 유인원의 차이 : 로빈 던바
4장 원시인류와 언어 : 마우리치오 젠틸루치, 마이클 코벌리스
5장 반은 유인원 반은 천사 : 리처드 해리스
6장 비유물론자의 관점에서 본 물질적 사실들 : 데이브드 흄
7장 우리의 조상과 기후 : 스티븐 오펜하이머
8장 호기심과 탐구 : 찰스 파스테르나크
9장 인간의 진화와 인간의 조건 : 이언 테터솔
10장 인간 본성의 진화와 심층적 사회성 : 앤드루 휘튼
11장 인과적 믿음 : 루이스 월퍼트
12장 요리의 수수께끼 : 리처드 랭엄

제 1장 모방 - 수전 블랙모어(작가, 강사이며 연구 분야는 의식, 약물, 명상, 밈)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이다.

진화의 어느 시점에 인간은 모방이라는 독특한 기술을 얻게 되었다. '모방'은 유전자의 자연 선택에 의해 우연히 얻게 되었지만, 이것은 새로운 복제자의 출현을 야기시킨 획기적인 기능이었음이 곧 판명되었다. 인간의 사회, 문화적인 요소들은 모방을 통해 확산, 재생산, 발전하였고 이런 변화는 유전자의 복제, 변이, 선택의 과정과 닮아있다. 한 집단이 모방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밈'이라 정의한다. 밈이 작동하는 방식이 유전자와 같은 복제, 변이, 선택이어서 밈을 복제자라 부르게 되었다. 유전자도 복제자의 일종이고 밈도 복제자의 일종이다. 밈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진화가 생물학적인 변화의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이를 포함한 사회, 문화 현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현상이라 규정하면서 보편적 다위니즘을 표방한다.

*밈 : 밈은 문화를 복제시키는 복제자이다. 유전자는 복제자의 한 종류이며 다양한 종류의 복제자가 존재할 수 있고 밈은 그 한 종류이다. (출처 : 위키백과)

유전자가 숙주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신의 보존에만 관심이 있듯이 밈 또한 그렇다. 다른 말로 하면 밈은 인간의 의식과는 별개로 존재하며 그 자체로 변화하고 발전한다. 도태되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 '밈 기계'로서의 인간은 사회, 문화적으로 밈의 숙주일 뿐이다.

밈은 유전자에 강력한 선택압을 작용시켜 인간의 생물학적인 진화를 빠른 속도로 추동한다. 비정상적으로 큰 인간의 뇌는 유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작아지는 선택압이 작용해야 하지만, 모방이라는 지능적인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커져야 하는 선택압이 작용해야 한다. 언어도 같은 이유로 뇌 용량의 변화에 일조했다.

유전자는 장구한 시간 속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 그러나 밈은 문화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유전자의 자연선택에 다소 의도적인 압력을 가한다. 인간은 이런 과정을 통해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처음에는 모방과 밈의 출현이었다. 이제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은 밈 기계로서 우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밈들이 우리로 하여금 만들게 한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유전자와 밈의 경쟁에 의해 창조된 기계로서 더 많은 유전자와 밈들을 창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조금 우울하게 느껴지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 신이 필요치 않으며 우리 인간이 자연계 일부라는 생각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자신, 우리의 의식과 자유 의지에 관한 사고방식에 다시금 변화를 주어야 한다. 바로 이런 과정이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밈 기계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본질을 숙고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기계라서 우울하냐고? 좀 우울하다. 유전자에 농락당하는 것도 모자라 밈에게 우리 문화적 유산의 조종간을 넘겨주어야 하니까. 태동한 지 30년이 지난 밈 이론이 사장되지 않은 이유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그 참신함 때문이겠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만 수용되는 이유는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을 단번에 부숴버리는 기계적 논리 때문이 아닐까.

내킬 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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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클하고 가요^^;

보클 감사합니다..ㅎㅎ

우리의 몸이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갈아타는 생존기계라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비슷한 주장이군요ㅎ 이제 1장하셨으니, 11번의 리뷰가 더 남은 건가요?^^

밈도 도킨스가 처음 주장했습니다. 이전에 조금 비슷한 설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이론이 틀을 갖추기 전에는 항상 프로토 타입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도킨스와 이 글을 쓴 수전 블랙모어가 밈 연구의 선구자라고 하더군요..

이기적 유전자도 살짝 그렇지만, 밈이론은 더더욱 뭔가 주객전도같아요 나중엔 웃음거리 될듯.ㅎㅎㅎ

밈은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듯 해요. 주로 부정적 시각이...

잘 읽었습니다.
12장까지 있으니 좋은 시리즈글이 되겠네요 ^^
밈 이라는 의미도 배웠어요 ㅎ

이걸 12번이나 우려먹으면 너무 티나니까 확 줄여야겠죠..ㅎㅎ
재미난 챕터 위주로 포스팅 할까 합니다.

재미있는 챕터들 기대되네요 ㅎ

'밈'이라는 용어를 오늘 처음 봅니다.

  • '밈 기계'로서의 인간은 사회, 문화적으로 밈의 숙주일 뿐이다.
    밈은 문화를 복제시키는 복제자이다. 유전자는 복제자의 한 종류이며 다양한 종류의 복제자가 존재할 수 있고 밈은 그 한 종류이다.

유니콘님 덕분에 오랜만에 어려운 과목 강의받는 느낌이녜요~ ㅎㅎㅎ
머리 속에서 쥐가 날 뻔 ~ ㅎㅎ

어려운 이유는 제가 잘 몰라서 설명을 쉽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ㅎㅎ
사실 진짜 밈이란 게 있다면 수긍하기 힘들 거 같아요.
읽으면서 저도 쥐가....ㅎㅎ

암튼..
오늘은 불금이라는 사실..ㅋㅋㅋㅋㅋ
즐거운 불금을 보내자구요 ^^*

ㅋㅋ 불금 다 지나고 주말도 다 지나고 월요일 답글을 다는 센스...

모방은 결국 창조를 만들죠.

그래서 밈 이론이란게 생겼나봐요..

편안한밤되셔요 ^^
클릭사랑입니다~~

고맙습니다. 힘찬 한주 되십시오..ㅎㅎ

즐건 불금되세요:]
오늘도 디클릭!

디클릭 감사합니다..

디클릭은 사랑입니다. 후원차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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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클릭 후원 고맙습니다.

dclicked and have great day my friend

thanks, have a nice day.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고맙습니다.

뭐가 우리를 인간답게 할까요? 요새 저도 그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녕 유전자에게 숙주로서 이용당하는 존재인 건가요? -_-;;

인간다움이란 것이 생각할수록 한가지로 정의할 수만은 없는 듯 해요.
유전자건 밈이건 뇌도 없는 것들이 마음 심란하게 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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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네요.
가능하면 12장 다 소개해주세요^^

몇가지 관심있는 부분만 소개해 볼려고 합니다..

얼마전에 알쓸신잡에서도 패널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모방이라해서 문화적인 접근인가 했는데 유전자 이야기가 나오다니 ㅎㅎㅎ

알쓸신잡은 진짜 알쓸신잡인가 보네요..ㅎㅎ별 얘기들을 다 하는군요..
인간만이 모방할 수 있고 후세에 전달할 수 있으니 유전적으로 독특한 기능은 맞는 거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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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라는 단어를 유머 쪽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덕분에 지식이 늘었습니다. 신기하네요.ㅎㅎ
d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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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이 유머에 사용되나 보네요.. 요즘 개그맨 수준도 참 높습니다.ㅎㅎ
밈은 아직 이렇다할 증거가 없다보니 설왕설래 하는 듯 합니다.

밈 기계라는 표현이 저도 우울하게 느껴지네요.
ㅜ.ㅜ

어떤 부속품이 되어 버린다는 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밈기계라고해서 자아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결국 속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얘기니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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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책 좋아합니다. 계속 소개 부탁드려요~ :)

고맙습니다. 흥미있는 부분만 정리해 볼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