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이슨 청소기 갖고싶댔지? 요새 블랙프라이데이라 할인이 많이 된다니까 하나 사"
지난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에 아들이 보내온 카톡 내용이다.
할인을 한다고 해도 값이 만만찮을텐데... 속으로 좀 걱정도 되고 월급쟁이가 뭔 돈이 있어 갑자기 저러나 궁금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에 땀나도록 아마존을 뒤지고, 해외직구를 어떻게 하는지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다. 배대지가 뭔지 이때 처음 알았다. 해외배송대행사를 알아보고 회원가입을 하고, 환율이며 관세며 알아보기까지 두어시간이 걸린 것 같다.
밀레 유선 청소기를 20여년째 쓰고 있고 무선 청소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집에 고양이가 세 마리나 되다 보니 성능 좋은 청소기가 하나 절실하게 필요했다. 어느날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 채널 사이 사이 끼어있는 홈쇼핑 채널에서 다이슨 광고를 열심히 보고 있었더니 아들이 "저게 그렇게 좋다며?" 하고 물어보기에 "엉 나도 저거 하나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기억해 두었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이슨V8 앱솔루트가 주문한지 꼭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색깔이며 디자인 너무 저돌적이고 남성스럽지만 성능은 말해 무엇하랴. 그동안 청소 한 번 하려면 유선청소기, 물걸레, 돌돌이 등등 모든 도구가 총 동원되어야 했지만 다이슨은 이 세 가지를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만큼 강력하다. 다만 단점이라면 내겐 너무 무거워 손목이 아프다는거다. 영국에서는 청소를 다 남자들이 하나보다고 궁시렁거렸더니, 엄마 체구가 이상한거래나 뭐래나.... 손목둘레가 15CM인 내게 필요한건 다이슨 청소기가 아니라 머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60여만원을 넘는 청소기를 사놓고 본전 뽑겠다고 여러가지 보조기구들을 바꿔가며 열심히 청소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생일도 아닌데 왜 이걸 사줬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눈먼 돈이라도 생겼냐, 프로그램 개발비라도 받았냐고. 그랬더니 비트코인을 팔았다고 한다. 코인이라고해봐야 버스토큰밖에 떠올릴줄 모르는 나는 당연히 그게 뭐냐고 물었다. 머라머라 설명을 해주는데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여기저기 뒤지며 암호화화폐니, 가상화폐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말들을 접하게 되었다. 연일 뉴스 말미에 가상화폐를 언급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얼마나 벌었는지는 모른다. 청소기값으로 80만원이 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딸에게 자랑을 했더니 바로 오빠한테 묻고 업비트에 계좌 개설하고 까페 가입하고 매일 귀동냥 눈동냥 한걸 어미한테 물어다준다.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나도 계좌를 하나 개설하게 되었는데 내가 개설하고 나니까 바로 정부규제로 개설이 막혔다. 운이 좋은건지...나쁜건지...
업비트에 들어가보니 왠 코인이 이리도 많나. 또 왠 은어, 속어들은 그리 많은지.... 암호화 화폐보다 이해되지 않는 많은 말들이 내게는 다 암호같았다. 현금 25만원을 넣어놓고 아무거나 사보래서 산 것이 스팀달러였다. 암호화화폐가뭔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스팀달러를 알게되고 스팀달러를 따라 가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steemit을 개설하고 여기까지 오게된 이유를 첫 글로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