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언
자기 지속 가능 블록체인의 요건-1 (https://bit.ly/2pK2RAk) 에서 필자는 많은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를 표방하면서 ICO를 하지만 실제 운영 측면에서 탈 중앙은 커녕 거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가까운 중앙 집중성을 띠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독자들에 의해 Facebook에 공유된 이 글에 대해 해당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장을 통해 제기한 Atomrigs의 정우현 대표는 다음과 같은 댓글로 공감을 표시했다.
나 역시 정우현 대표와 동일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기존 블록체인들이 지닌 핵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교수직을 그만두고 EcoVerse™ 프로젝트를 시작했기에 그동안 연구팀과 더불어 정립한 해법을 소개하고 전문가들의 비판과 고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다.
2.기존 블록체인의 공과 과, 기술 발전의 문제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오늘날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선구자들의 공로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감사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인류 최초로 만들어진 기술이 완벽했던 적은 없다. 예컨대 인류 최초로 만들어졌던 퀴뇨의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브레이크라는 개념조차도 없었던 때였다. 브레이크가 없으므로 첫 테스트에서 내리막길에서 박살났던 퀴뇨의 자동차처럼 초기 모델은 많은 문제를 포함한다. 따라서 초기 모델에 내포된 문제점들을 개선해서 사람들에게 보다 유용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필수이고 이것이 일반적인 기술 발전 경로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기술 문제는 좀 독특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기술 발전 방향과 핵심 이념이 상충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퍼블릭 블록체인의 원형을 제시한 프로젝트들은 탈중앙성이라는 이념에 충실한 반면 이 기술을 일상에 적용 하는데 필요한 트랜잭션 처리 속도나 거래 완결에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됨으로써 일상에 사용되는데 한계가 있었다. 관련 숫자들과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미 이 분야 종사자들은 널리 알고 있을 것이기에 부연 설명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DPoS 합의 체계 등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나 네트워크 구성 체계들은 처리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설계를 통해 표방한 탈중앙화라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근본 이념을 훼손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더리움의 탈중앙화 철학에 충실하자고 하는 정우현 대표는 바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는 비단 ICON에만 국한 된 문제가 아니다. 결은 좀 다르지만 ICO 사상 가장 거액을 모금했다는 EOS 역시도 21개의 블록 프로듀서(BP) 및 대표 노드 선발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했다. 이 모두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당연히 지향해야 할 탈 중앙화 이념이 훼손되고 형태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결국엔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한번 형성된 권력은 거의 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고착화 하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의 미래와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탈중앙화 이념의 훼손과 이에 불만을 품은 내부 해킹 및 어뷰징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인해 결국에는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자기 파괴 될 수밖에 없음을 논증한 논문도 이미 나와 있다. (Nicolas T. Courtois. On the longest chain rule and programmed self destruction of crypto currencies, 2014) 게다가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것은 부의 집중성이다. 지난 글에서 올린 대로 부의 분배가 현재처럼 지니계수 0.99로 완전불평등이 지속될 때는 치명적으로 자기 파괴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모순때문에 자기 파괴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 어떻게 이들 시스템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지속적으로 자산가치를 보유할 수 있겠는지 심각하게 질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