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취미와 자수 이야기

in #embroidery6 years ago

안녕하세요 :)
자주 들어와야하는데 주말에 조금 정신이 없었네요! 오늘은 어떤 걸 쓸까하다가, 소소한 취미로 만든 최근 작업물하고 약간은 생소한 제 직업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해요.

일에 치여서 이리저리 구르고 시달리다보면 종종 정줄을 놓고 취미활동에 매진하게 되는데요.
최근에는 수틀을 샀어요 (ㅋㅋ)
저는 재료 욕심이 조금 있어서 원단이나 실, 부자재등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수틀은 전부터 꽤나 써보고 싶었죠.

수틀의 매력에 빠져서 사이즈별로 구매했다가 작은 수틀부터 깨작깨작 만들어봤어요. 프랑스자수가 유명해서 책도 사보긴 했는데, 저는 손가는데로 하는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수틀은 그 자체로도 액자가 될 수 있어서 오묘한 느낌을 줘요.

가진 실의 두께가 달라서 프랑스자수기법들은 표현이 어렵더라구요. 프랑스 자수용 실을 사면 그때 도전해보기로 하고, 삘받아서 만들어본 사슴시리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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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선물로 보내고, 두개는 그 친구가 전시하는 카페겸 갤러리에 잠깐 전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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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많지않아서 아쉽네요.

겨울에는 목도리나 장갑류 뜨개질, 여름에는 손바느질을 주로 하는데 지난겨울엔 남는 실들을 긁어모아서 인어담요를 뜨다가 더워져서 구석어딘가에 접어넣어놨어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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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바구니무늬 기법으로 다리에 입을 수 있는 담요에요! 검색어로 치면 꽤 다양한 인어담요가 판매되고 있는데 저는 그냥 떠봤어요. 예쁘기보단 있는 실로 만들어보는데 의의를 뒀기때문에 색상이 참 애매하죠?(ㅎㅎㅎ)
꼬리 지느러미만 마무리 하면 완성이지만 마무리를 못한 관계로 끝나면 전체모양을 펼쳐놓고 사진찍고 싶네요. 더위가 좀 가라앉으면 다시 떠볼 계획이에요.(지금은 보기만해도 더워요ㅜ)

아, 이런저런걸 만들기 좋아하는 제 직업은, 침장 자수 디자이너입니다.
침구류에 들어가는 자수를 주로 디자인하는데 소품이나 캐릭터자수도 좋아해요.

국내외 침구 브랜드마다 디자인실이 따로 있고 브랜드에 속한 디자이너들도 많아요. 어떤 곳은 한 브랜드에 20명이 한팀으로 분업해서 일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3명씩 제품파트별로 나뉘어 팀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한명이 한 브랜드의 모든 것을 다하는 곳도 있죠.
제품디자인, 시즌분석, 시장조사, 마케팅, vmd(매장디피), 매장지원, 재고관리, 작업지시서 등등. 브랜드에 속한 제품디자이너들의 일은 끝나지 않아요. 그러다보면 디자인을 할 시간이 사실상 부족하기도 한데, 팀원이 많을 수록 시즌에 영혼을 갈다싶이.. 틈틈히 시간을 쪼개서 직접 디자인을 잡는 것 같아요. 이불에 들어갈 텍스타일(패턴) 디자인은 직접 하기도하고, 나염전문업체에 의뢰하기도 하지만, 그리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디자인은 아트웍을 구매해서 작업하기도 하죠.

그리고 침장에 들어가는 자수는 2D인 패턴과 다른 맛과 멋을 보여주는 분야에요. 같은 디자인도 어떤 원단에, 어느 부분을 체우고, 어디에 어떤 기법을 넣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재미가 있죠. 오래 일해오신 제품 실장님 중에서는 자수도안까지도 직접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요즘은 자수업체에도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으니까요,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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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디자인이 원단에 작업되려면,
도안 -> 펀칭 -> 기계작업
이라는 과정이 필요해요. 2D인 그림을 기계로 찍어낼 수 있게 코드를 입히는 과정을 펀칭이라고 부르는데, 전문적인 펀칭사분께 맡기고 있어요. 물론 기법이나 컬러분리표시 등을 꼼꼼하게 사전에 정해서 보내드려야 하죠.
간단한건 직접 펀칭하기도 해요ㅎㅎ
(항상 급히 펀칭의뢰 하는데 일정에 맞춰주시는 펀칭사분께 감사드릴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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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이런 꽃디자인은... 저는 좋아하는데 요즘 많이 찾진 않아요. 그래도 손풀기용으로 굉장히 좋기때문에 시즌을 준비하는 도안 작업전에 두세장 정도는 드로잉하곤 해요.

시즌 오프한 예전 디자인들 중에 몇가지 올리며 마무리할께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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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너무 이뻐요~

전 손으로만 해봤는데
역시 전문가님은 다르네요
인어 담요 뭔지 알거 같아요
저도 해보고 싶..ㅋㅋㅋㅋㅋ

그러나 지금은 너무 덥쥬..ㅎㅎㅎ

ㅋㅋ인어담요는 실만 있으면 넉 놓고 뜨기 좋아요! 벙어리장갑뜨던 것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뜨면되니까 재미있어요 ㅎㅎ 추천합니다~
자수는 손으로 하는게 더 어마무시한거같아요~ 그려놓은 데로 기계가 일해주기 때문에 수작업은 아직 면역이 덜 되있어서 조금 답답하긴하더라구요ㅋㅋ
날 좀 덜 더워지면 하고싶은게 한가득이에요~!!

멋진 직업이시네요.
즐기시는듯 보여요^^

안녕하세요~ㅋㅋ
즐거워보인다니 좋군요 ㅎㅎ
일 전체를 다 사랑하진 못하지만 일부분이라도 즐겁지 않으면 못했을 것 같아요~ㅋㅋ
연차가 생길수록 혹시나 게을러지지 안을까 노력해야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창작의 고통과 납기의 압박을 온 몸으로 견뎌내시는... 것 같네요ㅠㅠ

위로와 격려를 전합니다. :))

납기압박 엄청나죠ㅋㅋ 진행사항 피드백은 길면 한달이 걸릴때도 있는데, 샘플링은 늦어도 이틀내엔 마무리해야하고 그걸 또 해내려고 노력하고ㅋㅋㅋ
전쟁인데 좋아하는 일이라 그래도 즐거워요~ㅋㅋ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라 하시니 다행이네요.
하기 싫은 일인데 그렇게 사방에서 압박하면 빨리 늙을 것 같아요.

어우, 그럼 100년은 일찍 늙을 거에요 ㅋㅋ
시즌엔 바빠도 결과물이 예쁘면 뿌듯하고 그래요~
제품으로 결과물이 딱딱 만들어져서 백화점이나 대리점에 디피가 되어있고 그러니까, 자수만 7년차인데 아직도 자수 특유의 묘미가 참 재미있어요~ㅋㅋ

색감이 너무 예뻐요~

감사합니다 > <
요즘엔 좀더 심플한 무드가 대세라, 최근에는 이렇게 화사하게 써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날지경이에요!ㅎㅎ

우와 진짜 이쁘네~
손풀기용으로 저 장미꽃을 그려내다니 엄청나다 ㅋㅋㅋ👍👍

이쁘다니 고맙습니당!!ㅋㅋ 꽃은 목단꽃 ㅋㅋㅋ
한실에 많이쓰는 복스러운 꽃이양 ㅋㅋㅋ
글또뭐쓰지 ㅋㅋ 고민

즐거운 스팀잇 생활하시나요?
무더위야 가라!!!!

즐거운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며!
더위는 대체 언제 사그러들까요..ㅠ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