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부터 1월 말까지 세 달에 걸쳐 읽었습니다. 대인과정 접근 읽으면서 이런 상담 접근의 창시자(?)라 할 만한 인물인 설리반에 대해 궁금함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궁금함을 이 책 읽으며 많이 해결했습니다.
설리반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전통이나 크레펠린의 기술적 정신의학 전통에 모두 반대한 사람으로 이해했습니다. 치료라는 말 자체도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상담자-내담자 사이의 수평적인 관계를 중시한 것 같습니다.
상담자-내담자 관계에서의 재현을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했던 사람인 것 같고, blank screen으로서의 상담자가 기능하는 것은 반치료적이고 역기능적이라 보았습니다. 재현이 되고 있음을 알아차려서(관찰해서) 이러한 재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게 치료자가 적극적이지만 비지시적인 방식으로 관계 속에 참여하게 되는 것 같고요.
내담자에게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내담자 대인관계 이해의 열쇠이기 때문에, 내담자의 말이나 상담자와의 상호작용 양상, 직면하고 있는 상담실 밖 위협 등에 대한 정보를 기초로 불안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상담에서 내담자의 불안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상담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내용이 유용합니다. 내담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라는 원칙을 상기하며 불안이 너무 커질 시 상담 진행을 멈추고 이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상담이 너무 부드럽게만 흘러간다면 이에 관해 내담자와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동에 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프로이트가 역동이라는 말을 쓸 때는 성격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칭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설리반은 역동을 에너지로 본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비슷하지만, 이 에너지의 어떤 형태가 양육 과정을 통해 세대를 거쳐 대물림된다고 본 점에서 볼비의 애착이론과의 유사점이 더 많습니다. 이를 테면 부모의 억제된 공격성은 양육 과정에서 아이에게 대물림됩니다. 아이의 어떤 행동이 이 공격성을 자극할 때 해리된 형태로 아이에게 급작스럽게 표출되기 쉽고, 아이는 이렇게 받은 에너지를 부모처럼 억제하고 있다가 자신의 자식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물림하기 쉽습니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된 정보처리의 규칙이 대인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역기능을 초래하는 상황을 설리반은 병렬왜곡이라 지칭합니다. 병렬왜곡에 의해 야기된 불안을 처리하는 안전작용이 모여서 자기라는 체계 혹은 성격을 이루게 된다는 말도 정신분석적인 성격 설명에 비해 비교적 이해하기 쉽습니다.(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지, 공부의 깊이가 얕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상담자는 상담장면에서 병렬왜곡을 다루어 자기체계가 보다 건강해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견지에서 설리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지닌 건강함이 스스로 발현될 수 있게 잡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덧. 번역도 엉망이고 교정작업도 엉망인 책입니다. 구매 시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