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수학을 많이 잘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5,6학년 수학 책 정도는 보자마자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시에서 주최하는 수학 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등과의 너무 큰 점수 차이로 무슨 비리같은게 있는게 아니냐는 누군지 모를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모님께 학원이라는 곳에 보내달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에서 수학을 가장 잘하는 아이로 소문이 났으며, 개인적인 수업 클래스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이야 너 공부 잘하는구나.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칭찬을 듣는 기쁨으로 공부를 했죠.
부모님은 저의 교육을 위해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이사를 하였고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중학교에서의 날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1층에서 30분간의 짬 동안 경찰과 도둑을 하고 돌아온일 정도.. 방과후가 되면 친구들은 모두 모여 놀러가지만 저는 학원에 가야했으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원을 한 두개정도는 다니긴 했습니다. 저의 의지였을까요, 부모님의 기대였을까요? 점점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다가 저는 매일매일 밤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주말을 더 바빴죠 아침부터 시작되는 수업들.. 학교 시험기간 전 2,3주 정도의 학원 휴강기간이 저에게는 메이풀을 하며 한 숨 돌릴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공부를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과의 비교와 나도 그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싶다, 이 무리에 끼고 싶다는 의지였습니다. 결국 올림피아드 3개 분야에서 수상을 하고 과학고등학교에 진학, 상위권의 성적으로 원했던 대학에까지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제게 이 이야기를 해준다면 꿈만 같은 이야기겠네요.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제게 펼쳐진 대학 생활은 처음 주어진 자유였습니다. 제 시간은 제가 마음대로 쓸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어야, 정해져있는 계획이 있어야 익숙한 생활을 해오다보니 저는 이곳에서 침몰하였습니다. 깊은 바다에 빠져 헤엄쳐 나올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던 날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