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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 회사에서 떠돌던 이야기 중에 어느 청소 아주머니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와 제가 사회 초년생 시절, 협력사 사장님의 고급차를 얻어 타고 퇴근했던 기억이 버무려지며, 상상 속 상황극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모전자회사에 퇴직을 몇 년 앞둔 모부장이 있다.
그는 어느날 회사에서 겪은 일을 계기로 사람이 달라졌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모부장이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제품 개발 이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특히, 며칠째 진행이 더딘 주요한 문제가 있는데, 협력업체에서 적극적으로 이슈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
Top A급 Critical 이슈인지라 개발팀 상무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상무로부터 해당 문제를 당장 해결 방안 및 재발방지대책을 세워 다음날 오전까지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출근하자마자 열폭이다.
일단 협력업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당장 회사로 내방해서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고 언성을 높인다.
일을 계속 이런 식으로 처리할거냐, 자꾸 이러면 다음 프로젝트는 당신네 회사와 추가 계약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 압박을 준다.
열 좀 식힐 겸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세면대 청소를 하다가 그만 구정물을 튀겼다.
가뜩이나 열받은 상태여서, 인상을 구기며 다소 과격한 말을 아주머니에게 한다.
아주머니는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오후에 협력사 사장이 방문했다.
협력사 사장은 죄송하다며, 좀 더 신경써서 대응하겠다며 말을 건넨다.
모부장은, 그런 말은 됐고 당장 원인 파악해서 대응방안을 내놓으라며 언성을 높인다.
아주 그냥,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주변에 직원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협력사 사장에게 무안을 준다.
퇴근시간이 되었다.
정문 게이트를 통과하여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는데, 신형 제네시스 한대가 주차장 출구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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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눈으로 운전자를 쳐다 봤더니, 오전에 자신에게 구정물을 튀겼던 그 청소 아주머니다.
알고 봤더니 그 청소 아주머니는 돈이 아쉬운게 아니라 소일거리를 찾아 청소 용역일을 잠깐 하셨던 것이다.
모부장은 속으로 생각한다.
'남편 잘만나 좋은 차 몰고 다니네. 그냥 집에나 있지 왜 이런데 나와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난리야.'
그렇게 혼자만의 정신 승리를 하며 자신의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걸어간다.
그때, 오후에 개발 이슈 문제로 윽박질렀던 그 협력사 사장이 인사를 건넨다.
오늘 일은 죄송했다며, 앞으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앞에 세워져 있는 신형 벤츠 S 클래스의 문을 열고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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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부장은 머쓱해하며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구형 소나타를 바라본다.
제대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정신차려라 모부장.
사회적 타이틀 떼고 나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