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이런저런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듣다가 정봉주 전 의원이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을 만든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듣게 됐습니다.
정봉주는 ‘철학과 가치의 공유’를 말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소위 당성이 강한 사람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민단체 주도의 비례정당(주권자전국회의)은 정의당, 녹색당 등 비민주계 진보정당에게 표를 주게 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국회의가 아니라 열린민주당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애초 정봉주는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려다 민주당 지도부의 제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금태섭 의원이 민주당의 가치와 맞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솎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정봉주는 또한 열린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나 검찰개혁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진 후보만 공천할 것이란 말도 했습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흔히 친문 또는 문파라 불리는 민주당 내 적극적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민주당이 2년 전 지방선거 같은 지지율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민주당 내 당성이 부족한 소위 ‘사쿠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민주당 정치인 중에서도 입맛에 맞지 않은 이들에 대해서는 보수 정치인보다도 더욱 가혹하게 비판합니다. 정의당, 녹색당 등 비민주계 진보정당은 아예 적대세력으로 인식합니다.
이들의 논리는 흔히 가불기라 불리는 논리입니다. 가불기란 가드가 불가한 기술, 즉 무조건 기술을 쓴 사람이 이기는 논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기적의 논리’란 말이 있죠.
객관적으로 따져 봅시다. 2018년 지방선거 까지 문재인 정부는 남북화해를 진전시켰고, 이명박근혜 적폐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달리 민주당은 일치단결한 목소리로 정부의 정책을 서포트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습니까.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민주당에 대한 견제 여론이 생겨났고, 조국 사태가 터졌습니다. 특히 조국 사태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들이 ‘조국이 직접 연루된건 아니지 않나’며 나섰고, 이 때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40% 대 까지 빠졌습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1. 민주당의 행적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일어났기 때문 2. 민주당은 잘못한 게 없는데 국민들이 기타 정당과 언론의 선동에 속고 있기 때문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정봉주와 친구들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2번으로 보는 듯 합니다. 민주당에 당성이 강한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국민들에게 ‘진짜 뉴스’를 ‘올바른 방법’으로 알려준다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논리입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 ‘그래서 미래통합당 찍을래’라고 윽박지르고, 문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가져오면 ‘그건 기레기들이 쓴 가짜뉴스’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미통당이 문정부를 비판하는 지점과 정의당이 문정부를 비판하는 지점은 완전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문정부를 비판한다는 공통점을 이유로 정의당이나 미통당이나 전부 쓰레기 적폐세력으로 몰고 갑니다. 이런 이유로 정봉주와 친구들의 논리를 가불기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도 민주당 지도부가 정봉주류 문파 세력에게 완전히 먹히진 않은 모양입니다. 당내 비판세력이라 할 수 있는 금태섭도 살려줬고, 정봉주의 제안에 적극적이진 않은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누가 봐도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확 떨어진 것이 사실이고, 조국 사태를 선거 쟁점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당성이 강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을은 민주당을 찍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다당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보통 한국의 선거제도를 양당제라고 하지만 민주화 이후 꾸준히 제3세력이 존재했습니다. 지역기반 제3세력(과거 자민련이나 최근 민평당 등), 이념적 제3세력(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등) 등이 수는 적지만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서 특정 정당이 과반수를 받기도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진정으로 지키려면 민주당은 좋든싫든 문정부에 비교적 호의적인 세력을 최대한 모아서 다수파를 구성해야 합니다.
정봉주와 문파 친구들은 민주당(+열린민주당)이 최대한 많은 의석을 먹어야 문정부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현실성도 없고 사실도 아닙니다. 자기들이 다수 의석을 먹으려면 오히려 미통당 주장처럼 비례대표를 없앴어야죠. 그러면 지방선거 때처럼 민주당이 득표율보다 과다한 애석을 먹을 수 있을테니까요.
냉정하게 다시 따져봐야합니다. 다자구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득표한 41% 중에서도 문파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중은 잘 쳐줘야 절반 남짓 될 것입니다. 과거 새누리당이 친박, 진박 유권자의 입만 쳐다보다가 망한 것처럼 문파 유권자의 입만 쳐다보다가 민주당은 총선에서 재앙적 결과를 맞이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미통당보다는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 시민으로써, 민주당 지도부가 문파에 그만 휘둘리고 올바른 길을 걷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