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Night - dream co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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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때의 일이다. 엄마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방문판매하는 분을 통해 요리책을 샀다. [하숙정 요리집]이었는데, 총 네 권으로 구성된 책이었다. 엄마는 첫 날 그 책을 훑어보더니 찬장 안에 넣어두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그 책을 애용한 것은 나였다. 특히 네 권 중 마지막 [세계의 요리]편을 매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나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끈질기게 요청했는데 엄마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더러 직장생활을 했기때문에 내 소망은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요리책에 나오는 처음 보는 요리와 식재료를 발음해보았다.

아.스.파.라.거.스.

책에 나오는 요리가 어떤 맛 일지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예쁜 집에서 새하얀 도자기 그릇에 매일 아침 중식, 일식, 양식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 앉는 꿈을 꾸었다. (그 시절 우리집의 식기는 스탠 밥그릇 국그릇이 전부였고 엄마가 혼수로 장만해 온 커피잔은 이가 나가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그 꿈 속에 앉아 있었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내가 나이를 먹었는지, 나이가 나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느 순간 여기에 도착했고 충분히 즐겁다. 오늘 아침 식탁앞에 앉았는데 하숙정 요리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상상하던 그 때의 기분이 시공을 초월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분 좋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