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변화가 빠릅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새삼 느낄 정도의 변화도 있고, 스팀잇도 변화가 많고.

코로나로 인해 여유 시간이 늘어 멍 때리는 시간이 좀 생기다 보니 스팀잇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PoB 는 너무 이상적이었나 싶기도 하고요. 스팀잇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이곳은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나 창작물을 내놓는 금손들의 패러다이스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는 생각은 결국 사람을 얻으신 분들이 최상위다 싶네요.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서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AI 로 도배될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철학에 근거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과 교감/교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죠. 저자의 주장과 스팀잇에서 사람을 얻으신 분들의 능력이 겹쳐 보입니다.

이 능력이 얼핏 보면 별것 아닐 거 같지만 사실 굉장히 갖추기 힘들고 꾸준히 밸런스를 유지하며 발휘하기도 힘든 능력입니다. 아무리 내가 선의를 갖고 있다 한들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평판과 직결되기도 하고요. 때로는 윤리적 가치관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제 얘기를 해보자면 좋은 기회를 얻어 큐레이팅을 할 수 있던 적이 있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주어진 기회였기에 저만의 원칙을 까다롭게 세웠습니다. 직접 읽지 못했으면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거죠. 처음에는 감히 윤리적이라고 착각했던 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게 뿌듯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어요.

읽지 않는 행위는 차치하고 읽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죠.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읽지 못했음에도 감히 보팅 버튼을 클릭하는 기만을 택할 것이냐, 읽지 못했음을 핑계로 주어진 자원을 방치하며 자기합리화를 할 것이냐. 어느 쪽을 선택해도 이미 옳지 못하기에 빠르게 포기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게 될 보상이 아쉬워 결정을 미뤘습니다. 이기적이었던 거죠.

스팀잇이 참 신기한 시스템입니다.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반드시 부메랑이 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기적 선택의 좋지 않은 끝만을 목격했고 경험했습니다. 어뷰징, 강요, 음해, 짤림(?) 등등. 과연 횡행하는 다운 보팅의 끝은...? 이기와 이타의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겠지만, 어려운 만큼 아슬아슬한 지점을 잘 파악하여 유지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다랄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곳에서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소프트 포크의 결과는 이익에 초점을 맞춘 이기적인 결정이었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듯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스팀잇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아래 아저씨의 심정이 나와 똑같을까 싶어요.

123.JPG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매우 큽니다만, 상황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나만의 세계로 기어들어가게 되네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렵니다. 뭐 스파에 다 묶여있으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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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그리고 사람을 얻기가 참 힘들죠. 그런 면에서 스팀잇 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댓글을 달려고 해도 댓글이 안 달려 많이 늦었습니다.
저도 여기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로요..
공감 많이 됩니다.

곰돌이가 @glory7님의 소중한 댓글에 $0.033을 보팅해서 $0.009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7488번 $98.023을 보팅해서 $101.382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참 공감가네요. 타이타닉호의 연주자의 모습^^ 이 중에는 탈출하려는 사람, 이미 탈출한 사람, 구명조끼를 얻으려는자,

그리고 아래층에 있어서 탈출할 기회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tipu curate

저는 탈출할 기회가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ㅎㅎㅎㅎ
그리고 선물 감사합니다.. 천사시네요.. xD

스팀잇 들어와서 많은걸 얻어갔지만 돈,정보 등등 말씀처럼 그중에 으뜸은 사람 같아요. 의도했든 의도치않든 좋은 형들을 만나서 많은 추억 남기고 있네요
이게 없었으면 저도 진즉 스팀잇 떠나있겠죠

아.. 스팀에 물려서 탈출 못했으려나 ㅋㅋㅋ

첼로 잡으시고, 함께 하시죠.
저도 탈출은 요원해 보입니다.ㅋㅋㅋㅋ
오이님은 사람 많이 얻으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긴 하지만, 저 아저씨의 마음에 얼마나 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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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백퍼 망했어. 가라앉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불쑥 불쑥 체념 비스무레한 기분이 드는 날이 잦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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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드는 생각은 결국 사람을 얻으신 분들이 최상위다 싶네요.

공감합니다.

그래도 비슷한 생각이신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습니다.^^

 5 years ago  Reveal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