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내 친구 꼬마 거인 by 로알드 달

yose.jpg


동화의 고전, 로알드 달


고전이 되어 버린 유명한 동화 작가 중 한명을 대라고 하면 단연 로알드 달이 빠질 수 없다. 그의 작품은 많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부지기수다. 일단 그의 책들 중 유명한 것 몇 권만 꼽아 보자면.


  1.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2. 찰리와 거대한 유리 엘리베이터 (Charlie and the Great Glass Elevator)
  3.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James and the Giant Peach)
  4. 마틸다 (Matilda)
  5. 내 친구 꼬마 거인 (The BFG)
  6. Fantastic Mr. Fox


사실 로알드 달의 동화는 나와 잘 맞지 않아서 많이 안 읽었다. (위 리스트에서도 읽은 책은 4, 5, 6권뿐이다.) 아이 입장에서 읽었더라면 무척이나 재미있었을 텐데, 어른 입장에서 읽다 보니 좀 유치하거나 깊이 공감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 (동화들 중에는 지난번에 글을 작성한 When you reach me 처럼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책이 있고, 아니면 로알드 달처럼 아이들이 읽어야 더 재미있는 책이 있는 것 같다. - 어디까지나 내 개인 의견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오디오북으로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중이거나 설거지를 할 때 오디오북을 틈틈이 들으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내용이 너무 어려우면 듣기 힘들까봐 우선은 동화들 위주로 빌려보기로 했는데, 마침 로알드 달의 동화가 있기에 빌렸다.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귀가 코끼리만큼 큰 거인. 저 큰 귀로 꿈이 내는 아주 작은 소리로 놓치지 않고 듣는다.


착한 거인 vs. 나쁜 거인


대개 동화에서 거인들은 덩치만 크지 둔하고, 멍청하고, 잔인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BFG는 아주 상냥하고, 친절하고, 아이들을 잡아먹는 대신 꿈을 채집하는 착한 거인이었다.

어느날 밤에 잠이 안 와서 창밖을 내다보면 고아소녀 소피는 우연히 꿈을 채집하던 거인 BFG를 만나게 된다. 그는 다른 거인들과는 달리 무척 상냥했기 때문에 그에게 BFG (Big Friendly Giant 커다랗고 상냥한 거인)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그와는 달리 포악한 다른 거인들이 곧 아이들을 잡아먹으러 갈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피와 BFG는 이 거인들을 막을 계획을 세우는데.

동화의 내용은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포인트가 구석구석 숨어있다. 거인들은 머리가 나빠서 말도 잘 못하고, 이상하고 틀린 단어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단어들도 읽는 재미를 준다.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더니, 성우가 너무 잘 읽어줘서 재미있게 들었다. 또한 사람들은 콜라를 마시면 기포가 위로 올라와서 끄윽~ 트림을 하게 되는데, 거인들의 경우는 콜라를 마시면 기포가 아래로(!) 내려가서 뿌우우웅~ 방귀를 뀌게 된다는 - 게다가 그 방귀의 힘으로 몸이 붕 뜨기까지 한다는 - 설정 등은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으며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거인들이 쓰는 말이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니라서, 엉뚱하고 만들어낸 단어를 쓰기도 하고, 문법도 틀린 영어를 쓴다. 원어민이 아닌 한국사람이 영어로 읽기엔 좀 헷갈리거나 어려울 수 있다. 아이들이라면 원서가 아니라 그냥 번역본으로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을 듯. 무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다. (난 영화는 안 봤지만.)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늘 그렇듯, 영화화 됐음을 알려주는 띠지가 있다.



출처: Daum 영화
영화 포스터. 소설 원제(와 영화 원제)는 "The BFG(Big Friendly Giant)", 번역본 책은 "내 친구 꼬마 거인", 우리나라 영화 제목은 "마이 리틀 자이언트". 전부 제각각이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What I mean and what I say is two different things," the BFG announced rather grandly.

"'내 말 뜻은'이라는 말과 '내가 말하는 건'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거야." BFG는 다소 장엄하게 말했다.

내가 진짜로 의미하는 것과 내가 실제로 말하는 것이 다르다.


2.

Giants isn't eating each other either, the BFG said. Nor is giants killing each other. Giants is not very lovely, but they is not killing each other.
...
"They is not killing their own kind," the BFG said. "Human beans is the only animals that is killing their own kind."
...
"I is not understanding human beans at all," the BFG said. "You is a human bean and you is saying it is grizzling and horrigust for giants to be eating human beans. Right or left?"
"Right," Sophie said.
"But human beans is squishing each other all the time," the BFG said. "They is shooting guns and going up in aerioplanes to drop their bombs on each other's heads every week. Human beans is always killing other human beans."
He was right. Of course he was right and Sophie knew it. She was beginning to wonder whether humans were actually any better than giants.

거인들은 서로를 잡아먹지 않는다고 BFG는 말했다. 서로를 죽이지도 않는다고. 거인들이 다정한 존재들은 아니지만, 서로를 죽이진 않는다고.
...
"자기 종족을 죽이진 않아." BFG가 말했다. "자기 종족을 죽이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지."
...
"난 인간이 이해가 안 가." BFG가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거인들이 인간을 잡아먹는 게 끔찍하고 무섭다고 말하지. 맞아, 틀려?"
"맞아." 소피가 말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항상 서로를 죽이잖아." BFG가 말했다. "서로 총을 쏴대고, 매주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서로의 머리에 폭탄을 떨어뜨리지. 인간들은 항상 다른 인간들을 죽여."
그가 맞았다. 물론 그의 말이 맞았고, 소피도 그걸 알고 있었다. 소피는 인간들이 과연 거인들보다 더 낫긴 한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거인보다 인간이 더 무서울지도. 하긴, 지구까지 망치고 있는 인간이니.

(위 예문에서 보다시피 거인의 말투는 문법, 어휘 등이 다 틀리다. are나 am 대신에 무조건 is를 쓰고 있고, human beings을 human beans라고 쓰고. 영어 초급자가 읽기엔 좀 헷갈릴 수 있다.)


제목: 내 친구 꼬마 거인
원서 제목: The BFG
저자: 로알드 달 (Roald Dahl)
특이사항: 2016년에 영화로 제작되었음.

Sort:  

마이리틀 자이언트 영화가 이 동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군요~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정말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거든요. 책도 보고 싶네요~

미국에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이에요.
저도 영화는 못봤는데, 아이들과 함께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