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눈을 감으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 진다.

보이는 것들은 사라져 버리고 소리만이 남게 된다. 지나가는 차 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TV 소음들.

우리는 너무 많은 삶의 에너지를 보는 것에 휘둘려 쓸데없는 것들에 빼앗기며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닐까? 언제나 저 밖으로 달려나가려는 나의 의식을 조용히 내 안으로 되돌려 지금 이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소리들에만 집중해 본다.

특히, 침묵의 소리가 가장 인상적이다.

침묵도 고요함도 소리가 있다. 맛이 있다. 고요함의 소리는 매우 정중하며 은근한 맛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평화라는 것이 하나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늘상 맛볼 수 있는 언제나 널려있는 삶의 자원임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한편 내 안의 술취한 원숭이들도 드러난다. 끊임없이 그 침묵의 소리를 인터셉트 하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아우성치는 원숭이들. 이런 저런 잡생각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 온다.

아마도 그 원숭이들은 사랑에 굶주렸나 보다. 마치 애인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가지면 불안해 지는 것 처럼 내가 그 침묵에게 온전히 마음을 빼앗겨 그들을 돌보지 않을까봐 애 닳는 것 처럼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 그것들도 조심스레 한번씩 눈길을 줘본다. 사실 그 원숭이들은 쉽게 만족하는 것들이다. 잠시만 눈길을 주어도 이내 저 침묵의 뒷편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또 드러나는 소중한 메시지. 바로 몸의 신호들이다.
즉각적으로 몸은 침묵과 함께 자신들의 상태를 우리에게 알려온다. 허리가 뻐근하다거나, 어깨가 조금 눌려 있다거나... 이런 신호들 속에 나는 나를 언제나 태우고 다니는 소중한 몸이 있음도 알아차려 본다.

눈을 감으면 나타나는 세계는 시간의 종속에서 자유롭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이 느껴지고, 더 나아가서는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조차 희미해 진다. 시간이 없으므로 내일이 없고, 미래도 없으며 과거도 없다. 오로지 지금 이순간에 머무를 수 있으며 이 순간이 주는 여러 소리들과 대화하면서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게 한다.

가끔은 지루해 지기도 한다. 바로 눈을 뜨는 순간 다시 들어가게 될 세상이 말을 걸어 오는 순간이다. 순간 조금 갈등도 생기지만, 그래도 눈 감으면 보이는 세상을 좀 더 경험해 보기로 한다. 그럼 이내 몸-마음-느낌들이 침묵 속에서 생생이 메시지를 다시 전해온다.

하루에 잠시만이라도 눈을 감자. 눈을 감고 조용히 침묵과 원숭이들, 몸들과 이런 저런 느낌들을 지켜보는 그 무엇이 있음을 알아차려 보자. 아마도 저 밖의 세상에 에너지를 100% 빼앗기는 것 보다는 좀 더 풍성한 느낌들이 생길 것이다. 살아있음의 또 다른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순간들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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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의 상태와 같네요.
침묵이 필요한데 그러기 어려워 시늉만 했습니다.
원숭이들이 잘난체 하고 울부짖고 마음을 달라하네요.
감정이입이 흠뻑되었어요. 부족하지만 풀봇~
감사합니다.

@ohnamu님 그냥 생각나는 대로 끄적인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게다가 보팅도 풀로 해 주셨다고 하니 감격입니다. 저는 아직 초보라 보팅이 뭔지 어떤 시스템으로 스팀잇이 돌아가는지 잘 몰라요. 그저 당분간은 하루에 한 토막씩 일기처럼 생각나는 것들을 올려보는 습관을 가져볼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말씀 나누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