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2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서버가 다운됐다. 당시 서버 다운의 주요 원인은 암호화폐 비트코인캐시 가격 급등 때문이다. 이날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빗썸에서 한때 285만원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캐시는 탄생한 지 불과 5개월도 안 된 신생 암호화폐다. 지난해 8월 1일 '하드포크(hard fork)'를 통해 비트코인에서 갈라져 나온 게 비트코인캐시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 마이닝 풀인 앤트풀을 이끄는 우지한(32) 비트메인 대표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우지한, 비트코인 관련 블로그가 인생을 바꿔...2011년 전 재산 털어 비트코인 구입
우지한 대표는 중국 베이징 대학에서 경제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뒤 사모펀드 회사에서 재무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는 2011년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다.
우 대표는 미국 인터넷 매체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위험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묘사한 구절이 잊히지 않았다"며 "정부 지원을 받을 필요도 없고 심지어 금으로도 환산되지 않는 통화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비트코인은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중앙 정부도, 담당 정부도 없는 돈이다.
▲우지한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 공동창업자. / 블룸버그TV 갈무리
우 대표는 그 해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백서를 중국어로 완벽히 번역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그는 2011년 전 재산을 털어 비트코인을 샀다. 2011년 초 1비트코인 가격은 1달러(약 1070원) 미만이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위험하다는 평가와 함께 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2년 뒤 비트코인 가치는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2013년 초 20달러(약 2만1400원)로 시작한 1비트코인 가격은 그 해 말 900달러(약 96만2500원)로 뛰어올랐다.
그는 이 무렵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비트코인 채굴에 관심을 뒀다. 당시 암호화폐 채굴자는 10분마다 25 비트코인을 받았다. 암호화폐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 중 채굴 진영에 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암호화폐 채굴 진영 외에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진영과 투자자를 포함한 거래소가 상호 작용하며 움직인다.
하지만 우지한 대표에게는 채굴 도구를 개발할 기술이 없었다. 이때 떠올린 인물이 믹리 찬(39) 비트메인 공동창업자다. 중국 이공계 특성화 대학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한 믹리 찬은 반도체 디자인 전문가다. 그는 2010년 사용자가 TV 프로그램을 컴퓨터 화면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만드는 벤처기업 디발IP(DivaIP)를 운영하던 중 우지한 대표에게 자금 모금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우 대표는 3년 뒤 비트코인에 대해 이해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믹리 찬에게 보냈고, 둘은 비트메인을 설립한다.
◆ 중국 채굴장 하루 수익만 2억원 이상
믹리 찬은 비트메인의 주요 매출원인 채굴 장비 개발을 담당한다. 믹리 찬은 2013년 11월 첫 번째 채굴 장비 안트마이너 S1(Antminer S1)를 6개월 만에 만들었고, 비트메인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비트코인은 당시로써는 역대 최고액인 1비트코인당 1200달러(128만3400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은 2014년 초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가 해킹으로 고객 예치금을 도둑맞았다며 파산을 신청한다. 이 여파로 비트메인은 2014년 말까지 위기에 처한다.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값비싼 전기요금을 내고 채굴장비를 살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지한 대표는 "가격이 내려갔을 때 비트코인 채굴용 수요가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며 "2014년 말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이미지
하지만 2015년 전 세계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5번째 채굴 장비인 안트마이너 S5 개발을 준비했다. 안트마이너 S5은 안트마이너 S1에 비해 전력 소비를 3분의 1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또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채굴자들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비트메인은 채굴장비 한 대당 50%의 이윤을 남긴다.
왕 준 비트메인 심층학습 알고리즘 책임자에 따르면 비트메인은 매년 수십만 개의 채굴 장비를 판매한다. 채굴장비는 비트메인의 주요 수입원이다.
우지한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 어얼둬쓰(鄂爾多斯) 채굴장에서는 매일 약 25만달러(2억6737만5000원)의 수익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에 2억달러(2139억원)를 투자해 신규 채굴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빗썸 서버 다운의 배경으로 지목된 인물
비트메인은 비트코인 채굴기에 들어가는 실리콘 설계부터 조립, 판매까지 전 과정을 수직 통합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또한, 비트메인은 비트코인 채굴기 결제대금을 우지한 대표가 만든 비트코인캐시로 받으며 비트코인캐시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선 빗썸 서버 다운의 배경으로 우지한 대표를 지목한다. 우선 우지한 대표는 비트코인 개발자와 채굴자의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비트코인캐시를 만들었다.
우지한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투자자 로저 버는 지난해 10월 16일 자신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정보업체 비트코인닷컴에 "비트코인캐시가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버전의 비트코인에 더 부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비트코인캐시는 비트코인(Bitcoin Cash is Bitcoin)'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비트코인캐시에 힘을 실었다.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이 만든 채굴 장비
또한, 8월 1일 하드포크 당시 중국 채굴업자 비아BTC(ViaBTC)가 첫 번째 비트코인캐시 블록을 만든 것도 시장이 하드포크 뒤에 우지한 대표가 있다고 믿는 이유다. 비아BTC는 비트메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체로 비트코인에서 분리한 비트코인캐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첫 삽을 떠줬다.
문제는 우지한 대표가 빗썸을 이용해 비트코인캐시 가치 상승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비크코인캐시 개발자 진영이 지난해 11월 13일 하드포크를 실시한다고 밝히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우지한 대표가 빗썸에 개인 자금을 쏟아부어 비트코인캐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거래 금지망을 벗어나 빗썸을 자산 불리기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의 절반 수준으로 높아졌고 반대로 비트코인 가치는 500만원대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캐시 상승을 주도하던 빗썸 서버는 이날 오후 4시쯤 마비됐다. 결국 285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빗썸 서버가 복구된 지난해 11월 12일 저녁에 13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를 놓고 시장에선 비트코인캐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비트코인 사수 진영이 빗썸 서버를 마비시키는 디도스(DDoS) 공격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선전에 기반을 둔 채굴업체 라이트닝 ASIC(Lightning ASIC) 운영자 잭 리아오는 우지한 대표가 빗썸 서버 다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쿼츠에 "우지한은 비트코인 경제를 지배하길 원하며, 이를 위해 비트코인캐시를 만들어 비트코인 생태계를 설계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우지한과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우지한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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