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엔 아주 오래된 동네 이발소가 있다.
중학교 때부터 결혼 하기 전까지 내머리 스타일은 언제나 짧은 일명 스포츠 스타일이었다.
집에 바리깡을 사 두고 10밀리 캡을 끼워 혼자서 밀어 버리기도 일쑤였다.
언젠가 와이프가 이제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동네 사람들 눈도 있으니 머리를 좀 길러보는 것이 어떠냐고 귄유한다.
나이 40이 훌쩍 넘어가니 머리가 자꾸 빠져 숱이 줄어든 것이 보기에도 확 티가 난다.
그리하여 퍼머를 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퍼머 머리를 하고 있다.
퍼머를 하기 전 난 항상 동네 이발소를 찾았다.
미용실에서는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바리깡으로 깎아주는 반면에 이발소에서는 항상 가위를 쓴다.
사각 사각 소리도 좋고 마지막에 크림을 바르고 날이 선 길다란 면도기로 해주는 면도도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머를 하고 나서 부터는 미용실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오늘도 미용실을 찾았는데 휴일인지 문을 닫았다.
바로 옆에 자주가던 이발소가 있어 망설임 없이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랜만에 오셨네요?" 라며 아저씨가 인사를 하신다.
"네 잘 지내셨죠?"라고 대답하고 낡은 소파 한켠에 자리 잡고 앉았다.
기다리는 동안 생각을 해보니 이발소 안의 모든 것들이 다 정겹게 느껴진다.
요즘 이런 것들이 왜 정겹게만 느껴질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곳에서 머리를 깎을 수가 있을까!
내 차례가 되었다.
머리를 깎기 위해 준비를 하고 셀카를 찍어본다.
머리를 깎는 동안 아저씨께 여쭤보니 1977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하시고 계신다고 한다.
머리를 다 깎고 나니 머리도 손수 감겨주신다.
비누로 한번 그리고 샴푸로 또한번.
추우니 머리 말리고 가라고 하시며 아저씨가 건넨 것은 바로
짜잔~~ 야쿠르트다. ㅎ
이렇게 이발을 하고 저녁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찰칵^^
아저씨 멋지게 잘라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옛 모습을 잘 간직한 이발소 이네요. 어렸을때 아빠한테 이발소 말고 미용실 가고싶다고 떼 쓴 제 모습이 스쳐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