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을 걷다가 갑자이 이상한 이방인의 얼굴을 보았다. 흑백사진에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이의 사진이다. 군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가까이 가 보았다. 한국전쟁에 참가한 태국의 젊은 장교 콘라드 디 얍 대위라고 씌여 있었다. 1951년 4월 23일 연천 북방 율동지역에서 중공군과 전투중 전사했다. 철수하라는 상관의 지시에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부하를 구출하기 위해 사지에 뛰어 들었다. 고지에 남아 있는 부하를 구출하기 위해 역습을 감행했다. 부상당한 부하2명을 구출하였으나 중공군의 저격으로 사망했다.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중에서 외국군 장교가 얼마나 되는지 잘모르겠다. 그러나 콘라도 디 얍 대위는 분명 태극무공훈장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군인이었음에 분명하다. 아쉬운 것은 그가 언제 태어났는지 기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이렇게 먼 이국땅에서 목숨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외국군인들이 용감하게 싸운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도 아닌 곳에 와서 목숨을 바쳐 싸웠다.
정작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그 와중에 자식들 외국으로 빼돌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장교들도 탈영한 경우가 부지기 였다. 심지어 자해를 해서 전장에서 도망친 장교가 나중에 육군참모총장에 올라가기까지 했다.
콘라도 디 얍 대위의 형형한 눈을 보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의 눈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쉬운 것은 그 전철역에 붙어 있는 벽보의 위치였다. 전철의 게시판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옆 한쪽 귀퉁이에 겨우 붙어 있었다. 우리 나라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변변한 자리 하나 차지하지 못한 그의 형형한 눈은 우리를 꾸짖는 것 같았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죽었는데, 너희들은 나를 이런 한쪽 구석에다 두고 있단 말이냐”
“너희가 나를 능멸하는 것아니냐 ?”
꽃처럼 찬란하던 젊음의 절정에서 져버린 태국군인 콘라드 디 얍의 눈을 보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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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분이시네요
저도 지하철에서 이분 사진을 뵌적이 있어요.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부분인거 같아요.
감사하고...
미안하고...기억하게습니다.
태국인 콘라드 디 얍 대위를
감사합니다. 대위님 덕분에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