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에비뉴 갤러리(2nd avenue gallery)를 다시 찾았다. 왜냐하면 지난 4월 6일 노열 작가의 개인전 <흐름-봄(Flow-Spring)> 오프닝 때 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작품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를 들어서면 ‘텅 빈 전시장’을 만난다. 오잉? 그런데 전시장 앞/과 뒤의 바닥 색깔이 다른 것이 아닌가? 이를테면 기다란 직사각형의 전시장에서 뒤쪽 전시장 바닥은 앞쪽 전시장 바닥과 달리 시멘트 바닥이 아닌 백색의 벽면/천정처럼 백색으로 도색되어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전시장 바닥에 ‘백색회화’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색 회화’에 백색 가시들이 돋아나 있다. 그 백색 가시들은 바닥에 설치된 포맥스(formex) 판들에 빼꼭하게 돋아나 있다.
이를테면 백색 가시가 돋아난 1개의 포맥스 판 크기는 가로139cm 세로173.5cm로 총 4개 포맥스 판들을 전시장 바닥에 꽉 차게 설치해 놓았다고 말이다. 그것은 일명 노열의 ‘가시나’이다. 노열의 ‘가시나’ 아시죠?
머시라? 모르겠다고요? 난 지난번 이곳 페북에 노열의 ‘가시나’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벌써 까먹었다고요? 네? 노열이 그 ‘노병열’이냐고요? 그렇다! 노병열은 이번 개인전에 자신의 이름을 ‘노열’로 교체했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언급해 놓겠다.
노열의 ‘가시나’를 처음 접하실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다시 언급해 보겠다. 여기서 말하는 ‘가시나’는 (포맥스 판에) ’가시가 돋아나다‘의 줄임말을 뜻한다. 노열은 ‘가시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본인의 작업은 평평한 화면(포맥스, 캔버스, 판넬 등) 위에 물감을 전체적으로 칠하여 뒤집어서 걸쳐두면 떨어질 것은 떨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마르면서 굳으면 또다시 이전의 행위를 수십 회 반복하여 물감 고드름 형태의 형상을 완성해나가는 기다림과 느림의 작업입니다.”
노열은 마치 동굴의 종유석이나 겨울 처마 끝에 매달려있는 뾰족한 고드름처럼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물감-고드름’을 자연의 법칙(중력)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설치해 놓는다. 이를테면 그는 ‘물감-고드름’을 전시장 벽면이나 바닥에 연출한다고 말이다.
지나가면서 보았듯이 그는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 전시장 바닥에 ‘물감-고드름’을 연출해 놓았다. 와이? 왜 그는 자연의 법칙을 따라 제작한 작품을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연출해 놓은 것일까? 노열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세상의 흐름,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하는데 인간은 그것을 거스르고 있어요. 온갖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 좋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지요. 이제는 고통을 끊고 중력을 따르듯 자연의 순리에 따라 소통하며 평화롭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노열은 적잖은 시간을 ‘걷기’에 할애한다. 그의 ‘걷기’는 오늘날과 같이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사회시스템에 거스르는 행동이다. 하지만 걷기야말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닌가. 그의 걷기는 ‘물감 고드름’을 완성해나가는데 피할 수 없는 느림(기다림)과 문맥을 이룬다. 그의 말이다.
“걷다 보면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내 자신을 보게 되지요. 자아발견입니다. 그리고 걷기를 통해 얻는 가장 큰 것이라면 ‘흐름’에 대한 인식입니다. 제가 말하는 흐름은 걸림이 없고 다투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인데, 우리의 삶이나 예술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소통이 아닌가 싶어요.”
노열의 작품들 중에 사진과 영상작품이 있다. 그 작품들은 그가 걷다가 우연히 그의 눈에 밟히는 것을 찍거나 촬영한 것이다. 최근 그는 걷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노열 자신의 그림자이다.
그렇다면 이번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서 열리는 노열의 개인전 <흐름-봄(Flow-Spring)>에 전시되는 신작들은 그의 ‘분신(Avatar)’이란 말인가? 노열의 신작은 구작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일단 이번 신작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그동안 그가 억제해 왔던 컬러의 사용이다. 그는 신작 ‘물감-고드름’을 이전의 백색 고드름과 함께 스카이블루와 핑크 그리고 오렌지 등의 화려하고 섹시한 컬러들로 작업했다.
두 번째 특징은 일상 오브제의 사용이다. 물론 이전에서 일상 사물들을 사용했지만 이번에 그가 사용한 오브제는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양한 그릇들이란 점이다. 왜 그릇일까? 그의 답변을 들어보자.
“사람 사는 일에서 먹는 일을 뺄 수 없겠지요. 우리는 늘 먹고 살기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예술가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일명 ‘밥그릇’ 작업은 ‘생존의 그릇’을 뜻합니다. 물론 저의 ‘밥그릇’은 허기진 모든 영혼에게 바치는 ‘정신의 그릇’이기를 바랍니다.”
노열의 ‘밥그릇-고드름’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밥 한 상을 차리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살다보니 ‘정신적 빈곤’을 망각하곤 한다. 따라서 우리는 더 극심한 정신적 허기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노열의 스테인리스 ‘밥그릇-고드름’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밥그릇’은 우리들의 허기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누군가 그에게 ‘예술’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변이다.
“예술가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알고, 그것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죠. 삶 속에 예술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예술가들에게는 숙명처럼 고뇌해야 하는 부분이지요.”
사족 : 노열의 본명은 ‘노병열’이다. 노병열은 이번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작품뿐만 아니라 이름도 변경시켰다. 그의 이름은 병열(炳烈)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에 ‘불’이 두 개여서 이번에 하나를 뺐다고.
노열은 청도의 폐교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막노동 알바로 벌이를 하며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노열의 태도에 감동 먹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의 드로잉 한 점을 소장했다.
물론 내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작품을 소장한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난 지역의 작가들 작품들을 보기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미네랄’이 고갈 날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만나면 코등이 찡해진다.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의 노열 개인전 <흐름-봄>은 5월 31일까지 전시된다. 강추한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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