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US)> 주체와 타자의 경계

in #kr-art6 years ago

<어스(US)> 주체와 타자의 경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던 필 감독의 <어스>는 전작 <겟 아웃>에 이어 상당히 사회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미국의 현상황을 담고 있다고도 말한다. 이 영화는 다시 말하자면 주체와 타자 문명과 야만 지배문화와 하위문화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영화의 시작은 윌슨이 어릴적 놀이동산에서 길을 잃고 들어간 거울의 방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를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도플갱어를 만난 충격으로 살아오던 윌슨은 가족들과 바캉스를 떠나서 기이한 한 가족이 자신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의 존재만으로 윌슨의 가족은 공포를 느낀다. 그들이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낯선 존재가 자신들의 공간에 침범했으며, 또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침입자는 그들과 똑같이 생겼고 또 그들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그들의 정체는 지하에서 복제된 인간이다. 그들 역시 인간이지만 본래 인간의 부속품과 같다. 그들은 육체는 둘이지만 정신은 하나다. 그들은 지하에서 지상에서의 인간들의 행위를 그대로 모방하여 행동한다. 그러한 모습은 흡사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인간같아 보이기도 하였다. 현실이 아닌, 그리고 물질적 접촉이 없는 행위를 복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이다.

주체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주체, 주인공에 이입하여 영화를 본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도 놀이동산의 윌슨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주변은 흐려보이게 하는 화면을 조성한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윌슨은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부에 가면 유일무이한 주체란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오리지널은 존재하지 않은지 오래다. 지금 미국 역시 자신들이 주체인 듯이 행동하고 있지만 그 주체의 자리를 지키키 위하여 얼마나 수많은 피를 보고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가. 자신들이 야만적이라고 느끼는 타자들의 모습이 자신에게는 없는지, 아니 사실은 더 잔인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 자각하라는 감독의 경고가 느껴졌다.

복사본의 개념
지배문화와 주류문화가 있다면 항상 그를 추종하는 문화들이 생긴다. 그 때 복사본의 개념처럼 모방의 문화가 생겨난다. 그것은 가짜라는 인식이 생기고 하찮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포스트 모던의 경향에서는 오리지널리티라는 개념이 깨어지면서 그 역시 창조적인 경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인식에서는 위계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원본과 번역본의 위계와도 유사하다. 영화에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가짜가 허상을 쫓는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결말에 우리가 줄곧 오리지널이라고 믿던 윌슨이 지하세계에서 온 것을 알게되면서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으로부터 농락을 당한 것이다. 여기서 원본과 복사본의 구도는 깨어지고 그 위계 역시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