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하는 육체

in #kr-art6 years ago (edited)

요새 다큐를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는데
저는 자전적인 얘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의 지금 현재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니까
자작시를 써보라고 권하셔서.
저는 김소연 시인의 <투명해지는 육체>를 감명깊게 읽고 모방시의 형태로 적어보았습니다.
영상들도 어느 정도 촬영은 하고 왔는데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 갈지는 아직도 미지수네요.ㅎㅎ
두달이나 지났는데!!
그럼에도 인위적이지 않고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만든다면 누군가 동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그게 안된다면 나에게라도 힐링으로 다가오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침잠하는 육체 ]


아침에 일어나 나는
나의 오른손을 활짝 펴 봐.
아빠를 닮아 굽은
새끼 손가락을 까딱여보지.
겨울이면 가장 시린, 손의 끝에서 가장 외로운
그리고 혼자서는 굽힐 수도 없는 그 손가락을


잠이 안와서 자고 있는 엄마를 쳐다봤어.
예전에 나는 자는 엄마를 그린 적이 있는데
선생님은 아빠인 줄 알았어.
자는 엄마의 얼굴엔 삶의 무게가 그대로 실린 듯 해.
그 얼굴을 본 나의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한,
길을 잃은 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이 올려져.


나는 오늘 수영을 하러 갔어. 요즘 한참 접영을 배우고 있어.
그건 숨을 참고 머리를 물 속으로 쳐박는 연습이야.
나는 이제 제법 물타기를 잘하는 것 같아.
물을 타고 나가면 나는 상쾌해져 내 얼굴이 가벼워져서


목요일쯤 되면 나는 상쾌하고 슬프지도 않아져.
일상에 지쳐서 별 생각도 나지 않지.
그리고는 금요일에 약속을 만들고 토요일에 볼 영화를 생각해.
목요일의 나는 행복하고 유쾌해.


술을 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단란한 가족을 보았어.
그래서 참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왠지 눈가가 촉촉해졌어.
그렇다고 내가 슬프거나 외로운 건 아니야.
그냥 눈이 좀 뜨거워졌을 뿐이지.


새벽에 눈이 떠졌어. 오늘은 어디에 가는 날도 아닌데...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다 마음이 허전해서 라디오를 켜.
그래도 허전해서 폰을 쳐다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깨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는 것을 깨닫지.
그리고 다시 돌아누워 최대한 작게 나를 웅크리고 숨을 죽여.


오늘도 조용한 집에서 제일 먼저 눈을 떴어.
피곤한 감은 있지만 다시 잠은 오지 않아.
그럴 땐 나는 <동물농장>을 보고 <서프라이즈>를 기다려.
항상 서프라이즈를 보면 잠이 오더라.
이른 아침부터 낮잠을 기다려.

다시 월
나는 내 일주일이 왜 힘들었었는지를 생각해.
딱히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없었는데 왜 허전한 지를 생각해.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아빠가 그리 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건지.
그리고 세월에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왜 서글픔과 두려움으로 다가오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심란해져.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는데 왜 난 온전히 설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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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이런식으로 표현한게 신기하네 랩하는거같아 마음 속에 허전함, 채울수 없는 뭔가가 있는거같아 난 요새 나를 다그치려하지 하지만 힘들어하는 나를 느낄때면 편하게 나를 대하려고해 내가 행복해질수있도록 방향을 잡아야해 어쩌면 마음 편히 노를 놓는것이 방법일수도 있는거같아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깨우쳐야하지만 너무 다그치진마

잔잔해요. 잘 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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