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시험을 망쳐 기분이 우울해지면 어머니들이 티라미수를 사줬다고 한다. 티라미수의 달콤함이 우울함을 달래주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카페에서 주문하는 케이크의 한 종류인 그 티라미수와 동일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티라미수 한 조각은 가격이 꽤 나가지만, 나도 가끔 주문해서 맛보곤 한다. 씁쓸한 커피 한 모금과 달달한 티라미수 한 덩어리를 푹 떠서 입에 넣으면 그 맛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씁쓸함과 달콤함이 만들어내는 입속의 하모니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티라미수의 어원을 살펴보면 끌어당기다, 잡아끌다
라는 의미의 티라레(tirare) 동사와 위에, 위로
라는 의미를 가진 전치사 수(su)의 합성어다. 티라미수는 그저 표면적으로 볼 때는 인기 있는 케이크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그 이름의 의미를 고찰해 보면 위로 잡아끌어 당기다
라는 속뜻을 품고 있다. 이탈리아 어머니들이 그러했듯이 나에게 티라미수는 단순히 케이크의 한 종류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나에게 티라미수란, 위로 끌어올리는 것
따위의 그 모든 것들의 즐거움을 대표한다.
위로 끌어 올려진다는 것
은 이탈리아 어머니들이 의도했던 것처럼 기분 좋은 것들과 닮은 점들이 많다. 학급에서 성적이 올라가는 것, 회사에서의 승진, 키가 크는 것, 상승하는 놀이기구 안에서의 고조되는 흥분, 권력의 사다리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 기분이 좋을 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는 표현 방법 또한 티라미수의 의미인 위로 올라감으로써 기분이 좋아지는 것
과 동작 메커니즘이 동일하다. 영화 <킹콩>에서도 거대한 킹콩 역시 본능적으로 고층탑과 빌딩 위를 오르고 또 오른다. 이처럼 나열된 모든 행위들은 나에게 그저 티라미수 한 조각과 별반 차이가 없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좋은 기분을 양껏 누리기 위해, 생존을 위해, 나를 잡아끌어올리는 그 어떤 것에 응답하며 보상받는 욕망의 즐거움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즐거움을 찾기 위해 높은 곳으로 끌어 당겨지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현재 발 디디고 서있는 위치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 즐거움을 담보로 노력할 뿐이다. 나는 티라미수를 생각하며 인간의 욕망과 즐거움, 그리고 상승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억지스러운 망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