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13.
Books
안은별의 ‘IMF키즈의 생애’를 읽고 - 평범한 80년대생들의 인생
안은별 작가의 인터뷰집 <IMF 키즈의 생애>를 읽었다.
제목을 보고 'IMF 사태로 엄청나게 인생의 변화를 겪은 사람들이 나오겠구나'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그냥 IMF 시절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묶은 것이다. 부모님이 공무원이라, 교사라, 사업을 했지만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여서 무난하게 그 시절을 지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상 인터뷰이의 대부분이 그랬다. IMF 때문에 가세가 기울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했다는 인터뷰이는 내 기억으론 한 명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계속해서 나오는 저자의 정치적 성향은 차치하고서라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내 또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80년대생인 그들은 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사건과 편견을 겪었고,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자아와 벗어날 수 없는 자아의 충돌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우리가 읽는 인터뷰는 거의 다 성공한 사람에 관한 것이다. 비즈니스든 예술이든, 성공한 사람들만 인터뷰를 한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한 달에 대여섯 번씩 했던 직장인 인터뷰도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성공 카테고리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때문에 정말로 평범한, 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이루려 했고, 어떤 것을 포기하고 사는지.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만남부터 시작해 친가와 외가의 집안 사정, 어린 시절 했던 어두운 생각들, 커서 겪었던 실패와 좌절을 하나부터 열까지 낱낱이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런 '베프'가 있는 사람이라면 참 부러운 일이지만, 대부분은 어느 정도는 알고 어느 정도는 알지 못하며,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내 어둡고 찌질한 부분은 잘 말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익명이라는 탈을 쓰고 인터넷에 분노와 우울과 조소를 내뱉는지도 모른다.
내 또래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그래서 즐거웠다. 요즘은 웬만큼 흥미롭지 않고서야 빠르게 속독하고는 넘겨버리는데, 이 책은 문장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었다. 자기 전에 한두시간씩 읽어, 사흘 정도가 걸렸다. 꽤 오래 걸린 셈이다. 인터뷰이 중에서는 민사고, 외고, 과학고, 해외유학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평범한 국내대학교에 진학한 나로서는 그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으며, 부모가 없이 자란 인터뷰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실패와 좌절을 이어붙여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을 골라 나름대로의 성취를 이루며 사는 평범한 주변인들의 삶의 고백은, 내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지, 나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어, 하면서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이 책이 인터뷰이 선정에서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꼭 동의하지만은 않는다. 인터뷰어의 변이 책의 머리에 쓰여있지만, 'IMF 키즈'라는 단어는 여기서 80년대생들의, IMF를 어린 시절 겪었던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첫 번째 인터뷰가 끝났을 때 그들의 삶에 감화되어 있었다.
다양한 키즈들의 생애가 궁금하다. 이런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어떨까? 그 때는 내 삶도 좀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인터뷰어를 하거나. 인터뷰는 백 번도 넘게 해봤으니까.
- LilyLee’s Life Magazine은 음악, 미술, 영화, 책, 공연전시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쓴 글을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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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IMF세대 중 한명이라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지 몰라도
릴리리님의 리뷰에서도 뭔가 울림이 느껴지네요^^
울림을 느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울림이 있는 좋은 글을 많이 써야겠다.. 생각해봅니다.
짱짱맨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멋진 활동 잘 부탁드립니다 💕
- 짱짱맨 Curator. 뉴위즈(@Newiz) -
넵! 좋은 글 많이 쓰겠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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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보여줄 아이는 주변에 없지만 물리학 지식이 아이 수준인 저에겐 알맞겠군요..
저도 IMF를 겪은 세대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었습니다.ㅇㅅㅇ;;
아무래도 사회인이 아니라 학생이었던 시절이라.ㅎㅎ;
저도 그 땐 어린 데다 부모님도 무관한 직업이라 뉴스에서 뭐라 떠들어댔던 기억만 있네요.
추억의 금모으기 운동..
네, 참 좋네요 . 인생에 엄청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아니라 우리가 만나지 못한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사건을 겪었던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지내왔는지...오래전 부터 그런 인터뷰나 책을 보고 싶었던것 같아요.
네 그래서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른 인터뷰 시리즈들도 나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