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88934976257
처음 접한 다니앤 세터필드의 소설입니다. 저는 긴 호흡의 소설을 싫어해서 400쪽 넘어가는 소설엔 손을 잘 대지 않디만, 너무 재밌다는 지인의 추천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순식간에 100페이지를 읽어버리며 소설 속으로 완벽하게 빠져버렸습니다. (앞부분 헌책방 이야기가 정말 끝내주게 재밌습니다.) 자신이 쌍둥이였다는 비밀을 가진, 화자인 '나'와 당대 최고의 소설가도 사실은 쌍둥이였다는 설정만 아니라, 화자인 '나'에 깊이 감정이입이 되어 오랜만에 읽는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대 작가 비다 윈터. 그녀는 비밀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진실로 인터뷰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과거를 알지 못 합니다. 아니, 그녀가 소설가가 되기 전의 과거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나'인 마거릿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자신의 전기를 써달라고요.
'나'는 아마추어 전기작가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전기만 씁니다. 전기 쓰는 일이 주 직업도 아닙니다. 그냥 취미로 또는 좋아서 씁니다. 그래서 세상은 그녀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대작가 '비다 윈터'가 전기를 써달라고 부탁합니다. 영광스러워야 할까요? 그녀는 일단 윈터의 제안을 받습니다. 대신 조건을 제시합니다. 진실만을 말할 것. 그리고 윈터도 그 제안을 받습니다.
그렇게 전기 쓰기를 시작합니다. 병이 위독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윈터는 사실만을 말하고 그녀는 의심을 하면서도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그리고 윈터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을 해보는 작업까지 병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소름 끼치도록 뭔가가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엔젤필드 가에선 어떤 일이 있던 것인지, 화재가 난 날의 미스터리, 자신의 죽은 쌍둥이와 비다 윈터의 죽은 쌍둥이들의 관계가 서로 얽히고 맞춰지며 하나하나 비밀이 벗겨집니다. 저는 읽는 내내, 마치 수수께끼를 풀듯 풀어지는 실타래들이 서로 얽혀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꺼운 소설책이 얇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경험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풀 수 없는 이야기 전개에 반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제가 쌍둥이가 아니기에 전부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신비함이 느껴지게끔 만드는 작가의 글재주가 놀라웠거든요. 궂이 쌍둥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형제가 없는 독자라면 더 특별하게 읽혀질 것 같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잊혀지지 않던 한 문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 저는 지금까지 글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제 탄생의 비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어쩌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40여 년 전, 어머니는 임신을 했다가 유산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지나다가 빠져 크게 다쳤고 그 바람에 유산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다시 임신을 했는데 그게 저라고 합니다. 만약에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지 못했더라면, 만약에 자전거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저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세상에 우연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수학자들은 우연은 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건은 계산적이며 어떠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하와가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은 있을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세상이 창조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며, 나보다 먼저 어머니의 태 속에서 생명으로 존재한 내 형제도 빛도 보지 못하고 짧은 생을 살다 갈 운명이었다는 것입니다. 대작가 비다 윈터와 아마추어 전기작가 마거릿의 만남처럼요.
♡♥♡ 보팅 댓글 리스팀은 사랑입니다 ♡♥♡
오 완전 컨셉이 흥미진진하네요 ㅎㅎ 조만간 한번봐야겠어요.
수학자들도 결정론을 믿지않습니다ㅎㅎ 모든것은 확률의 세계로..
오~~~ 모든 것은 확률의 세계... ^^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네요. 찜해둡니다^^
좀 두껍긴 하지만 읽으면 후회하진 않을 거예요. ^^
저도 궁금해지네요. 읽어보고싶어지게 만드는, 맛깔나는 글이었습니다^^
앗,,, 제가 리뷰를 잘 쓰긴 했나요?
영~~~ 글솜씨가 없어서...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와우~~~
와 저도 저희 어머니가 제위로 유산을 한번 하셔서 제가 있는건데 옛날엔 이런경우가 많나봐요ㅎㅎ
저희 아들 재롱영상에 보팅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 같은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유산 후 갖은 아기. 그게 나 라는 거... 이 책을 읽기 전엔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몰랐어요. ^^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네요 흥미로워요 마지막 말중 우연은 없다라는 말이 확 끌립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빠져드는 스토리랍니다. ^^
우와 저도... 엄청 두꺼운 소설책 싫어하는데 정말 그정도로 빠져드나요?? 한번 찾아봐야겠군요 ㅎㅎ
퐁당 빠져듭니다. ^^